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약속에 늦을까봐 허둥지둥 나왔다.
3월에 베이징에서 이미 28-9도 쯤 되는 여름 날씨를 겪고 왔고, 며칠 전에도 온도가 많이 올랐었기에 마음은 이미 살랑살랑 원피스 정도만 입고 나가고 싶지만, 오늘은 날씨가 쌀쌀해져서 어떤 옷과 신발을 맞춰야 될지 감이 안 온다.
갑자기 신발도 바꾸고 가방도 바꿔서 튀어나왔는데, 봄/가을 정도에만 어울리는 이 신발이 적응 기간이 필요한 신발이라 물집을 방지하기 위해 밴드 같은 것을 사서 발뒤꿈치에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친구가 연락이 와서 다행히(?)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해서 밴드를 사서 붙일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함. 그런데 2022년 겨울 이후 들고 나가지 않았던 가방의 앞주머니를 열어 보니...
오잉? 밴드가 2개 나옴.
별거 아닌데도 굉장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이렇게 필요한 게 제때에 딱 나타나 줄 수도 있는지 🤗. 게다가 발 양쪽에 붙여야 하는데 한 개도 아니고 두 개?? 넘 좋군. 포장 종이가 삭아 누래질 정도였지만 이 행운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도 찍어뒀다.
2022년 이후 저 가방을 안 쓴 이유는...그때 저 가방과 함께 2주 가까이 호텔에서 숙식하며 일했던 시기가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인데, 그때 손가락에 낫지 않는 깊은 상처가 나서 매일 밴드를 휴대하고 다녔던 게 생각남. 방수밴드도 사서 붙이고 그랬지만 그 이름값에 비해 방수는 어림도 없었고 매일 바꿔 붙이느라 신경썼었지.
그때의 흔적인가보다.
친구가 초대해준 샴페인 시음 행사는 꽤나 즐거웠고
많은 정보도 얻었다.
7-8잔 가까이 마셨기에 대낮에 취해서 헤롱대며 나와서 친구랑 헤어지고 문자 메시지를 열어보니 ...💀
데이터가 400mb 남았다고 경고가 들어온 문자를 보았음에도 폰을 가방에 넣어둔 게 화근이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데이터 0mb 남았다, 데이터 사용비용이 10000원 초과했다, 데이터 사용 비용이 20000원 초과했다".... 이런 내용이 차곡차곡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폰을 테더링해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정작 데이터를 보내주고 있는 폰에서 이 난리(?)가 나고 있는 줄은 몰랐음.
🤯😵
친구와 오랜만에 좋은 행사에서 비싼(?) 거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수만원의 비용이 휴대폰 요금으로 지출됨.
술에 취해서 늦게 눈치챈 것도 웃김.
아아악.
역시 공짜로 얻어지는 행운은 없구나.
지난 십수년간 낸 것중 최고의 통신비를 지출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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