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뷰티]를 보면, 주인공 아들이 자기가 촬영한 영상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겠다며 비닐봉지가 바람에 휩쓸려 낙엽과 함께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순간을 친구에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사춘기 소년이라 그런지, 그 비닐봉지를 15분이나 지켜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주절주절 말한다.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는 나도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훨씬 나이 들고 지금 보니 그냥 뭐...)
오늘은 쨍한 날씨에 바람이 좀 강한 편인데, 거리를 걷다보니 내 눈 앞에서 비닐봉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는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영화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지 10여 년은 넘은 것 같은데, 바람에 날아다니는 봉지를 보자마자 '앗 아메리칸 뷰티같아'라는 생각이 나서 폰 카메라를 켰다.
오잉?
카메라를 켰을 무렵 내 눈높이에 있었던 이 비닐봉지는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하늘높이 가로수 키를 넘어, 전깃줄 높이를 넘어 날아가버렸다. 길거리에서 바람을 타고 휩쓸리는 봉지가 저렇게 높이 날아오르는 것은 처음 봤다.
이게 내가 비닐봉지를 찍은 사진이라고 주장하기에 그런 거지, 사실 그냥 보면 사진 속 저 허연 물체가 땅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올라간 비닐봉지라고는 식별할 수 없을 정도 높이까지 올라가버렸다.
바람을 잘 타면 비닐봉지도 저 높이 갈 수 있군.
저렇게 날아오른 봉지는 어디에 착륙할까.
코리안 뷰티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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