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페이스북에 썼던 글




2009년까지 스리랑카에 2년 산 뒤 가장 변한 것은, 성냥을 켤 줄 알게 되었다는 것과 바퀴벌레와 쥐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넘긴다는 점이다. 

나의 집에 있던 가스렌지는 가스를 분출시킨 다음에 따로 발화를 시켜줘야 쓸 수 있는 제품이었는데 처음 혼자 살게 되었을 땐 성냥에 불을 붙이지도 못했다. 아마도 어릴 때 손을 덴 경험이 있어서 일 거다.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겠기에, 몇 번이나 불을 붙이는 데 실패한 뒤에야 바들바들 떨며 성냥개비를 가스렌지 위에 냅다 던지곤 했다. 그것도 몇 달이 지나자 성냥개비의 끝부분까지 타올라 손에 불이 닿기 직전까지 성냥개비를 가지고 노는 상태로까지 발전했다. 신기했다. 정말로, 난 스리랑카에 살지 않았다면 아직도 성냥에 불을 붙이지 못했을 거다. 

또 하나는 초대형 곤충들과 쥐에 익숙해졌다는 점인데.... 스리랑카엔 늘 초대형 바퀴벌레가 날아들어와 방바닥에 배를 뒤집고 죽곤 했다. 내 기억엔 분명...2007년 12월만 해도 홈스테이 하던 집 화장실에 바퀴벌레가 있다는 이유로 그 화장실에 들어가지도 못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2009년쯤 되니, 거실에 바퀴벌레 시체가 두어 구? 마리? 엎어져 있어도 본체만체 며칠간 방치한 채, 출근하는 경지로 발전했다. 울고양이의 장난감이 되어 험한 꼴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 바퀴들. 울집에 고양이가 오기 전까지 신나게 울집을 활보했던 쥐들... 난 이제 서울에서 쥐를 봐도 놀라지 않는다. 울집엔 더 큰 쥐가 살았거든.

갑자기 옛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 집 부엌에 쪼맨한 바퀴벌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안 놀라고 척척 처리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네....메슥메슥한 속을 잠재우며 겨우 처리했다. 으엑! 랑카의 약발은 이제 다 했나보다.



2025년 추가:

읽다 보니, 거실에 커다란 바퀴벌레 시체가 있어도 며칠씩 그냥 뒀다는 말이 끔찍한데... 그때 내가 혼자 살던 집 거실 규모가 꽤 커서 자주 걸어 다니는 쪽 외에 먼 쪽은 눈길도 안 주고 살았고, 엄청난 🔝층고와 함께 온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집에 들어오는 '괴생명체'들을 막을 수 없었다. 진짜 정체 불명의 생명체도 많이 봤다. 😇




거실에 앉아 있는데 저 높은 난간 사이로 고양이가 아닌 생명체가 얼굴을 내민 적도 있었다. 저렇게 높은 곳인데 🐶개과 동물은 못 올라갈 것 같고...🐱고양이과 동물이라기엔 얼굴이 꽤 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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