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일



오래 전 대학생 시절.. 무려 20세기에(!)ㅋㅋ 술먹고 넘어져 오른쪽 귀 부분을 다친 적이 있다. 꽤 걱정했었지만 그 날 이후 2주 만에 (귀가 아플 수도 있는)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을 무사히 다녀왔을 정도로 회복은 되었다. 그런데 그 뒤로 약한 이명을 얻었다.

대학교에 딸린 부속병원이 있어서 학교에 일정 회비(당시 특정한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남)를 내면 진료비 할인이 되었기에, 학교를 다니며 옆에 붙어있는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다녔다.

그때도 백발이셨던가...나이가 많으신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치~~~ 소리가 나요?
윙~~~ 소리가 나요? 이런 식의 이야기 나눴던 게 갑자기 떠오르네.

완전히 소리가 차단된 작은 방에 들어가 나의 이명이 어느 정도 소리 크기인지 측정하는 그런 검사도 받고 그랬던 거 기억난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큰 소리는 아니었고, 그저 '내가 다치기 전에는 이 소리가 안 났는데 다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을까나?' 하고 다녔던 병원이었다. 

밤에 잠들기 전에 소리가 들려 불편하다는 이야기에 선생님은 한 달 분량 xanax를 처방해 주셨다. 나는 그게 이명에 관련한 약인 줄 알았다. 결국 차도가 없어서 병원에 안 다니게 됐지만, 그 약은 남게 됐고 그걸 먹으면 잠이 잘 와서 이명 약보다는 수면용으로 복용했던 것 같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미국 영화 같은 데서 xanax 먹는 사람 스토리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서 그제야 그 약은 꽤나 유명한 "항불안제"라는 걸 알게 됐다. 사실 이명은 딱히 고치는 방법이 없으며, 나의 이명은 아주 심한 게 아니었고 밤에 잠 들기 전 세상이 조용할 때 들리는 정도이니, 그저 이 약 먹고 맘 편히 잘 자라... 라는 뜻에서 처방해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 밤, 20세기에 날 놀라게 했던ㅎㅎ 정도의 오른쪽 이명이 이제 가끔은 왼쪽에서도 똑같이 들린다는 게 느껴졌다. 그때 병원에 다녔던 건 심한 이명이 아니라 그저 내가 예민해졌기 때문일까? 이젠 이 정도 소리는 그냥 자연스레 참고 사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레 수십년 전 그 시절이 생각났다. 의사 선생님 아직 살아 계시려나?

십수년 만에 떠올렸음에도 선생님 성함이 기억이 나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세상에.. 2025년 1월에 부고가 있네. 딱 한 달 전쯤 돌아가심. 부고 기사를 보니 아드님도 의사.

어느 새벽에 이명 때문에 갑자기 생각의 가지를 친 일을 글로 남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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