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기에 편도 항공권만으로 프랑스에 입국했는데, 막상 돌아오는 비행편을 파리에서 예약하려 하니 유럽에서 출발하는 마일리지 비행편은 세금이 너무 비쌌다. (여행 성수기 전이고, 나처럼 세금 문제 때문에 발권을 기피하기 때문인지??🤔 예약하려고 하는 날에 이코노미 좌석은 항상 남아 있었음)
세금 35만 원 가까이 지불하는데 + 내가 그동안 모은 35,000마일도 함께 날아감.✈️ 뭔가 마일리지 모은 장점이 없어지는 느낌. 하지만 중국 항공사의 유럽->중국 편도 항공권을 40만원대에 사면, 내가 추가로 중국->한국 항공권을 끊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중국 여행도 할 수 있고 35,000마일은 안 쓰고 남으니까 다음에 편도로 미국이든 유럽이든 훨씬 더 적은 세금만 내고 갈 수 있음. 한국 출발편은 편도라도 세금이 그리 비싸지 않다.
고민 끝에 여행 비자도 갖고 있는 중국으로 가기로 결정. 내가 구입한 중국남방항공 편도 항공권도 세금은 32만원 정도로 대한항공 세금과 비슷하다. 단지 중국 항공사가 합계 11시간 정도 걸리는 암스테르담->베이징 ➕️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운임 "11만원대"에 내놓아서 이렇게 저렴해지는 것. 시간당 만원짜리 비행? 🛩
이런 물량 공세(?!) 덕에 블로그에서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저가 항공"이라고 쓰는 걸 볼 수 있는데, 사실 중국남방항공은 매출액 세계 8위, 항공기 보유 대수 세계 5위 등등 대한항공+아시아나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큰, 아시아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곳이다.
내가 발견한 한국 사람들 블로그 여행기 특징이란...
대한항공/아시아나는 그냥 "나 타고 간다~~"인데, 두 항공사 제외 모두 '저가 항공'으로 분류된 외항사를 이용하게 되면 내가 왜 그 항공사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가 되었는지 구구절절 설명한다는 점인데 😆 지금 내가 그러고 있네. 🇰🇷 나도 한국인이니까.
대한항공이 빼어난 항공사여서가 아니라 국적기 항공권은 자국에서 비싸게 파는 게 보통인데, 이게 사람들에게 "한국 항공사 = 고급, 외항사 =저가" 라는 편견을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가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항공사를 이용하면서도 '저가 항공이라 걱정했는데 괜찮았어요'라는 후기마저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항공사에는 여러 편견이 있지만 다행히 내가 탄 비행편은 운항 2년 정도 된 새 비행기여서, 같은 A350이라도 내가 파리 갈 때 타고 갔던 아시아나 항공기보다 화장실이 훨씬 깨끗하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최신이었다. Picture in picture로 두 화면을 크기 조절해가며 동시에 볼 수 있는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써봤네. 진짜 기내 화장실 들어갔다가 엄청 놀랐다. 너무 깨끗해서. 이게 무슨 일이야.
(다른 기체를 타보니 아시아나 a350 화장실이 상대적으로 너무 오래됐다는 게 확 느껴져서 내가 탔던 아시아나 기체 조회해보니 운항한 지 3년 반도 안 된 기체...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화장실 관리 안 한 거?)
문제는 좌석 설계 각도가 잘못된 건지 뭔지, 대체 어떻게 자세를 잡아도 불편해서 잠을 많이 못 잤다. 내 앞사람은 신기할 정도로 내내 의자 한 번 젖히지 않고 가는 사람이라서 좌석 간격도 충분했었는데도 말이다. 원래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편은 피곤해서 그냥 잠들기 마련인데 자주 몸만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했다🤢. 기내에서 틀어뒀던 영화 한 편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 사이에 안 잔 건 아닌데, 귀국 항공편치고는 정말 계속 깸. 그나마 중국 국적 항공기는 전쟁 중인 러시아 영공을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9시간 10분 만에 베이징 도착.
원래 종이 수집 취미가 있긴 하지만 여행 기념으로 기내지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2년 전에 "돈"문제라면 남부러울 게 없는 카타르 항공마저 기내지가 없어진 것을 보고 '아 이제 종이 시대의 종말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국 항공사에는 여전히 기내지가 있었다.
특히, 갖고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갖고 내린 중국남방항공 기내지 5월호에는(탑승 당시 6월이었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 도서관과 서점 문화가 소개되어 있어서, 갖고 내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른 중국 항공사도 탔는데(이건 진짜로 저비용 항공사), 거기에는 기내지를 자리에 두라고 되어 있었다. 예전에 대한항공 기내지에는 "탑승 기념으로 간직하라"라는 문구도 있었는데, 남방항공은... 갖고 내려도 되는 거 맞겠지? 기내에 그냥 두라는 문구는 없는 것 같음.
중국에는 여전히 '책과 글'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듯 하다. 요즘 한국 드라마는 '웹툰'을 기반으로 많이 만들어지지만, 중국의 유명 드라마는 대부분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의 도서관이나 서점은 약간 허례허식이나 '소셜 미디어에 사진으로 남기 위한 발악'처럼 보이긴 해도 엄청 크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여러 장소들이 기내지에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다.
2022년에 카타르 항공과 핀에어를 타고 유럽을 오고 가면서 '이제 기내지 종말의 시대를 맞이했구나' 했었다. 이번에 갈 때 타고 간 아시아나 항공에도 기내지는 없었다. 아시아나 항공 기내지 아카이브 사이트를 보니, 코로나 여파에 허덕이던 2020년 12월호가 마지막호인 듯 했다. 그래도 중국 항공사 탄 덕분에 기내지에서 새로운 정보들을 얻게 됨.
한 번 가보고 싶은 도서관, 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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