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울 때 굉장히 습득하기 어려운 게 '어감'이 아닐까 한다.
대화할 때 상당히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내 스리랑카인 제자들도 미묘하게 단어를 적재적소에 못 쓸 때가 있다. 한국 대학교에서 학위 논문을 써낼 정도의 학생들이지만 모국어의 영향으로 '오다'와 '가다'를 한국인과 반대 개념으로 쓰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 제가 올게요") 한국어 '어감'이 생겼다면 쓰면서 이상한 게 느껴질텐데, 외국어라서 감이 안 오는 것이다.
나도 (대본만 있다면) 영어로 행사 사회를 보라고 하면 볼 수도 있지만... 사실 "can you....?" 에 비해 왜 "could you...?"가 더 정중한 표현인지는 아예 감이 없다. 그냥 그렇다고 하니까 배워서 쓰는 것일 뿐, 타인이 나에게 이렇게 단어를 바꿔 쓴다고 해서 내가 받는 느낌이 달라지지 않는다.
중국어의 경우에도, 오래전에 EBS교육방송 들을 때 진행자가 "여러분 외국어를 제대로 공부하면 그 나라 언어로 '사랑해'라고 했을 때 간질간질해야 해요' 라고 하면서 진행자들끼리 我爱你。워아이니 하면서 둘이서 간지럽다고 난리치던 게 아직 기억에 남는데, 나에게 아직 간질간질한 외국어는 없다.
중국 드라마에 나오는 중국 노래를 몇번 반복해서 들었지만 느낌이 오는 가사는 없었는데... 중국어 노래 중에 유일하게 들을 때마다 마음에 유난히 박히는 가사는 있다. 이 노래는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고, 알고리듬에 의해 듣게 됨. 이 가사에만 어감이 생긴 건가?
"我们回不到那天"
우리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이 가사 들을 때만 유난히 마음이 아프다.
이 글은 맥주 한 캔 하면서 2014년 RG F。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쓴 글이다. 아쉽지는 않지만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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