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기에...




요즘 친구/직장 동료들 사이에 생일 선물은 대부분 기프티콘이다. 간편하고, 만나지 않아도 전달 될 수 있고. 

나는 사실 실체가 있는 선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친구들이 결혼할 때도 축의금보다는 선물을 많이 했다. 어떤 친구의 경우는 내가 밥그릇 국그릇 식기 세트를 선물했더니 그 부부는 실제로 몇년간 그 그릇을 메인으로 썼고, 친구의 남편이 내 존재를 모를 수가 없게 되어 나를 만날 때마다 "밥그릇 사준 친구 있잖아? 걔랑 오늘 만나" 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한다. 😊
이런 경우는 엄청 뿌듯하다.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파스타 접시와 수면 바지를 한 적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나고 친구가 '그거 여전히 잘 쓰고 있어. 그때마다 너 생각해.' 이럴 때도 기뻤다.

하지만 솔직히 어떤 "물건"을 선물하는 일은 그냥 돈이나 상품권을 주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커지기는 한다.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취향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그저 "예쁜 쓰레기"를 공급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사례로 들었던 밥그릇 국그릇보다 내가 훨씬 모양새를 맘에 들어하며 선물했었던 세트를 어느 부부는 그저 선반에 올려놓고 있었다. 내가 신혼이라면 진짜로 쓰고 싶은 귀여운 밥/국그릇 세트였는데 그들 부부에게는 아니었던 거다. 지금쯤은 아마 어딘가 쳐박혀 있거나 버렸겠지. 그들에게 예쁜 쓰레기를 줘서 미안.

최근에 오랜 만에 친구 생일에 자질구레한 상품 몇 개를 선물했는데, 받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궁금한데 그런 건 알 수 없다. 캐물을 수도 없고.

그러다가...나도 실물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꼭꼭 사용 실태를 그 상대에게 보고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나도 남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데, 어찌 남이 사용하는 걸 내가 보길 원하는지...





그런 측면에서 몇년 전 친구에게 받은 이 팔찌가 생각 남. 물론 이것 역시 카카오톡 상에서만 거래(?)가 오고 갔지만 친구가 고심해서 고른 몇 가지 중에 내가 최종적으로 하나를 고르는 형식이었고, 친구가 그렇게 내 생각을 해준 게 고마웠다. 굉장히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갑자기 친구에게 새삼 고마워서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낼까...하다가 그만 뒀다. 물론 친구도 기분 좋아질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다음 생일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느낌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이렇게 여기에 주절거릴 밖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