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남



샤워를 하다가 갑작스레 외사촌 새언니를 떠올렸다. 둘째 외삼촌의 큰아들의 부인. 
나와 예닐곱 살 차이나지만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분.

오래 전 막내 외삼촌 집에서, 결혼하는 새 식구를 소개하는 모임이 있었다. 나로서도 2년 만에 외국에서 돌아와 오랜만에 외가 식구들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우리 엄마 집은 6남매 집이었는데 그 가족들이 거의 왔으니 꽤 큰 모임.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는데 그 사촌 새언니가 딸을 안고 나와서 날 보고 "고모한테 인사해야지, 예쁜 고모한테" 라고 해줬다. 이런 인사치레라도 친척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들은 적 없는 😅 나라서, 이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몇년 후 이 언니에 대해 들은 소식은 
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

그러다가 코로나가 창궐해서 사람들 많이 못 만나던 첫해... 셋째 외삼촌 장례식장에서 그 새언니와 마주쳤다. 테이블 건너 나와 두어 칸 떨어져 앉은 그 언니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쾌차하세요
빨리 낫길 바랄게요
곧 건강해지실 거예요

뭐라고 젊은 암환자를 위로해야 할 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마지막에 가족들이 다 나오면서 인사할 때 다시 한 번 마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헤어졌다.


결국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6월에는 타인의 문상을 올 정도였던 그 언니는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후회가 된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 따듯하게 한마디도 못 걸어서. 건강하시라고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해서.

그 언니가 '예쁜' 고모라는 단어 한 마디로 날 기분좋게 만들어줬듯이, 나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생각만 하는 대신에 뭐라도 예쁜 말 건넸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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