2007년과 2023년, 두 번 타본 비행편 cx 416
홍콩 -> 서울
두 번 모두 독특한 추억이 남았다.
2007년의 경험은 이미 이 블로그 어딘가에 있고...
2023년의 cx416은, 기억이 잊혀지기 전에 글로 남겨두기 위해 지금 쓴다.
이 비행편을 탑승하려고 할 때인가? 옆에서 한국인의 대화가 들렸다. "뭐? 지금 디즈니랜드 지나고 있다고??" 말도 안돼" 이런 내용.
아무튼 일행은 탑승을 하고 있는데 아직 공항에도 도착 못한 다른 그 일행의 이름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탑승 후 기내에서는 누군가를 찾는 방송이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예를 들자면 흐엉기우두엉.. 쉬임치옹.. 이런 식으로 한국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방송이 계속 되었으나 결국 한국인 승무원이 몇 번이나 "홍길동 심청"을 애타게 찾게 되었다. 이들을 찾았던 게 확실한 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한참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두 남녀가 탑승. 비행기는 문을 닫았다. (이들의 이름인지 확실치 않은 이유는... 미탑승자를 기내 방송으로 찾으면 뭐해? 🙄 대답할 사람이 없는데?? 였기 때문. 그래서 무슨 목적의 방송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나는 홍콩으로 올 때 기내 영화 중에 석세션 시즌4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갈 때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홍콩행에서 못 본 다음 부분을 켰다. 아까 말한 대로, 굉장히 늦게 탑승한 두 남녀를 게이트에서 기다렸기에 비행기가 이륙도 하기 전에 드라마를 30분 이상 볼 수 있었다.
절대 스포일러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시즌4 내용을 하나도 몰랐다. 계속 보다 보니 극중 누군가가 비행기 안에서 큰일을 겪게 되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엄중한 ost가 귀에 광광 울리면서 나도 경악하는 와중에, 내가 탄 비행기가 서서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느낌이 너무 이상했다.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 이런 급발진 전개 중에 내가 탄 비행기가 두둥실 솟구치는 느낌이라니...
"흐억, 이런 내용을 보면서 나 이렇게 가도 되는 거야?" 라는 느낌마저 들었던 이륙 시간.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 가장 기분이 묘한 이륙 순간이었다.
그때 온라인 체크인을 매우 일찍 해서 이코노미 맨앞열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는데 (비상구 좌석은 아님) 그 자리는 화면이 좀 더 큰 개인 모니터가 벽에 높이 붙어있어서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뒷사람에게도 다 보이는 자리였다.
석세션 4를 영어로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조금이라도 한자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광동어 자막을 켜놓고 비행 내내 봤다. (결론: 내 한자 실력으로 읽어서 알 수 있을만한 내용은 결국 영어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 뿐이었다. 예를 들자면 기다려! 이런 수준의 대사 🤭)
그러다가 내 스마트폰이 툭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좌석 아래를 다 훑어도 당최 보이지를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포기. 착륙 뒤에 승무원에게 부탁해서 찾아 봐야겠다. 라고 생각함.
잠시 뒤, 한국어로 대화하는 게 계속 들리던 뒷 사람이 나를 톡톡 쳤다. " excuse me~~" 하시더니 내 스마트폰을 내민다. 바닥에 떨어졌던 내 폰 언어 설정이 영어로 되어있었던 데다가, 내가 계속 광동어 자막을 켜고 있었던 게 보여서 홍콩 사람인 줄 알았나 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thank you’ 라고 하고 내 스마트폰을 건네 받았다. 😁 한국인들끼리 뭐하는 거야? ㅋㅋ
무사히 착륙하고 짐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와중에, 아까 남다르게 늦게 비행기를 탑승한 남녀가 짐을 기다리며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걸 봤다. 아마 비행기가 자신들을 버리고 출발하지 않을까 애를 태워가며 숨넘어가게 달려서 비행기를 탔을 테고, 비행기에 타고 나니 자신들을 쳐다 보는 200명의 승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기내 런웨이를 했던 사람들인데 (나도 인천공항에서 단번에 알아봤을 정도니) 멘털이 강하다 싶었다. ㅎㅎ 나같으면 3시간 후 인천에 도착한 다음에도 심장이 두근두근할 거 같은데.
아무튼 늘 기억에 남는 비행. Cx416
홍콩에서 출발하는 캐세이 퍼시픽 항공편 중에 출발 시간이 가장 늦은 편인데 예쁜 노을을 보면서 돌아올 수 있는 시간대다.
기억 속 노을 색감은 2007년이 더 예뻤다.
추가/
내 기억 속에 정말 독특하고 무섭게(?) 남아있는 석세션의 저 에피소드는 2024년 9월에 롤링스톤에서 선정한 무려 "all time" best TV episode 14위에 올랐다. 2000년대, 2020년대..이런 구분 아니고 all time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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