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




중국에 8개월간 잠시 살았을 때는 전혀 중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공기가 너무 나빴고, 할 수 있는 게 한정되어 있었으며, 택시는 깜짝 놀랄 정도로 더럽고, 사람들은 불친절했다.

하지만 10여년이 넘게 흐르고..
요즘 중국 도시들은 어디나 아련하고 좋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항상 "중국에는 내 20대 시절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 25세에 가서 만 26세가 되기 전에 떠났던 중국.
그뒤로 15년간 공항 환승으로도 가지 않아서 다른 어떤 추가된 기억이 없고 
중국...하면 늘 20대 시절의 (뜻모를) 쓸쓸함과 첫 외국 살이에 적응하던 날들, 다 큰 어른인 척 했는데 실제로는 어리숙했던 날들... 그런 기억들과 연합되어 있다.

그래서 40대가 된 이후로 "그 시절에 대한" 늘 알 수 없는 그리움과 겹쳐 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 3번째 방문을 마친 파리.
서울로 치자면 분당이나 수원 같은 근교 도시에 대부분 머물긴 했지만 '넓게 보자면 파리'에 3번 방문해서 합계 총 22박을 했다.

이제 뭐 신기한 것도 없고, 딱히 명분도 없고...
이번에 파리를 떠날 때 '다른 유럽 도시는 나중에 가더라도 파리는 이번 방문이 이제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상하게도 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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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니... 소위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내가 여기서 좀 더 나이가 들면 [내 40대 젊었던 날의 상징]이라는 게 덧씌워져 파리를 그리워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렸을 때엔 당연히 :중년:이라고 지칭했을 나이에, 
2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호텔 옮기는 거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뭘 봐도 두근거리는 건 없고. 
그래서 늙어간다고 생각했는데...
60대쯤이 되어 이 날들을 돌이켜 보면, 이 동네 저 동네 가보고 싶어서 매일매일 호텔 옮기던 호기를 부릴 때가 꽤나 파릇파릇한 청춘이었다는 생각이 들겠지 싶다. 그런 날들로 다시 돌아가고 싶겠지. 

내가 그리워할 줄 몰랐던 중국 도시들을 지금은 좋아하는 것처럼
별 애정이 없다고 생각했던 파리도 언젠가는 내 '어렸던' 40대 상징처럼 느껴져 그리워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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