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신체 기관이 어디에 붙어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새삼 각인시키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초에 무릎에 통증이 왔을 때는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무릎이라는 존재를 새삼 실감했다. 한창 안 좋을 때는 3000보를 넘기면 무릎에서 신호가 오고 7000보부터는 계단을 내려오거나 내리막길을 걷기가 힘들었었다.
그렇게 반년간 7000보 이상 걷기는 시도해보지 않다가 7월에 여행을 떠남. 내 무릎이 7000보 이상을 걸을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 여행 초기에 이게 도지면 7박 8일 여행에서 나머지 6-7일이 아무 것도 못 하는 상태로 꼼짝없이 앉아있는 여행이 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중국에서의 첫날, 션전의 대형 서점에 찾아가면서 무조건 지하철을 탔다. 많이 걸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도보 길은 찾아보지도 않음.
가까운 편인데도 직행은 없어서 지하철을 12호선 -> 9호선 한 번 갈아타고 갔는데... 나중에야 찾아보니 도보가 더 가까운, 진짜 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걸었다가 무릎이 탈날까봐 지하철을 갈아타고 돌아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교통비가 싸서 (360원) 부담은 적었다.
예전에 서울에 처음 올라온 한 연예인의 경험담, 강남역에서 신논현역 교보문고가 먼 줄 알고 지하철로 고속터미널까지 가서 갈아타고 빙 돌아서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걸어갈 거리였다고 하는 것과 비슷했다 😁
첫날은 그렇게 조심조심 했고, 나이가 들면 여행에 어떤 장벽이 생기는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그 서점에서 '여기까진 왔는데 이제 호텔 돌아갈 때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면 난 이제 어떡하지? 6박 남은 이 여행은?' 같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젊은" 애들은 이 심정 모를 거야 😭 .
하지만 다행히도 내 무릎은 괜찮다는 게 밝혀졌고 남은 기간 내내 매일 13000-14000보 사이를 걸으며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작년 여행에서 가장 기뻤던 점이었다.
그리고... 늦가을에 심한 설사병을 겪으면서 내 신체에 "항x"이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끼게 되었다. 밤에 누워있어도 화끈화끈... 😳😵💫
이것도 며칠 고생했고 만성 질환으로 갈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회복이 됐다.
그래서 새삼 또 생각했다.
어릴 땐 그저 그냥 숨쉬고 뛰어다니고 화장실 가고...아무 생각없이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 탈이 나기 시작하니 신체 기관들이 하나하나 아우성을 치고 그 부위들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전에는 그 존재들이 그렇게 중요한 지도 몰랐어.
아악.
앞으로 계속 계속 이 부위 저 부위가 고장나겠지만
신체 기관의 위치를 하나하나 재확인 하는 일... 덜 겪고 싶다.
요즘 추가로 노화와 함께 또 느끼는 건, "코" 가 붙어 있다는 것. ㅠ 잠에서 깰 때 내가 방금 전까지 코를 골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드르렁. 꼼짝없이 중년 여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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