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정기 검진날이어서 CT 촬영실 앞에서 대기했다. 얼마 뒤 아마도 보호자는 따로 없는 듯한, 노령까지로는 안 보이는 사람이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채로 실려 내려왔고 그 침대는 CT실 벽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분은 지금 본인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도 한켠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조차 난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소변줄을 끼고 계신 것 같았는데 그 소변을 받은 주머니가 침대 아래로 늘어져 있는 것이 CT 검사실 앞에 대기 중인 10여 명에게 그대로 보였다.
병원에서 늘 마주하게 되는 차가운 현실.
저게 남의 일일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저렇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까지 모두 노출 되고 있는 환자의 삶.
시선을 피하며 우울해졌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냐.
저렇게는 되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하지만 누구인들 저렇게 되고 싶었겠어. 그냥 어떤 일이 닥치면 다들 본인도 모르는 새에 그 자리에 가 있는 거지.
아프고 싶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지만
누구에게도 선택권이 없다.
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자신이 걸린 병을 고른 사람도 아무도 없고.
정기 검진이라 해도, 병원에 다녀오면 무기력해진다.
다들 아프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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