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 롤랑가로스를 시작으로 이어진 이번 여행에서 거의 야간 경기를 봤기 때문에 2-3일을 자정을 넘겨서 호텔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무섭진 않았는데, 숙소를 대부분 대중교통 정차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구했고, 대중교통에는 밤 12시에도 꽤나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가장 공포스러웠던 순간은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내린 후 😱.
밤비행기가 늦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서울이니까'라고 생각하며 너무 안일하게 비행기표를 예약한 게 잘못이었다. 내가 택시 타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데..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편이 많이 끊겼다. 파리는 00시 넘어도 선택지가 많던데?! 우리집이 그렇게 서울 외곽도 아닌데..?!?!
내가 앱으로 조사했던 것보다 공항버스 막차가 한 대 더 있긴 했는데, 그걸 확인한 그 자리에서 30분을 기다려야 오는 거였다. 하루 동안 공항 2개를 거치며 각각 두 시간씩 총 4시간 이상 비행기를 기다린 상태에서 또 30분의 기다림을 추가하고 싶지 않아서 공항철도를 타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건 '공항철도 타고 30분 지나면 적어도 김포공항 근처까지는 갈 건데, 여기서 기다리면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인천이잖아' 였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생각이었고, 밤늦은 시간은 배차 간격이 길어서 공항철도가 10분 후에야 왔고 김포공항까지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아무튼 지하철을 갈아 타고 와서 끊기지 않은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약간 더 멀어진 역 하차.
0시를 넘긴 승강장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저쪽으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보였다. 그쪽으로 이동하려는데 거기서 술취한 아저씨가 좀비처럼 걸어오고 있었는데 너무 무서웠다. 🥶
그 사람과 멀어지기 위해 몸을 휙 돌려서 다른 출구로 갔는데 이쪽엔 계단 밖에 없다. 2주 가까이 짐 들고 다니느라 지쳤는데 자정을 넘긴 시간에 짐을 들고 다시 계단을 오를 체력은 없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좀비 아저씨 쪽으로 이동. 그분이 말을 걸거나 내쪽으로 휘청일까봐 걱정하면서 서서히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교차했는데 아무 일 없이 서로 지나쳤다. 휴우...
파리로 출발하기 전에 야간 경기 관람을 그렇게 걱정했는데 가장 무서운 순간은 서울에서라니.
버스를 타고 나름 사람 왕래가 많은 동네 근처로 이동했지만 (집앞에 가는 버스는 다 끊김) 모두 예약으로 부른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나만 남았다.
나도 택시를 싫어하지만, 택시기사도 싫어하는 승객이 있다. 바로 공항버스에서 내린 승객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짐도 실어야 하는 데다가 공항버스를 집 가까이까지 타고 와서 잠깐만 이동하는 것이므로 푼돈밖에 안 되어서.
버스에서 내렸을 때, 빈차 표시 등을 켠 택시가 있어서 그쪽으로 후닥닥 가려는데, 갑자기 "예약"으로 표시 등을 바꾸고 출발하는 것도 봤다. 기막힌 시간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짐가방 들고 5분 거리를 가려는 나를 보고 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생전 처음으로 택시 앱을 깔고 차를 불렀다. 사용이 미숙해서 만나는 점을 찍지 못해서 어렵게 만났지만, 아저씨는 가까운 거리 이동을 승낙한 좋은 분이셨고 차도 스포티지라서 공간이 남아서 짐을 트렁크에 싣지 않아도 됐다.
휴우.. 잠시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고
집을 눈앞에 두고 새벽 1시를 바라보며 막막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사히 돌아오니 또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네.
🤗
무사히 돌아오고 나니, 그 술취한 아저씨 귀가는 하셨는지 모르겠다...하는 생각마저 든다. 계속 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몇분째 승강장만 배회하고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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