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나'에 대해 느낀 점은...
아무리 노력해도 호기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삶을 유지하는 비결은 호기심과 반짝반짝 눈빛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하는데...
그게 그거네 싶고
뭐 다를 게 있겠어 싶고
이런 맘이 드는 것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서글픔.
이것과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 느낀 것은 '엄청 무던해졌네' 이런 거.
어떤 숙소에 들어서도 '이 정도면 괜찮군' '무난하군'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
나는 아무 일도 겪지 않고 잘 지낸 숙소에 대한 험악한 후기들을 종종 보게 되는데, 방문객들이 날조를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다행히 그런 일은 겪지 않아 좋게 생각하고 넘어간 숙소였는데, 나중에 악평이 중첩되는 걸 보면 '내가 너무 무던했던 걸까?' 생각마저 하게 된다.
내가 accor 사이트에서 예약해서 묵었던 어떤 숙소의 booking.com 후기 중에, 내가 체크아웃한 뒤 1~2주일 정도 지난 날짜에 내가 머물렀던 똑같은 방 번호를 딱 집어 거론하며 "화장실에서 악취가 남.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방 같음" 이라는 평을 쓴 프랑스어 후기가 있는 것을 보고 충격 받음. '내가 있었던 방 번호인데!??! 악취!?! 내가 그렇게 둔한가?' 😷
화장실이 새것처럼 깔끔하단 느낌은 못 받았지만 악취까지는 느끼지 않았는데...??!? 내가 그렇게 무딘가??
그 사람이 방 번호를 착각했을 수도 있고, 내가 체크아웃한 뒤에 다른 문제가 있어 악취가 생겼을 거라고 짐작해보지만.. 한편으로는 설마 후각이 엄청 무뎌진 건 아니겠지 하는 고민이 찾아오기도. 본인 체취 몰라서 주변 사람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있는데, 후각이 둔해지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고민이 가지를 뻗침.🤦
'여기서 안달하면 뭐해. 다 거기서 거기지 뭐'가 사람을 둥글둥글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협이 다가와도 눈치채지 못하게 되거나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만들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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