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좋아하던 테니스 선수의 은퇴로 테니스 덕질이 막을 내리고
다른 분야를 기웃기웃 하다 보니, 패배로 마음 아픈 일이 많았던 테니스 팬 했던 게 의외로 상당히 마음 편한 덕질인 걸 알게 됐다는 글을 3월쯤 쓴 적이 있다. https://mori-masa.blogspot.com/2025/03/fangirling.html

세계 탑3 정도의 테니스 선수는 진짜로 업계를 움직이는 업계 "갑"이라서, 패배로 마음 아픈 것 이외에는 사회 분위기나 기업 구조 때문에 억지스러운 일을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다른 분야 스타들은 생각보다 업계에서 "을"이었고 자유도가 낮았다. 덕질이란 게 생각보다 기쁜 일보다 힘든 일도 많은데 "을"을 응원하는 것은 좀 더 힘들어 보인다.

최근에 특히 느낀 것,
경기장 가장 좋은 자리에 배우자/이성 친구를 앉혀 두고 경기를 하며 우승 시에 관중석의 가족보다 먼저 여자/ 남자 친구의 행복한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 많은 테니스를 보아 오다가, 파파라치에게 연애 사진이 찍히면 거의 "사과문" 수준의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 연예계 스타들을 보니... 사생활 자유도가 너무 낮은 게 안타까워 보였다. 연애하면 팬이 섭섭해할까봐 조심해야 하는 게 살짝 기이하게도 느껴짐. 






예전에 테니스 대회 자원 봉사를 하다가 대만 테니스 선수의 매니저일을 하는 사람이 친형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사람이 셔틀버스에 전화기를 두고 내린 것을 잠시 도와줌) 2년 뒤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할 때, 경기장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고 보니, 그 선수의 코치와 그 친형이 내 앞쪽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저 사람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저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ㅎㅎ






그날 알게 된 건,
선수가 경기 내내 정말 자주 코치진/가족과 얼굴을 마주치며 안정과 확신을 얻는다는 거였다. TV 중계로는 몰랐던 사실. 물론 TV 중계에도 선수가 player box쪽과 시선을 주고 받는다는 건 보여주는데, 실제로 이 정도로 자주 눈빛과 응원을 교환하는지는 몰랐다. 코치/가족이 앉은 쪽을 정말 자주 보더라.
아무리 팬들의 응원을 먹고 살아도, 사실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얼굴이 주는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것.

스포츠 팬과 연예계 팬이 기본적으로 무엇에 끌리는 지가 상당히 다르다고는 해도, 팬들의 화를 돋구지 않기 위해 인생의 가장 기쁜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의 이름도 언급하면 안 되는 몇몇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 자유도가 너무 낮아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 선수 중에 관중석에 앉아 있는 여자 친구가 매년 바뀌어도 평판에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 많은데  😀 😂 아이돌이나 배우는 그런 거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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