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한역에 도착해 일단 지하철을 타고 그 지역을 좀 벗어난 다음에 택시를 불렀다. 나는 작은 짐가방을 들고 다녀서 사실 뒷좌석 아래 부분에 가방이 쏙 들어갈 수 있는데도, 차 뒷문을 열었을 때 가방이 보이면 택시 기사들이 질색을 하면서 트렁크에 넣으라고 소리친다. (잘 알아듣지는 못 해도 그 이야기인 듯) 아마도 짐가방을 바퀴채로 그대로 좌석에 던지는 손님들을 많이 겪어서일까.
이번에도 차 문을 열자마자 아직 내가 아무 것도 안 했는데도 가방 뒤에 실으라는 기사의 짜증을 들은 다음에... 내 힘으로 트렁크에 낑낑 가방을 던져넣고 뒷좌석에 탔다.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한쪽에 무릎 보호대를 하고 여행을 다니는 중이었다. "ling jiu qi。。" 내 전화번호 뒷자리를 말하며 뒷좌석에 착석을 하는 순간, .내가 입었던 긴 스커트가 살짝 말려올라가면서 시커먼 무릎 보호대가 슬쩍 보였다. 나는 옷이 말려올라가서 당황을 했는데, 왠지 기사 아저씨도 당황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다리가 불편한 사람으로 보였나!?!? 🤔
이 아저씨는 내가 택시를 타는 동안 오랫동안 통화를 했는데,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억양이 독특해서 '이게 바로 우한 사투리구나' 하고 도착하자마자 향토색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Didi택시가 호텔 앞에 도착하고.. 기사 아저씨가 말없이 내리더니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주고 가셨다. ㅋㅋㅋㅋ 정말로 내가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라고 파악한 게 맞았나보다. 그동안 다른 택시 불러봐도 짐 꺼내주는 기사는 프리미엄 택시빼고는 못 봤는데 이 택시는 프리미엄도 아니었거든.
2.
우한 지하철역 내부 통로를 걸어가는데, 옛날 중국 민화나 오래 된 중국 영화에 나올 법하게 생긴 남자 꼬마 아이가 저 멀리서 으쓱으쓱 걸어가고 있었다.
'귀엽네?☺️' 하고 생각했는데
키가 1m도 안 될 것 같은 그 꼬마가 성인 어른에 필적하는 카아악~ 소리를 내더니 지하철 역 바닥에 침을 톽 뱉고 가는 광경까지 보게 됐다. 으엑.
조기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함.
보고 자라는 게 저런 것이니까 저렇게 어린 애들도 같은 행동을 하는구나...했다. 실외여도 더럽긴 마찬가지겠지만 심지어 실내에서... 🤦
3.
3개 호텔이 한 건물에 같이 있는 호텔에 머무르게 됐다. 그래도 각각 호텔이 입구가 다르고 독립적인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있다.
뜨악.
호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의기양양 길다란 나뭇가지를 물고 가는 강아지가 인간으로 변신한 것 같은 아저씨 한 분이 이미 엘리베이터에 타고 계신다.
대체 어디서 주웠는지 궁금한 길다란 야생 나뭇가지를 손에 쥔 사람. 인구 1300만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게 무슨?!?! 사람을 봤는데 멍멍이 생각만 남.
잠시 탈까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탔다.
이 아저씨는 호텔 키 카드를 접촉시킨 다음에야 본인이 가려는 층수가 눌러진다는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층 버튼 계속 누르기만 하다가 내가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려는 것 같았는데, 나를 따라서 해봐도 층수 버튼이 안 눌러진다. 내가 아저씨의 키 카드를 보니, 여기가 아닌 다른 호텔.
필사적으로 여기가 아니다, 다른 호텔로 가라..를 중국어로 설명해보려 했는데 "다른"에 해당하는 중국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여기는 丽芮酒店이다" 밖에 말을 못 하겠음.
아무리 들어도 특이한 억양이라고 생각했는지 웃으시며 "너 어느 지방 사람이냐?" 라고 한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더 즐거워하심. 한국인이라고??
아무튼 나는 내가 내릴 층에 도착해서 내렸고, 그 아저씨는 본인 호텔 잘 찾아가셨는지 모르겠네. 처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지팡이도 아니고 방금 꺾어 온 것 같은 커다란 나뭇가지를 쥐고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은 생전 처음 봐서 크게 당황했던 게 잊혀지지 않는다.
우한에서 마주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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