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테니스계에 큰 사건(도핑)이 터져서 수년 만에 '테니스 갤러리'라는 사이트에 가봤다.

거의 십수년 전에 네이버 같은 것도 흥하기 전, 거의 유일한 테니스 정보가 나누어지던 곳이었는데 거기 찾아오는 사람들의 험한 말투, 상대방에 대한 욕설, 이런 것 때문에 수년 전에 발길을 딱 끊었었다.

사실 늘 글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곳인데도 그놈의 호기심 덕에 한 번 가봤는데...

예상보다 자세한 정보가 있기도 했지만
수년이 흘러도 여전한 욕, 상대방 비하...
이런 게 익명 공간이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쩡하고 우아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어떤 사람이 익명의 이 공간에서는 이렇게 더럽게 남을 깎아내려 가며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이렇게 본성이 드러나는구나...하다가
'욕 하고 지저분하게 말 하는 게 인간 본성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명게시판은 다 왜 그럴까.
굉장히 오랜만에 대학 동문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재밌는 걸 알려주겠다며 재학생들의 익명 인터넷 공간을 알려줬었는데, 저질적 글 수준에 금방 발길을 끊은 기억이 난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있던 '천리안' '나우누리'에도 익명게시판 수준은 처참했었지.

물론 예의차리고 사회생활하다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를 발산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막말을 하고 지저분한 얘기를 하는 게 "본연의" 모습인 거라면...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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