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룸 타입 명명, 하지만 전망이 아름다운 바닷가 숙소 - 그랩 디 오션 송도 Grab the Ocean Songdo



그래도 부산 여행이니 창문 한가득 바다가 들어오는 숙소를 찾다가, 비수기 저렴한 가격 + 체인 호텔이 아닌 것 치고는 꽤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송도해수욕장 - 그랩디오션을 예약했다. 여름을 벗어난 비수기라서 그런지, 기본 룸에서 오션 스위트로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요금이었다. 

타인들의 후기에서 그랩디오션의 스위트 후기를 찾으니 아래와 같은 룸 타입 사진이 많이 나왔다.




위의 사진이 '주니어' 스위트라고 하니 오션 스위트는 더 좋겠군...하고 기대가 높아짐. 하지만 방에 올라가 보니...




이게 다 였다.
이게 어딜 봐서 스위트!?!? 
프론트 데스크로 전화해서 다시 물어봐도 우리 방이 오션 스위트가 맞다고 한다.
세상에... 자그마한 탁자와 의자 갖다 놓고 이게 스위트라는 거야?
웬만한 호텔 스탠더드룸이 이렇게 생기지 않았나?!? 🙎





호텔 예약 사이트를 다시 자세히 보니, 정말로 우리 방처럼 생긴 룸에 오션 "스위트" 테라스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리고 이 호텔의 오션 스위트에는 소파가 없는데, '주니어' 스위트 방이 더 넓고 소파가 있었다. 이건 매우 이상한 분류인데!?!

보통 호텔에서 스위트는 분리된 침실과 거실을 가진 룸을 말하고, 주니어 스위트는 거실 형태는 있지만 가벽 정도로 애매하게 침실-거실 공간이 분리된 룸을 통상적으로 가리킨다. 딜럭스 룸과 스위트 룸의 중간 단계에 주니어 스위트가 존재.

하지만 완전히 반대로 이름을 붙여놓은 이 호텔;;;; 굳이 '주니어'란 단어를 쓸 거였으면 차라리 맨 위 사진 속 방이 오션 스위트이고, 우리 방이 주니어 스위트가 되어야 그나마 용서 되는 거 아닌가. 여기는 오션 스위트 방 크기가 24-26m², 주니어 스위트가 더 큰 33-36m² 프리미어 스위트가 66m²이다.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호텔의 오션 스위트는 스위트라는 단어를 빼고 몇몇 호텔에서 채택한 방식인 '라지 larger room' 정도의 이름을 붙이는 게 차라리 나아 보인다. (21-23m² 수피리어, 딜럭스 룸도 있어서)

나중에 좀 더 찾아보니, 부산 해수욕장 주위 소규모 바닷가 전망 호텔은 저렇게 창가에 의자 한 개 갖다놓고 오션뷰 '스위트'라는 이름을 붙인 경우가 몇몇 있었다. 
이게 '부산 스타일'인가봐. 그냥 내가 잘 몰라서 이렇게 된 거지 뭐. 가족들도 '이 가격에 뭘 더 바라는 거냐?'라고 해서 그냥 하루를 지내기로 함. 

소규모 호텔은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걸 많이 봐서 좀 꺼려지기도 했는데, 이 호텔은 해외 브랜드를 달고 있지 않은 것 치고는 20층의 대규모 호텔이었고 평점도 꽤나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선택. 부산역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 아저씨가 네비게이션에 호텔 주소 - 송도해변로 97을 입력하니 '베스트웨스턴'이라고 나온다. '아, 그래서 호텔 규모가 컸구나'하고 이해하게 된 순간. 

예약하면서 '해외 브랜드 안 끼고 이렇게 고층 호텔을 짓는 경우는 한국에선 잘 없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체크인한 뒤에야 정보를 다시 찾아보니 이 호텔은 원래 2019년 '베스트 웨스턴 플러스 송도'로 개관한 거였다. 그 뒤 2023년에 '그랩 디 오션 송도'로 재개관했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2차선 도로를 두고 바로 건너편에 있어서 뭐 여름이라면 수영복 차림에 맨발로 바다로 건너가도 될 정도로 보였다. 내가 위치를 알고 있었던 페어필드 송도 호텔보다 그랩디오션이 좀 더 해수욕장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근접 지하철역은 없지만 버스 정류장은 도보 4분 정도 거리이고,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보니 부산역까지 22분 정도 걸렸다. 부산역에서 택시를 타면 만원 안팎 요금에 20여분 정도 소요. 호텔 1층에 CU 편의점, 스타벅스가 있고 2층에는 북창동 순두부 같은 식당도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꽤 규모가 있는 호텔임을 알 수 있음.






호텔 앞바다에는 송도 해수욕장의 특징인 해상 케이블카가 바로 보인다. 8명 정원인데 비수기라서 그런지 일행끼리만 소규모로 태워주기도 해서 한 번 타볼만 하다. 여름철에는 케이블카 내부가 매우 덥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수기인데도 외국인 관광객도 많고 줄도 좀 서서 기다렸을 정도이니 성수기에는 8명 꽉꽉 채워 태우지 않을까 싶다. 매표소에 그랩디오션의 키 카드를 제시하면 1인당 2000원 할인. 






원래는 케이블카 타고 건너가서 암남공원의 조개구이를 먹으려 했지만, 먹자골목(?) 시설 정비 중이어서 허탕쳤다. 😵 다시 케이블카 타고 송도해수욕장 쪽으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로 조개구이 먹고 호텔로. 






사진에 보이는 게 방의 전부인, 비록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좁은 스위트였지만 2019년에 새로 지은 호텔이니 만큼, 그리 낡지 않아서 시설은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코로나 이후로 시설 관리 인력을 줄여서 야간에 호텔 설비가 고장 나면 꼼짝없이 그냥 버텨야 하는 호텔도 있는데, 이 호텔은 샤워기 작동 불량을 직원이 올라와서 고쳐주었다. 샤워기가 작동이 안 되니 ... 솔직히는 '이 정도면 방 바꿔 줘야지. 드디어 진정한 룸 업그레이드 받을 기회인가? 🫣'하고 홀로 설렜으나, 그냥 고쳐주고 가심. ㅎㅎㅎ


바다가 한가득 눈에 들어오는 뷰는 정말 좋았고,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이자 최대 강점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해질녘은 못 봤지만 일출을 보기에도 좋고 인적 드문 바닷가 아침 산책도 좋았다. 0.5초 동안 모나코 해변처럼 보이기도 한다. 😆






왠지 성수기보다는 비수기 여행이 한적하고 더 좋을 듯한 이 곳. 부산의 여러 바닷가 중에 별 생각없이 고른 곳이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잘 갔다왔다는 생각이 든다.


장점 

- 4성급으로 분류되어 있는데도 가격대가 합리적인 바닷가 숙소. 오션뷰 룸은 창문 가득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 2019년 12월 개관해 아직 깨끗하고 좋은 건물.
- 1층에 편의점과 스타벅스가 있고 4층에 코인 세탁실 있음.



단점 

- 잘 때는 그렇게 불편하진 않았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이상하게 허리가 아팠던 침대.
- 와이파이 감도 나쁨. 특히 와이파이에 의존해야 하는 외국인들 후기에 이 단점이 많이 등장했는데 실제로도 느림.
- 일회용 슬리퍼가 아닌 다회용 슬리퍼 제공. 낭비는 덜 되겠지만 사용하기에 약간 찜찜함.
- 해운대/광안리/송정에 비해 근접한 지하철-기차역 없음. 부산 타지역으로 이동할 때 이동 비용이나 교통 체증에 따른 이동 시간 증가 가능성.
- 타워식 주차 방식,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후기가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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