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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ing



오우... 20년 전에 내가 중국에서 살았던 아파트.
택시 타면 목적지 말해야 했으니까 아파트 이름은 당연히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만 , 살았던 동호수는 기록에 안 남겨놓은 줄 알았는데, 당시 썼던 수첩에 남아있다는 걸 오늘 우연히 발견. 👀 

내가 당시에 썼던 유일한 중국어 -> 
" 아파트 이름, 左拐 (좌회전), 右拐(우회전), 到了 (다 왔어요)." 
몇 동앞에서 세워주세요가 아니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면 그저 우측➡️ 좌측 ➡️세워...하면서 택시를 탔었고, 지금처럼 배달이 흔한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동호수는 기억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영영 못 찾을 줄 알았다.






한국식으로 치자면 7동.
첫번째문 1门 501호号. 


5층까지만 있는 계단 아파트라 늘 힘들게 걸어올라간 것은 기억하지만 7동인 것은 정말 기억이 안났다. 아파트 입구에서 가까웠다고 기억해서 2019년에 15년 만에 재방문했을 때 용기를 내어 어떤 아파트 복도까지 들어가보기도 했었는데 거기는 남의 아파트였구나.. ☺️






지금 지도를 다시 찾아보니 아마 8동이나 6동 앞을 서성거린 듯. 아니면 입구에서 금방 좌회전!을 외쳤다고 착각해서 2동 앞을 서성였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집은 입구에서 쭈욱 들어간 7동이었네.






사진 그대로 올라가게 해주세요... 흑흑.
이제 사진 크기 편집해보려 하면 그냥 정사각형으로 뚱뚱한 사진 되던데...
맨 위에 수첩 찍은 사진은 카메라를 완전 거꾸로 방향으로 해서 찍었더니 저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라가더라.


여기 뭔가 익숙해.. 하면서 2019년에 사진 찍고 다녔는데, 위 사진 속 건물은 5층이니 맞을 수도 있는 것 같고





여기도 뭔가 익숙해..이러면서 사진 찍었을 텐데 여긴 4층 건물이라 내가 살던 곳은 진짜 아닐 것 같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려다가, 다시 돌아가서 용기를 내어 안에 들어가봤다.






15년간 잊고 살았던 그 모습이 다시 생각나게 그대로였던 내부. 안 들어갔으면 어쩔 뻔 했나 싶게 생생했다.
출입문 2개가 아주 가까운데, 원래는 아파트 한 집이지만 벽을 설치에서 두 가구로 분리해서 세를 주고 두 가구가 독립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집주인이 오히려 작은 쪽에 살고, 나와 다른 선생님이 큰 거실을 차지하고 두 방에 나눠 살았었다. 그 집 아이 이름 아직 기억하는데... 언젠가 찾아볼까? ㅎㅎㅎ






구글 블로그 웹 버전에서만 사진을 내가 보던 방향으로 올릴 수 있고, 안드로이드 앱은 그게 안 되는 거구나...








외화벌이... 뱡뱡면 값 벌다.



20위엔을 내 돈으로 충전해두었던 알리페이 밸런스.
광고 시청으로 푼돈 홍바오🧧를 받아서 58위엔으로 불려놨다. ㅋㅋ 외화벌이.





광고 클릭으로 38위엔을 받은 건데 38위엔으로는 중국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뱡뱡면 한 그릇 (소고기 몇 점 올라간) 을 사먹을 수 있다.




Biangbiangmian은 중국 산시성 지방의 특산음식으로, 넓적하고 굵은 면을 자랑한다. 방방면 아니고 뱡뱡면이다. "뱡"이라는 한자는 漢文에는 없으나 지방 방언을 표기하기 위해  만든 문자라고 하는데 총 58획으로 가장 획수가 많은 한자라고 한다.






⬆️이게 한 글자.

작년 7월 말로만 듣던 뱡뱡면을 처음 먹어 본 기회.





오른쪽 위 사진처럼 나온 면을 비비면 아래처럼 됨. 고추 기름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제는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면이 진짜 넓적하고 두꺼워서 나중에는 매우 배불렀던 기억. 
한국에는 만드는 식당이 거의 없는 음식이라 중국에서 먹고 오기 잘한 듯. 








마음의 분산


16, 




"这人哪 还得多爱个几样
多分分心
万一要是哪天有一样嘎嘣
崩了
这不还有别的可以指着活吗"

사람은 여러 가지를 좋아해야 해
이것저것 나눠서.
만약 언젠가 하나가 펑 하고 사라져도
그래야 바라볼 다른 게 여전히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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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가 뜸해진 자리에 중국어 공부가 들어왔다??
취미는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말 실감한다.
하나가 사라질 때 대안이 있어야 덜 심심하지.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많았던 드라마 鬓边不是海棠红 빈변불시해당홍.
소개하는 아래 대사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조심.


16회에는 한 가지에만 빠져들지 말라는 대사가 나오고 
8회에는 知己에 대한 대사가 등장하는데, 이 대사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친구에게 오늘 신년인사를 하면서 이 대사를 보내주니, 친구가 덩달아 감동했다.


 


一旦到了知己 你就总觉得欠他点什么 却又没处还
"일단 친한 친구가 되면, 항상 그에게 뭔가를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갚을 길이 없어"

서로 이런 느낌이 드는 사이는... 보통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은 해라"를 바라지 않는 사이이다.




27회. 위의 상황과 대비되는 상황 등장.  
부부싸움 뒤 부자 마나님(왼쪽), 오른쪽은 싸움 말리던 시누이



👸 "당신 나갈 때 도장 두고 나가요. 당신 집안 돈은 모두 우리집에서 나온 돈이에요. ㅇㅇㅇ에는 절대 돈 못 쓸 줄 알아요!"

原来你一直都是这么想的

🤵‍♂️ "당신, 늘 그렇게 생각해왔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음부터 경제적으로 기울어진 결혼을 하면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도 위기가 닥쳤을 때 결국은 나오던 말. 
이런 류 대사는 헐리우드 영화, 아시아 드라마... 어디에서도 다 봤다.

어쩔 수 없는 본심. 
주고 싶을 땐 다 주고 싶어서 줬으면서도 틀어지면 '본전' 생각을 한다. 
결국에는 너와 나 사이의 '채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 또 어떤 관계. 





30회.



"以前不愿意干的事, 现在都心甘情愿了"

"전에는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지금은 기꺼이 하고 싶어서 해요"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은 또 변한다.
그 사이에는 어떤 계기가 있다.

절대 침실에서 재우지 않았던 고양이를 침실에 들여 재우고 오히려 못 나가게 문을 닫게 되던 내 모습,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가 보이면 재빠르게 넘어가던 채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멈추고 시청하는 것.... 😶‍🌫️ 내가 모르는 새에 스르르 일어나는 일들.




33회.




이건 명대사는 아니고... 극중에서 남녀 사이에 최종 결별 선언을 하며 남긴 쪽지인데..
이걸 보는데 나는 묘하게 왜 "돈" 생각이 나던지. 흑흑. 꼭 "돈"이 나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았다.

今生无缘 各自安好 💰🗣"이번 생엔 인연이 없으니, 각자 잘 살자."

나도 너(💶)랑 인연 좀 생기면 안 될까. 각자 말고 같이 좀 잘 살게....





나의 다른 취미, 테니스.

2023년의 마지막 날인데, 테니스 2024 시즌은 이번 주에 이미 시작했다.
올해 1월 호주오픈 2회전 탈락 이후, 처음으로 나달이 경기장에 오늘 복귀한다. 
347일만이라고. 😢😟







중국어가 "들리면서" 느낌이 달라진 단어들



20년 전 중국에 몇달간 살면서 진짜로 你好 한 번 안 써보고 돌아온 나.
(LA 한인타운 내에 살면 평생 영어를 안 해도 미국에 살 수 있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됨)

그래도 책으로 공부하는 언어에 앞서서, 현지에서 직접 듣고 배운 건 있어서 
우리는 흔히 중국 돈을 'yuan위안화' 라고 하지만 실제 발음은 '위엔'에 더 가깝다는 것 정도는 알고 돌아왔다. 그때는 '국제전화카드'라는 걸 사서 국제 전화를 했는데, 잔액 확인 번호를 누르면 자동 응답으로 "XX위엔"이라고 안내해 줬거든.

또 하나 책으로 배우기에 앞서 살면서 생활에서 체득한 것은 
비밀번호는 密码mima(ATM에서 돈 찾을 때 음성 나옴)라는 거, 그리고 한국인은 "10만원 안팎"이라고 하지만 중국인은 "10만원 좌우"라고 한다는 거. 그래서 나중에 중국어를 번역한 한국어 자막을 볼 때 "5만원 좌우로 해서" 이런 자막이 나오면 그 번역은 중국인이나 조선족이 했다는 걸 알 수 있게 됐다.


최근에 중국 드라마를 3년 봤더니, 짧은 문장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한국어 자막없이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란 없다.😖 어찌 보면 귀가 트이는 것보다는 눈👀이 빨라져서 자막에서 한자를 읽고 일치하는 소리를 찾아내는 능력이 예전보다 나아진 느낌이다. 물론 그 중국어 자막이란 것도 끝까지 다 읽지는 못하는데, 예전에는 아예 읽기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했었는데 요즘은 절반 정도는 눈으로 따라간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듣게 되면서 한자어 몇 개의 느낌이 달라졌다. 
한국도 한자를 많이 쓰기 때문에 결국엔 뿌리가 같은 단어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같은 단어도 중국어로 들으면 일부는 전혀 그 느낌이 안 산다. 예를 들면....


恶梦 (emeng) '으어멍'은 장난 같고 악몽이 더 무서운 꿈 같음.
目标 (mubiao) '무비아오'보다는 목표가 더 목적 의식 있게 들림.
将军 (jiangjun) "쟝쥔"보다 장군이 더 위엄있게 들림.
皇兄(huangxiong) "황숑" - 황제의 아들들이 형님을 부르는 말인데, 한국어 '숑'의 어감 때문에 궁중 언어같지가 않고 웃기게 들림.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묘하게 중국어 단어가 더 느낌이 살아나는 게 몇 개 있다.


永远(yongyuan)
"영원"의 중국어 발음은 '용위엔'인데, 이게 애절하거나 극단적인 상황 ("넌 아마 영원히 내 마음을 모를 거야." ) 에 쓰이는 걸 많이 보다 보니, 요즘은 '영원'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보다 '용위엔'이 들릴 때마다 묘하게 더 애틋하다.

身边 (shenbian)
한국어로는 "신변 위협" "신변 보호" 등등 중립적이거나 약간 위험한 상황에서 쓰이는 게 "신변"인데 중국어에선 "곁에"라는 느낌으로 쓸 때가 많다. 그래서 이 단어 역시 "네 곁을 꼭 지킬게" "그때 니 옆에 있어주질 못했어" 이런 상황에서 많이 쓰이다 보니, 한자는 같지만 '신변'에 비해 '션비엔'이라는 단어가 들릴 땐 확실히 몽글몽글하다.





자주 들었던 중국 노래들

 


1. 吻你之時別再躲 - 杨烁

2021년 하반기 - 2022년 상반기에 많이 들음

예전에 블로그에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을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라고 썼네.

"今后留我陪你走"👯‍♀️   https://youtu.be/7GnRUIV3pUs?si=kaeuGGyEYLc2CDn5








2. 命中注定 - 巫咏欢

https://youtu.be/5KP12xThTmc?si=CRD4M-dqbtjndoYN

2022년 하반기 - 2023년 상반기에 많이 들은 노래


가사 중 " 一場被預設的奇蹟" 라는 가사를 좋아했다. 흔한 내용이지만 '미리 준비된 기적' 이런 뜻. 

2022년에 파리에 갔다가 5월 31일까지는 '이 여행은 망했다'는 느낌이었는데, 6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행복한 여행으로 기적같이 반전되면서 '혼자 착각하는' 나를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기적 .. 이 느낌이 뭔지 알게 됨 ㅎㅎ 그래서 곧바로 이런 가사도 이어진다. "並不是我情願故作玄虛" - "신비한 척 꾸며내려고 내가 그러는 거 아니거든~" 🤷‍♀️ 

하지만 본인에겐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들, 또는 "우린 운명이야(= 이 곡의 제목인 命中注定)"...이러는 것들, 사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다. 😎




3. 此生此時 - 王一哲 

https://youtu.be/ms2yZBVTkI0?si=jb62onK-mPDMYmPa

2023년 하반기부터 많이 들음


중국어 노래 가사는 해석이 어렵다. 많은 노래가 각운을 맞추는데, 그래서 '각운 맞추기용'으로 의외의 단어가 튀어나오고, 운을 맞추려고 단어 배열을 바꾸기 때문에 거기서 헷갈린 사람들의 해석이 다 달라진다.🤐 아래 소개하는 노래도 세번째 줄 가사 빼고는 모두" -ui" "-ei" 발음으로 끝나는 노래다. "-ui" 의 실제 발음이 "-웨이"에 더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웨이/에이로 정말 비슷하게 운을 맞춘 것. (예: 에버랜드의 아기 판다 辉宝의 이름도 🐼 중국 발음은 '훼이바오'에 가깝다.)

중국 노래 가사의 몇몇 특징 때문에 해석할 때 저마다 다른 뱃사공이 저마다 다른 노를 저어 산으로 가는 게 흔하지만, 내가 이해한 바 대로 해석한 것을 적어봄. 어떤 부분은 그나마 확실하지만 어떤 부분은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어 그냥 넘겨짚은 부분도 있다. 내가 남들이 해석해놓은 가사를 봐도 '이거 아닌데?' 싶은 적이 있는데, 아마 내가 해석해놓은 거 봐도 남들이 '이건 아니지😤' 할 거다. 

중국 드라마 ost 가사를 보면 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게 두드러진다. 그래서 가사에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섰네---" 이런 극단의 가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은유적인 게 아니라 실제 생사를 넘나든 드라마 내용이기도 하다. 아래 소개하는 노래에서도 "내가 너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싶어" 라는 '뭘 그렇게까지...🥴' 싶은 표현이 나오는데, '그 정도로 너를 아낀다'라는 표현이기보다는 실제 드라마 내용에 가깝다. "경극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라서 가사에 연극/무대가 등장한다.


此生此時 In this life, At this moment.

맨 끝에는 중국어 가사에서 각운을 맞춘 소리들을 써뒀다. 古詩도 아니고 래퍼도 아니고 여전히 이렇게 각운 맞추는 걸 보면 놀랍다.  


일생에 한 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回(hui)

너의 모든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싶어. 罪(zui)

너는 거리낌없이 환하게 웃게 하면서 欢(huan)

뒤에 남은 일은 몰래 숨기고. 味(wei)


일생에 한 번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泪(lei)

갑자기 돌아서서 대비할 겨를이 없어. 备(bei)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해도 상관없이 谓(wei)

뿌연 가운데에서도 꽃망울은 피어나. 蕾(lei)


난 후회하지 않아 悔(hui) 너와 함께 눈보라 속을 걸은 것을 回(hui)

이 한 잔을 비우니 杯(bei) 연극 속에서 영혼이 마주해. 对(dui)

조금 부끄러워 愧(kui) 말은 못하지만 너는 마음으로 알아들었지 会(hui)

이대로 취해 醉(zui) 꿈속에서 너는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지. 美(mei)

소중한 贵(gui) 이 삶에서 그저 마음으로 깨달을 수 밖에 없는 때가 있어 会(hui)

위로할 필요 없이 慰(wei)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碎(sui)

너에게 기대어 偎(wei) 알게 되는 데는 매분 매초도 충분치 않아 会(hui)

청산은 아름다운데 媚(mei) 무대를 돌아보니 비단 자수는 빛이 바랬네. 灰(hui) 

or 

청산은 여전한데 돌아보니 무대엔 아름다운 기억의 잿더미뿐 (여러 해석 가능)



이 가사는 특이하게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此生"이라는 곡으로도 드라마 엔드 크레딧 때 쓰인다. 하나의 가사로 두 노래라니... 특이한 시도인 듯. 나는 곡 분위기로는 위의 "此生此時"를 더 좋아한다.

몇 단어 정도 가사 차이가 있는데 어느 곡을 먼저 쓴 것인지 모르므로, 

어느 곡에 맞추기 위해 가사를 "더한" 것인지, "뺀" 것인지는 모르겠다. 대체적으로는 "此生"이 제목은 짧지만😁 가사가 아주 조금 더 길다.


예를 들면 此生此时의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가사가

此生에는 "우리 둘다(彼此都) 마음 속 상처를 잊는 법을 알고 있지" 라는 식으로 더 자세하다.

https://youtu.be/ehtwuETLFXo?si=eZCYkdhSR4GcvQS_







외화벌이... 드디어 쥬스값 벌다



중국 여행 하느라 알리페이 앱을 설치하고 나서
푼돈 뿌리는 🔖红包가 있다는 걸 알고 종종 앱테크를 함.

한국 앱에 비해, 뭔가 세금도 안 내고 있는 나라의 외화를 버는 것 같아서 뿌듯(?!)함.
그런데 중국에 갈 일이 없으면 쓸 일도 없기는 한데...

알리페이에 한국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중국에서 대부분은 결제가 가능하긴 했는데 종종 안 되는 곳이 있었다. 왜 어떤 곳은 되고, 어떤 곳은 안 되는지 이유도 알 수 없음. 이런 때 가장 결제가 잘 되는 것은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알리페이 balance.

그래서 호텔 직원에게 내가 갖고 있던 현금을 20위엔을 건네 주고 알리페이로 송금받아서 balance 20위엔을 갖고 있었다. 

그 20위엔을 앱테크를 통해 불려서 오늘 35위엔으로 만들어놨다. ㅋㅋ



15위엔을 앱으로 만들어낸 셈인데...
중국에서 15위엔은 펄블랙티 한 잔 가격.





중국이나 홍콩에서 줄 서서 먹는다는 Hey tea라는 브랜드, 7월에 갔을 때 마심. 
과육 많이 들어간 과일차가 더 유명한 곳인데, 내가 다른 브랜드와 착각해서 블랙티를 주문했었다. 사실 아주 맛있진 않았다. 과일차 시킬 걸. 

앱테크로 차 한 잔 사먹을 돈을 벌어놨는데 ㅋㅋ
중국에 다시 언제 가지?






중국 드라마 입문 추천작

 


모임도 없던 코로나 시대의 추운 연말 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갑자기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된 지 3년이 되어가는 것을 기념하며, 중드 시청 시작하기에 좋은 작품을 추천한다. 고유의 의미가 있는 작품을 골랐다.



1. 平凡的荣耀 평범적영요 Ordinary glory (2020년 9월 중국 방영) 총41화


"未到终局,焉知生死"

40회-70회 분량으로 만들어지는 중국 드라마의 첫번째 진입 장벽→ 잘 만들어진 미드/한드처럼 처음 1화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초반 5-6화 분량이 매우 재미없다. 남•여 주인공을 어떻게든 만나게 하기 위한 초반 억지 설정까지 넘쳐나서 탈주 계획 세우게 됨.🏃‍♂️ 심지어 중드는 흥미를 유발하는 편집이 아니라 일정 시간이 되면 회차를 뚝 끊는✂️방식의 편집이 많아서, 애 태우며 다음 회로 넘어가게 만드는 요인도 없다. 여태 '20회까지만 참아보세요. 그 다음부턴 술술 넘어갑니다'가 최고 기록인 줄 알았는데 무려 "34"회까지는 참고 한 번 보라는 작품마저 등장했다(꽤 명작으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임). 대부분의 중국 드라마가 초반이 재미없는데, '중후반에 괜찮아진대'라는 입소문만 믿고 참아가며 봐야 한다.

또한 현대극에선 인기있는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기에 '핫한' 20대 중초반 배우를 출연시키는데, 주인공의 매력을 마구 주입시키려다 보니 나이에 비해 성취가 과도한 인물들이 나온다(예: 20대 중반 배우 ➡️ 로펌 대표). 극중 역할이 운동 선수/연예인처럼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직종이 아닌데 20대에 이미 업계 평정하고 주위 사람들은 벌벌 기는 설정 흔함. 이게 뭔가 싶으니 또 탈주하고 싶어지게 되는데... 平凡的荣耀는 익숙한 [미생]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1회부터 현실적으로 잘 짜여진 대본과 연출을 볼 수 있다.

다른 중국 드라마를 본 적이 없어서 출연 배우 신상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드라마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그저 진짜 회사원처럼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그랬음😜) 그래서 입문작으로 추천. 다른 드라마를 많이 본 후에 이 드라마를 보게 되면 '어 저 부장님 거기 나왔던 사람이잖아?' 하면서 역할이 짐작이 되고 어떤 연기를 할지 선입견이 생기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진다.

이 '몰입'이 어떻게 다른지 한국 배우를 예로 들면 이해할 수 있다. 평소 이정재의 생활상을 아는 한국인들 중에는 그의 '오징어게임' 연기를 약간은 어색하게 받아들인 사람도 많고 '연기 변신했네' 정도로 연기력 자체는 큰 화제가 되지 않았다. 극중 이정재가 아무리 경마장에서 폭력배에게 얻어터져도 한국인들은 그가 말끔하게 수십억대 집으로 귀가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정재를 처음 봤을 미국인들에게는 그저 처절한 상황에 던져진 찌질한 '성기훈' 그 자체로만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이정재는 미국 레드카펫에서 "이렇게 스타로 떠오른 기분이 어때?" 이런 류의 질문을 받았다.) 이정재는 미국에서 TV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최정점의 연기상(SAG, Emmy)을 모두 가져갔다. 정작 그의 한국어 대사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국에선 오징어게임으로 연기 상을 거의 못 받았는데 말이다. 배우의 원래 모습을 모르는 것은 극 몰입에 영향을 꽤 미친다고 생각한다.



미생은 일본•중국에서 모두 리메이크 됐는데, 한중일 3명 중에서 외모로는 중국 배우 白敬亭이 '장그래' 역할 자체에는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 白敬亭에 비해서 임시완은 '기가 엄청 쎄' 보여 덜 안쓰럽다는 이야기가 많다(임시완이 연기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래 가진 분위기를 말하는 것). 白敬亭도 연기를 매우 잘 해서 내가 수여하는 2021년 남우주연상감이었음. 멋적을 때 머리 긁적긁적하는 동작이 매우 안 어울리는 거 빼고는, 표정은 물론이고 감정 따라 바뀌는 걸음걸이와 애처로운 뒷모습까지 정교하게 잘 연기했다.

특유의 숨막힐 것 같은 회사 분위기도 제대로 연출되어 있다. 감독이 30대 초반에 연출한 작품인데 어디 가서 많이 치이다 온 건지, 치열하면서도 갑갑한 회사 내부를 실감나게 살려냈다. 원작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중국 상황도 잘 조화시킨 모범적 리메이크 작품이다.

회사에서도 고생하는데 구태여 미생까지 왜 보며 또 괴로워야 함?? 이랬던 사람들은 (내가 그랬음😜) 언어가 다르고 약간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미생] 스토리를 중국인을 통해 대리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기본적으로 한국 영화/드라마보다 외국 것을 더 많이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번역의 오류가 생기더라도 내가 못 알아듣는 말을 해서 생기는 거리감을 더 편하게 여긴다. 




2. 去有風的地方 거유풍적지방 Meet yourself (2023년 1월 중국 방영) 총 40화


"乌云会有时 总会有风来"

여태까지 본 중드 중에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무난하고 따스한 스토리. 하지만 일부 모티브나 소소한 등장 인물의 외양마저 한국 드라마 "갯마을차차차" 표절설이 있다는 게 약점이다. 중국 현대극 대부분은 상하이, 베이징 등이 배경이지만 이 드라마는 윈난성 大理가 배경이라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도시의 실제 관광 수입 증대에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요"라는 원제와 Meet yourself라는 영어 제목에서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 유유자적 사는 단순한 얘기만은 아니고 중국 사회 문제를 조금씩 엿볼 수 있다. 

배우들은 서로 잘 섞여 들어가는 연기를 보여주며 남녀 주연 훤칠하고 나긋나긋 예쁘다. 특히 중/노년 여배우들의 연기가 드라마 전개를 착실히 받쳐주고 있는데, 1938년생(!) 배우 吴彦姝의 귀여운 할머니 연기를 우리 엄마가 참 좋아하셨다. 중국 거대 전자 기업 화웨이 창업자의 늦둥이 딸 姚安娜가 하버드를 졸업하고 연예계에 뛰어들어, 이 드라마에서 구멍가게 점원으로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풍경이 아름답고, 등장인물 설정 무난하고, 민망한 억지 에피소드가 드문... "밥 먹을 때 켜놓고 보는" 밥친구로 좋은 드라마.

그저 악역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악역으로 나와서 쓸데없이 눈을 부라리며 연기하는 악역도 없고, 중국 드라마의 치명적 단점인 '궁금하지도 않고 별 매력도 없는 조연 배우들까지 커플로 꼼꼼히 엮어 주느라' 그 곁가지가 전체 분량을 왕창 잡아먹는 경우가 이 드라마에선 거의 없음. 깔끔함.




3. 아적전반생 我的前半生 the First half of my life (2017년 7월 중국 방영) 총 42화


"可我偏偏就是这么‘’

현대극이지만 2017년 방영작으로 이제 살짝 촌스럽고, 이 드라마 역시 앞의 4-5화 이상 견뎌내야 속도 붙음.

중국 드라마에서 가장 양산하고 있는 게 한국식 분류로 말하면 이런 '로맨스'극인데, 그중에서는 가장 추천함 (특히 3-40대 이상에게). 🧑‍🦱👩‍🦱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능한 주인공 커플이 '겁나게' 일을 잘 하면서 주위 사람을 물심양면 돕는 중국식 '도시정감극都市情感剧'에 한국 아침 드라마 느낌 한 스푼. 홍콩 작가 亦舒의 1982년 출판 소설 원작을 2010년대 중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사족으로, 중국어에선 각색脚色이라고 하지 않고 개편改编이라고 쓰고, 같은 음으로 읽히는 각색角色/juésè/는 배역, 역할을 의미한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야" 라고는 쉽게 말을 못하겠는데, 굳이 '중국' 드라마를 보겠다면 이걸 보라고는 권할 수 있는 작품. 2016년에 촬영했기에 내가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된 2021년과 중국 제작 시기가 5년 정도 차이가 나긴 했지만, 당시 한국과 꽤 다른 중국 사회 문화를 볼 수 있었다. 중국은 군 입대가 없고 그때까지도 20대에 결혼을 서두르던 문화여서... 서른 살에 이미 결혼 생활은 지루해지고, "사회 생활 10년을 채운 30대 초반이면 꽤 많은 걸 이루어 놓아야 하는" 중국 도시 사람들의 압박감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많다. 한국에서 꽤 인기를 얻은 중국 드라마에 속하는 三十而已 (겨우 서른) 도 이 측면에서는 비슷한 결을 보여준다.

요즘의 한국에선 20대 후반까지도 직장 제대로 자리잡기 힘들고, 30대 초반에 결혼해도 "빠른 편"에 속해 겨우 사회초년생 티를 벗게 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드라마 제목인 我的前半生은 내 인생의 전반부-라는 뜻으로 30대 초에 이미 인생의 토대를 다 닦고 후반전을 준비해야 하는 중국식 삶을 보여준다. 2020년대 들어서는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결혼을 미루고 출산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회사라는 공간에 가족/외부인들이 너무 쉽게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말이 되나?? 했었다. 하지만 다른 드라마들을 봐도 외부인들이 직업의 공간에 너무 쉽게 들어오는 모습을(특히 병원) 많이 보게 되니 이젠 "이게 중국의 특징인가보다" 한다. 중국 드라마에 나오는 병원을 보면 의사는 쉴 곳이 없나 싶게 본인의 지인, 환자 & 환자 보호자들이 수시로 공간에 침입한다. 또한 형사가 자식을 경찰서에 데려와 재우거나 돌보는 설정도 두어 번 봄. 🙇




'어른'들의 인생과 사랑 이야기. 뻔하지만 또 보게 되는 전개. 인간 관계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함. 

미사여구가 아니고 정말 흔한 대사인데, 사랑에 빠진 남녀가 왜 천지분간 못하고 뛰어다니는지 이해하게 만들어준 대사가 하나 나온다. 수많은 드라마에 굉장히 많이 나오는 설정이 "아닌 척 하다가"도, "내 감정을 부정하다가"도 상대방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몸이 먼저 자동으로 뛰어드는 것인데... 그 이유는 바로 그 대사에 나왔다. 남들이 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대사인데, 나에게는 어떤 가르침🛂을 줬다.





4. 鬓边不是海棠红 빈변불시해당홍 Winter Begonia (2020년 3월 중국 방영) 총 49화


‘’你知道什么是知音吗?‘’

경극 배우 등장 - '중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내용. 

앞의 작품들이 무난하고 국적과 상관없는 인간사를 다뤘다면, 여기부터는 좀 더 중국스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하는 작품. 경극에 대한 지식이나 1930년대 역사적 배경 지식이 있으면 더 좋을 듯. 배경 지식이 많을수록 이해도가 높아짐. 드라마 상황과 궤를 같이 하는 경극 공연이 종종 나오는 듯한데, 한국인으로서는 가사와 맥락 이해 불가. 경극 가사에는 자막이 제대로 안 나와서 아쉬우나 번역자도 애로 사항 많았을 것이다. 한국어에서도 "제비 몰러 나간다~" 이런 것을 외국어로 느낌 그대로 살려 번역하기는 어려우니까.

소설 원작은 훨씬 더 진한 男-男 사랑 이야기라고 하는데, 중국은 드라마 검열과 규제가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드라마를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知己" "知音‘’으로 극화한 두 사람의 관계가 나에게는 훨씬 좋았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무엇이든 그 어딘가에 걸쳐있는 사람 사이의 애틋한 감정은 단 한 가지가 아니므로.



배우의 힘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드라마인데, 주연 배우 2명이 타고난 자질에 덧붙인 노력으로 극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배우가 가진 화면 장악력이란 게 무엇인지 제대로 나온다. 

한 명은 중화권 최고 미남 배우의 매력과 눈빛, 목소리로 화면을 채우고 다른 한 명은 표정 뿐만 아니라 이모저모 신체를 잘 쓴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싸움을 시작하면 얼굴과 몸이 화면에서 분리되는데(대역 사용) 이 드라마에선 경극 배우의 고운 손짓도 소화해 낸 주연 배우 尹正이 무력을 사용할 때는 대부분 얼굴까지 같이 잡히면서 직접 액션을 소화하기에, 그는 몸을 꽤 잘 쓰는 배우로 보인다. (얼굴 근육을 못 써서 사랑에 빠져도 목석🌵🪨이고, 몸을 못 써서 누워 있는 모습조차 어색한🤖 배우도 허다한 현실)

보면서 '아휴 이게 뭐여' 라는 이해 안 가는 설정(ㅊㅅㅇ ㅂㅁ)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점수를 깎았는데, 누군가의 해석을 들어보니 반전이 있는 나름 필요한 설정이기도 했다. 꼭 이래야만 했나.. 라는 '그' 설정이 나오는 27회지만, 동시에 절박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인간의 본심/利害 계산...이런 것들 때문에 내 마음이 쿵 내려앉았던 회차이기도 해서, 다시 한 번 깨닫는 바가 있어 탈주🏃‍♂️ 욕구를 참고 계속 봤다. 

극 중후반... 성우였든 배우였든 코를 빨래집게로 찝은 듯한 일본인 장교 역할의 대사 처리 (위협적인 존재로 보여야 긴장감이 사는데, 입만 열면 사람이 우스워짐. 중국인이 생각하는 일본인이란 대체 뭔지 일본인 역할은 모두 코먹은 소리 더빙인데, 그중 가장 높은 직위의 사람이 가장 맹한 발음을 함) + 중국 침략을 위해 '친절하게🙄' 산동 사투리 중국어를 배워온 일본 장교 설정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해보겠는데 일본군끼리 있을 때도 고작 "요시~" 만 쓰다가 그 코먹은 중국어로 일본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연스럽지 못한 장면을 보면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


더불어 후반부에는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한 방에 고친다며 상황극을 만드는 내용🤷까지 더해져 드라마 완성도를 해친다고 생각 될 정도. 정교한 세트장과 화려한 의상 뿐만 아니라 항일 전투 등 예산 안 아끼고 열심히 만든 작품이지만 그래도 덜컹 콜록거리는 부분은 있다. 인생을 바꿔버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한번에 용서하길 종용하거나 트라우마를 짠!하고 xx요법으로 건드리면 나아지겠지? 하는 게 중국 드라마 고질병인데 여기에도 등장한다. "타임슬립" 드라마의 영향으로 환생을 믿고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자, 타임슬립 소재 제작을 제한했다는 중국에서 이런 근거도 없는 "트라우마 퇴치" 충격 요법 장면은 왜 제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의 이런 설정 믿고 맘대로 충격 요법 실시하는 사람 나올까 걱정은 안 하는지?

몇몇 단점이 보여서 정작 처음 시청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히려 지나고 난 뒤에야 더 생각나는 아련함이 있었고 다시 보면 모든 화면이 아름다운 드라마였다. '패왕별희'로 익숙해진 경극이라 해도 처음 볼 때는 '꼭 저런 목소리로 노래해야 하나?' 하고 여전히 적응이 안 됐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다면 두번째 볼 때부터는 경극 배경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검열과 가위질로 후반부 🐲용두사미🐍를 넘어서 용두사망😵‍💫🚑으로 가버리는 드라마가 속출하는 중국에서, 이 드라마는 감정을 잘 쌓아가다가 마지막회에서 주인공들 사이의 애틋함이 정점을 찍으며 끝난다(중간 회차 숨겨졌던 가족사가 좀 지루하긴 했지만). 요즘은 중국 당국이 드라마 내용 제한에 이어서 드라마 길이마저 "40회" 이하로 제한하게 되어서, 49회인 이 드라마도 만약 이 제한에 걸렸었다면 아마도 가정사 부분을 덜어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명대사가 여기 저기 숨어있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 사람이 가지는 감정의 종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됨. 영어나 스페인어 자막 등으로 bosom friend, alma gemela로 이해해야 하는 문화권에서는 절대 모를, 지음‘’知音‘’이라는 단어 속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자를 배우면서 자란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我听着呢") 




대체 무슨 일인지, "음(知音zhiyin)이 뭔지 아세요?" 라는 주제곡 중 나레이션을 "consonante-음-이 뭔지 아세요?" 라고 번역해버린 스페인어 자막. 🤯 '知音'에 대한 굉장히 뭉클한 답이 이어지는데... 이 유튜브 영상을 본 스페인 사람들은 오역으로 이 질문-답변이 왜 뭉클한지 전혀 느낄 수 없게 됐다. '지음'에 Soulmate 의미의 단어를 넣어도 반쯤 이해될까말까인데 "자음"이라니...

한문을 알아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경극에, '소재 제한과 검열'이라는 국가적 특징이 낳은 -  은근하고 모호해도 애틋한 관계가 나타난다는 점까지 더해져 이게 바로 진정한 "중국" 드라마 아닐까.





5. 琅琊榜 랑야방 Nirvana in fire (2015년 9월 중국 방영) 총 54화


‘’我想选你 靖王殿下‘’

이 드라마 역시 '중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내용. 한국에는 2010년대 중반에 이 드라마로 중국 드라에 입문한 사람이 가장 많긴 하지만, 이걸로 입문하면 그 뒤 이보다 뛰어난 작품을 만나기 힘들어서 늘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되므로 솔직히 입문작으로는 비추. 개인적으로는, 무난한 중드 추천작들 보다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시기가 생긴다면 그때 이 작품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작품.

기묘한 病과 맘대로 "customizing"한 맹독을 밑도 끝도 없는 '내맘이지' 의술 체계로 해결을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굳이 꼽는 이 드라마의 약점. "다른 중국 고대 배경 드라마들도 이런 독을 수시로 쓰는 것처럼, 여기서도 무슨 일이든 가능하지 않겠느냐" 보다는 극사실주의 극본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함. 이 약점 빼면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났을 법한 일이므로. 하지만 원작에 "죽었던 이가 얼굴에 점찍고 복수하러 돌아왔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 라는 설정이 있는 한, 어쨌든 현실성에 큰 구멍이 생기기 때문에 작가로선 "판타지" 장치를 넣을 수 밖에 없긴 하다. 그래도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파고드는 내용이라 겁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마냥 붙들려 있게 된다.




맛깔나게 상황에 맞춰 독성을 발휘하는 맹독을 신묘하게 치료하고, 사람이 푸드덕 🧚‍♀️하늘을 날아다니는 - 이런 류의 중국 드라마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시작 부분 연출이 조악해 보이는 것을 실소와 함께 참아내야 한다. 어떤 분이 쓴, "강추를 받고 시청을 시작했는데 1회에서 x🕊x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소리지르며 껐다" 라는 글이 왜 그리 안 잊혀지던지. 그 장면을 넘기더라도 주인공이 마침내 얼굴을 확 드러내며 무동력 🚤타고 첫 등장하는 순간.. 다시 비명을 지르며 전원을 끄고 싶어질 수 있다. 🪈🫣 나는 이런 입문 장벽이 지나간 뒷부분부터 우연히 라이브로 보기 시작해서, 다행히(?) 채널 안 돌리고 계속 볼 수 있었다.🤭

낯선 호칭을 가진 등장 인물 수십 명이 정신없이 튀어나오는 것 역시 너무 고민하지 말고 참고 보다 보면 나중에 이해하게 됨. 어차피 진짜 중요한 인물은 몇 안 되고 결국 눈에 익게 된다. 처음에는 회차를 넘기기 어려워서 나도 10여 회 시청 후 쉬었다가 3개월 후에야 전편 시청을 완료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촌스러워서 '으악' 하는 순간이 있어도 결국에는 처연함과 비장함을 끝까지 잘 유지하는 세련된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정도 연출력 유지하면서 '우리 중국이 이렇게 잘 났다'(??) 🤷 함정으로 안 빠지는 중국 드라마 극히 드물고, 같은 감독의 다른 연출작도 이 수준이 안 나온다. 이 드라마 이후로, 기존 권력을 재편해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내용을 제한하기에 앞으로 이런 소재 드라마는 중국에서 다시 제작되기 어렵다고 한다.




중반 이후 속도가 붙으면 54회라는 분량은 아무 것도 아니게 되고, 연출도 점점 유려하게 잘 한다. 50회쯤 되면 끝나가는 게 아쉽고, 54회가 끝나면 1회를 보러 다시 돌아가게 되어있다. 다시 보면 처음에 안 보이던 것이 다 보임. 탄탄한 원작 소설을 쓴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었고 애절한 음악이 극 분위기를 잘 받치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본인 목소리로 더빙까지 한 남자 주연 2명 모두 200% 연기를 보여주지만, 만약에 '조연상'을 준다고 하면 한 두명 수상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모든 배우가 최대의 실력을 발휘했다. (조연 중 몇 명은 성우 더빙이라, 살짝 애매한 느낌은 있다. 국어책 읽는 연기력을 성우가 살려놓는 경우도 있어서.)

후반부로 진행되면서 배우들이 점점 역할에 젖어 들어 표정과 연기가 더 살아난다고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초반부 장면인데 마지막날 찍고,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 장면인데 촬영 초기에 찍은 장면이 꽤 있었다. 몇 개월 동안 그 인물을 연기해 오면서 감정이 쌓이고 쌓여 저렇게 울컥하나봐....는 나의 오판이었다. 극 전개상 25회랑 40회는 계절마저 바뀌는 시간차가 있고 배우들이 옷도 갈아입지만, 배우 얼굴 뾰루지 상태를 보면 아마도 같은 날 촬영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도 있다.🧐 낄낄 웃다가도 촬영 시작하면 1초 만에 몰입하는 게 배우들인데, 내가 회차가 진행되는 순서대로 촬영 했을 거라고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네.



제목부터 "그저 사랑뿐" 이런 류 드라마를 내가 골라서 보다가, 제목조차 깜빡하고 '😠저 사랑 타령 좀 그만 하면 안 되냐?' 하면서 시청을 중단하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드라마, 랑야방에는 절제된 감정만 드러난다. 미국 드라마에 절여진 눈으로 보니 이 드라마에서도 다음 장면에 행여나 남녀가 같이 누워있기라도 할까봐🫂 나중에 뜬금없이 여주인공이 부른 배를 안고 나타나기라도 할까봐🤰 걱정한 적도 있지만, 다행히 그런 장면은 없는 정치 복수극이다.

54회나 되는 분량에서, 모든 사람이 기억하는 최고 명대사가 고작 한국어 자막 6글자(중국어로는 8글자)라는 것이 오히려 이 대본이 얼마나 잘 짜여진 대본인지 증명한다. 게다가 그 '명대사' 라는 게 심오한 철학을 담은 대사도 아니고, 짧다고 해서 "이 안에 너 있다"류의 플러팅도 아님. 촘촘하게 잘 배치한 인물 관계 덕에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는 순간을 한 마디로 만들어내는 대사이다. 인생에 이런 작품 하나 남긴 게 얼마나 뿌듯한 일일까 하고 배우들이 부러워진 드라마. 주연 배우 3명이 ost 한 곡씩 불렀는데 3곡 모두 드라마 분위기에 어우러져 처연하고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현시점 미국에서는 Succession, 중국에서는 랑야방이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보는데 나에게는 두 작품의 ost가 모두 상당히 매력적이다. 석세션 ost가 "재벌가 권력 다툼" 이라는 분위기를 우아하면서도 애잔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랑야방 ost 역시 바닥에 슬픔이 베어있는 권력 쟁취극의 처연함과 비장함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

중국 드라마에선 ost 가사가 있는 경우엔 자막을 화면에 띄우고 + 시도때도 없이 처량한 연주 음악을 밀어 넣으면서, 감정 강요로 오롯한 내용 감상을 망치는 비율이 거의 98%인데 랑야방은 연주 음악 & 가사가 있는 노래들이 모두 극 분위기를 잘 받치고 있어서 신기함. 랑야방과 거의 같은 제작진/배우들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伪装者'만 봐도 '으악, 제발 음악 좀 그만 틀어'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비해서 랑야방은 ost 선율이 뛰어나다. "작품성에 ost가 기여한다" -> 이 매칭이 힘겨울 때가 있는데, 석세션과 더불어 명작은 심지어 음악까지 하늘이 도와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 중국 드라마 특징 : '가족애'를 강조하는 한국에 비해 '주인공 쌍방 구원'을 상당히 좋아하는 듯. 주인공들이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는 경우가 거의 없음. 대부분이 이혼 혹은 사별, 부모님 캐릭터 배제 혹은 부모의 자식 착취.

중국 작가들은 홀로 남겨짐+트라우마 있는 주인공끼리 필연적으로 오직 서로만을 의지하며 "성장"하는 스토리 미치도록 좋아함. 양친 모두 모시고 자란 사람은 본인의 연애에 매달릴 리가 없다는 편견이 있는 건지 대체 뭔지. 

위의 드라마 1-5에 나오는 남주•여주만 봐도....


1. 주인공 어머니 1명 생존.

2. 남주는 아버지가 계시나 할머니와 살고 있고, 유일하게 부모 모두 생존한 여주의 가정이 따스하게 그려지지만 독립해서 산다. 따듯한 가정에선 사연이 안 생긴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는지 1회부터 여주의 절친이 죽으면서 시작한다. 

3. 남•여주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3명인데 이 3명을 모두 합쳐서 부모님이 단 1명 등장하지만 그분은... (최대 6명 출연 가능인데도)

4. 주인공 2명이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은데 부모 아무도 안 살아계심.

5. 이 드라마도 주연 명단에 3명이 올라 있는데, 부모가 최대 6명이 등장할 수 있으나 부모 모두 몰살에 가깝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모친을 가진 주연은 단 1명, 그나마 살아 계신 부친 1명은 피와 살육의 아버지라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전혀 없다.


-> 1 -5 드라마 주연급을 총 11명이라고 치면, 부모가 최대 22명까지 존재할 수 있지만 극중 살아서 등장하는 친부모는 단 7명, 그리고 그 중 2명은 후반부에 사망. 2번 거유풍적지방에서만 친부모가 3명 출연해서 그 드라마 하나가 절반 가져간 덕에 7명이 되었을 뿐이지, 나머지 드라마엔 자식 잘 키워준 부모 캐릭터가 거의 없다고 봐도... 😶


아무 생각없이 내렸다가...



여행 전에 정보를 찾다가 슬쩍 사진을 봤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딱히 목적지였던 것은 아니고 가는 길에 열차에서 내렸다가 깜짝 놀랐던 역 두 곳 -
션전 지하철 岗厦北(강샤베이)역, 그리고 홍콩 고속철도 西九龙(west kowloon)역.


강샤베이역은 션전 지하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대형 역으로, 2011년부터 2호선이 운행한 역이지만 지금의 초대형 환승 허브 형태로 공개된 것은 10/11/14호선이 추가 개통한 2022년 10월 28일이다.

여행 전에 얼핏 사진만 보고, '역시 중국... 지하철역도 규모 엄청 나네..' 라는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 정도 초대형 역은, 내가 갈 일 없는 시 외곽일 거라고 그냥 짐작해버림. 복잡한 도심에 이런 역을 어찌 지어? 그래서 역 이름조차 찾아보지 않았음.

나는 이번 션전 여행에서 주로 션전 서남부에 머물렀는데, 동북부쪽에 위치한 옛 마을 찾아가는 길에 환승역으로 강샤베이역에 내리게 됐는데 내리는 순간 깜짝 놀람.






 "여기가 그 역이었네" 
예상 외로 시내 중심부에 있었다. 도시 중심부를 막고 한동안 갈아엎는 공사를 할 수 있는 중국 거대 도시의 스케일을 내가 간과함.
220,000m² = 한국식으로 하면 6만 6천 평에 달하는 넓이를 가진 지하철역이다.






시 외곽으로 먼 길을 가는 중이었어서 재빨리 이동하느라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는데, 중국 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지하철역으로 유명하며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둥그런 부분은 "션전의 눈(深圳之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지하철역인데도 자연 채광이 된다.



사진 : https://www.archiposition.com/items/8dadafb1c4



지하에도 자연광이 들어오는 이유는 이렇게⬆️ 설계되었기 때문. 👀






여기는 승강장에서 한 층 위로 올라와서 보이는 또 다른 창.
2/10/11/14호선 - 4개 노선이 통과하는 만큼 출구 번호가 19번까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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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출발 전에 대충 정보만 알아보고 갔고, 확정은 아니었는데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홍콩 복귀 교통 수단으로 낙점한 고속철도. 
짐 검사와 여러 번의 여권 확인 같은 귀찮은 과정을 거친 고속철 탑승을 마치고 내리는 순간 또 놀람.






홍콩 서구룡역의 예쁜 하늘.
여기 역시 여행 전에 사진만 얼핏 보고 '와, 역사를 멋지게 지었구나'하고 넘어갔었고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도착하고 나서 아, 그게 여기였구나 하고 놀람. 

여기에서도 짐이 너무 무겁고 반복된 줄서기에 지쳐서 
이 공간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사진보다 실제의 공간 느낌이 더 좋은 곳이었다.

사진 보고 '저기를 꼭 가야지'하고 목표를 해서 갔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수도 있는데, 만나게 될 줄 모르고 그냥 지나가던 길에 마주치게 되어서 더 인상적이었던 두 곳.





지불 공포







19년 만에(!) 중국 본토에서 먹어 보는 꼬치.
4년전 중국 여행 때는 꼬치를 맛보지 못했었다.😭
⬆️사진은 닭꼬치인데, 먹고 나서 '그래 이 맛이지'하고 추가로 양꼬치를 더 시켰다.

내가 19년전 중국 길거리에서 먹던 양꼬치는 분명히 싼 음식이었는데 이렇게 식당에서 주문하니 양꼬치 3개에 4500원이었다. 알리페이를 통한 한국체크카드로 지불했는데 통장에서 정확하게 4500원이 빠져나갔다. 덕분에 양꼬치 하나는 1500원이라는 게 쉽게 뇌리에 박힘.

한국에서 양꼬치를 먹으면서 '이거 국경 넘었다고 넘 비싼 거 아니야?"했었는데 중국도 프랜차이즈 식당은 결코 싸지 않았다. 중국은 양고기가 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닭꼬치보다 양꼬치가 훨씬 비쌈.

문제는 꼬치는 추가 주문한 음식이었고, 내 주 식사는 뱡뱡면이었는데.. 이게 면이 꽤 넙적하다보니 배가 엄청 불러서 꼬치까지 다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호텔로 남은 걸 가져가서 맥주와 함께 먹을 생각에 신남.😉

하지만.. 
중국 식당에선 포장한다고 하면 플라스틱 박스 하나를 잘 가져다 주긴 하지만, 4년 전에 내가 톈진에서 방문했던 식당 중 몇몇 곳은 1위엔 정도를 더 청구했었다. 어떤 곳은 공짜로 줬고.

그래서 포장 상자 달라고 하기가 망설여졌다. 번역기를 썼던 4년 전과는 달리 이제는 "포장할게요" 정도의 중국어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 1,2원이 추가로 청구되면 그게 또 귀찮아진다는 거다. 알리페이 또 써야 하는지, 뜬금없이 결제가 됐다가 안 됐다가 하는 게 알리페이인데 정말 그 상황에 대비하기가 너무 스트레스였다. 같은 지하철 역사 안에서 어떤 판매기는 결제되는데 어떤 판매기는 또 결제 안 되고 이런 식. 🫠매번 결제되기 전까지 다른 결제 수단 준비하며 긴장해야 함. 현금으로 지불한다 해도 차라리 큰 돈이면 모르지만 1위엔같은 잔돈은 수중에 정말 없었다.😔

가방을 뒤적뒤적... 정체 불명의 빈 비닐봉지가 있다. 그래, 여기에 담아 나가자. 중국에 오면 "막 살 수가 있어서 편해진다"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무단 횡단을 해도 되고, 새치기를 해도 된다는 그런 얘기(중국 사람들 다 하니까 안 하면 손해 수준?). 나도 대체 내가 뭘 담아왔던 봉지인지도 모르지만 '지불 공포' 때문에 그 비닐봉지에 남은 꼬치를 쓰윽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생에서도 무덤덤해진다.

중국 식당은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큐알코드를 읽어서 주문을 하고 계산마저 모두 마치고 식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되니 편하네.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 줄 알았던 옆자리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날 보고 웃으면서 "打包 shwdhshs‘’。어쩌구 저쩌구 하는 게 들렸다. 打包는 음식을 포장해 가는 걸 말한다. 뭐 어때.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문제는.. 중국은 지하철을 탈 때 짐 검사가 심하다는 거였다. X-ray통과는 물론이고 특히 음료수를 자세히 보는데, 예전에는 검사대 앞에서 직접 마시는 걸 보여줘야 통과를 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요즘은 검사 통과 전에 물병을 보여주면 검사대 뒷편에 서 있는 직원에게 "물 있어요!"라고 꼭 소리를 질러 알려주고 뒷편 사람이 물통을 받아서 어떤 기계에 대어 보고 검사한다. 이게 무슨 검사인지는 글마다 다 설명이 다른데🧐😂 특이점은, 내 물병에 물이 아주 조금 남았을 때 검사가 아주 오래 걸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게를 잰다' , '바코드를 확인한다' 라는 일부 설명은 뭔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검사가 심한데 기다란 꼬치를 들고 통과가 가능한가?? 다들 저녁 사들고 지하철 탈 텐데 이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꼬챙이는 위험하다며 다 먹어버리라고 하려나? 🤷‍♀️

그때따라 호텔에서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결국 지하철 타기 전에 양고기/닭고기를 꼬치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꼬치 두 개는 고기가 잘 빠졌는데 꼬치 하나에서 고기가 빠지질 않았다. 그래서 갑자기 어두컴컴한 지하철역 입구 구석에 서서 꼬치를 옆으로 들고 우적우적 빼먹는 여자가 되었다. 몇몇 사람이 지나갔지만 그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고, 나도 부끄럽지가 않았다. 역시 '막 살아도 되는' 중국의 힘이란... 😆🤭

무사히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운반한 나머지 꼬치없는 양꼬치는 맛있게 잘 먹었다. 






내가 이 꼬치를 담아 온 비닐봉지는 그 전에는 뭘 담았던 것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배탈은 안 난 걸 보면 문제 없었나보지 뭐.

중국 여행의 불편한 점은 현금 없는 사회가 되어 "외국인은 돈을 쓰고 싶어도 쓰기도 어렵다"는 점인데, 그 1위엔 지불 공포 때문에 양꼬치 들고 이 난리를 떤 것을 생각하면... 이제 와서는 그냥 打包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식으로 포장이 되어있으면 지하철도 문제없이 통과했을 것 같고, 포장도 그냥 공짜였을 수도 있고. 

포장이든 지하철이든 두 가지 다 어떤 일이 실제로 발생도 하기 전에
말이 안 통하니 내가 설명하기 귀찮아서 지레 피한 거라서 ... 🤗





중국에서 한국 발행 카드로 심천 지하철 탑승





예전에는 다른 나라에 도착하면 octopus, oyster, breeze.. 등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 그 도시 교통 카드부터 만드는 게 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유럽 여러 나라, 일본, 태국에서도 visa / master 카드사에서 발행한 contactless card를 쓰거나 애플페이로 쉽게 탑승을 한다고 한다.

중국도 Union pay(银联) 로고를 가진 contactless 카드로 대중 교통 탑승이 가능하다는 경험담이 있어서 실제로 써봤더니 사용에 문제가 없었다.


contactless 카드 표시



그래서 다음날 기록을 남기려고 촬영해봤는데...









원래 반응 속도가 이렇게 느리진 않는데 개찰구가 빨리 안 열려서 매끄러운 영상을 찍는 데 실패.
'이거 어제는 되더니 왜 안 돼?' 하고 막 여러 번 갖다대는 순간 문이 열렸다.
(contactless카드라며 발행하지만 여태 쓴 "꽂는" 방식이 아닐 뿐 사실상 contact는 발생😉)

영상을 찍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건지 한 번 튕겨주는 션전 지하철. ㅋㅋ
어쨌든 한국에서 발행 된 银联UnionPay 카드로 중국 션전 지하철 문제없이 탑승 가능.

지하철 같은 경우는 최장 구간의 요금이 먼저 빠져나가고 나중에 내가 실제로 탄 구간이 정산된 뒤 남은 금액이 환불되는 방식이다.

션전 지하철의 최장거리 요금은 15위엔인데 
중국 위엔화를 충전해 둔 저 하나은행 트래블로그 카드에서 일단 15위엔이 빠져나간다.
내가 미리 저 트래블로그 카드에 충전해뒀던 환율로는 2667원 정도의 금액, 나중에 카드 청구서에 기록된 당일 환율로는 2733원.

내가 중국에 가기 전 참고했던 경험담의 주인공들은 대중교통비가 싼 중국에서 이렇게 큰 돈이 빠져나가는 것에 충격(?)을 받고 사용을 중단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하철은 하차할 때도 카드를 찍어야 개찰구를 통과하는 만큼, 내가 이용한 구간이 정확히 계산되어 나중에 환불되는 방식이라는 것도 그 글타래에서 알게 됨.

탑승 이틀 뒤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생각보다 더 많은' 돈이 하나머니 한국 돈으로 환불됨. 
탑승 당일에 적용된 환율이 1元=182.2원이었는데, 그 시점의 환율에 맞춰서 환불되는 듯.
나는 그것보다 낮은 17X원 대에 환전해서 쓴 중국돈 하나머니인데...환불 시에는 18O원대 환율이 적용되어 더 많은 한국돈 하나머니가 돌아왔다. 그래서 약간의 이익이 됐다.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해서 하나은행 측도 손실이 누적될 거라 판단했는지 ^^;
8월 10일부터는 그대로 본인이 충전했던 해당 화폐로 환불되는 방식으로 바뀜.
즉 15위엔이 먼저 빠져나간 뒤 내가 탄 구간은 요금이 2위엔이었을 경우,
여태까지는 초과 청구된 13위엔에 해당하는 약 \2372 하나머니가 환불이 되었는데, 8월 10일 이후로는 13위엔이 그대로 다시 하나머니로 돌아온다고 한다.
글로 읽으면 복잡하지만 직접 해보면 이해가 될 듯. 

나는 저렇게 영상을 찍고 내린 지하철역에서 결/국/은 션전통深圳通이라는 교통 카드를 구입해서 썼다. 나는 어느 나라를 가도 항상 버스를 더 많이 타고 다니는 편인데, 중국인들이 쓰는 탑승용 큐알코드는 잘 생성이 안 됐다. (위치를 상하이/항저우로 바꿔서 해보니 다른 도시 탑승용 큐알코드 생성이 잘 되는데, 션전시는 계속 에러만 발생해서 션전에서는 쓸 수 없었다) 매표소도 없는 시내 버스를 외국인이 계속 타려면 항상 동전이 필요한데, 요즘 중국에서 현금 구경하기 어려우니 교통카드가 있는 편이 나았다.




상하이로 바꿔서 해보니 교통 QR코드 잘 생성되는데...션전은 왜?🙇




현지인들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등의 큐알코드로 탑승을 하지만
사실 현지인들이 버스 탈 때 보니 큐알코드 읽는 속도도 느리고 반응도 느렸다. 가끔 폰으로 스캔 각도를 못 맞추는 사람도 있었다.
내 교통카드가 반응이 더 빠름.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QR코드를 좋아하나 몰라...
중국인들이 찍고 탈 때마다 "승차 스캔刷码 성공!" 이런 식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도 웃겼다. 

한국에서 발행된 카드로도 중국 교통 수단 탑승 가능하니, 외국인에게 오류가 많은 알리페이 탑승 QR 사용보다 카드 사용이 더 편할 것 같다. 물론 최고 요금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이틀 만에 금방 금방 차액이 환불되니까 문제없다. 외국인이 승차 QR코드를 사용하다 보면 잘 되다가 갑자기 '미결제 금액이 있다'며 알리페이 탑승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저 UnionPay 카드로 션전 시내버스도 탑승 가능한지 실험해봤어야 하는데 그건 못했다. 중국도 전국 교통카드 통합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버스탈 땐 션전통 카드만 쓰느라 한국 카드는 찍어볼 생각을 못했네. 
아마도 지하철 탑승이 가능한지 한국 카드로 해볼 때는 '지하철 탑승권'이라는 대안을 마련해놓고 실험(?)을 했는데, 버스는 저 카드가 통하지 않을 시에 요금으로 지불할 동전이 없어서 실험을 못해봤던 듯.





내가 그냥 션전에서 편하게 다니려고 구입한 교통카드에는 이 로고가 붙어 있었는데
이 로고가 있으면 중국 전국에서 사용 가능한 카드라고 해서 기대 중. 
중국은 대중교통비가 싸서 몇 번을 타고 다녔어도 카드 잔액이 너무 많이 남아서 앞으로 어디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을까 하고.
유럽 같은 데에서는 버스/지하철 타고 두어 번만 왕복하면 다 사라졌을 금액이었지만 중국에서는 2박 3일이 지나도록 최초 충전액의 2/3이 그대로 남았다. 

저 연합(China T- union)에 가입한 도시 어디에서나 사용은 가능한 대신에, 충전을 아무 도시에서나 하는 건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위 카드에 써진 Lingnan pass는 션전이 속한 광동성 도시에서 쓰는 교통카드 로고인데, 광저우 교통카드 사이트를 찾아봤더니 '다른 도시에서 발행된 카드에 저 로고가 있다고 해서 링난통과 같은 혜택이 있는 건 아닙니다.' 라는 말도 있고... ⁉️🤷 번역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이 안 되면 로고는 왜 넣었을까?
사실 나라가 너무 넓고, 한국과 비교도 안 되게 큰 단위인 각 省 각 市마다 독립성이 있으니, 교통카드 통일을 못한대도 이해할 수는 있다.


  




 

고속철도高铁가 가져다 준 고난 🎒🛍




4년 전 톈진에 갔을 때 못해서 아쉬웠던 것.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고속철 타고 이동하기. 
오래 전 톈진에 잠시 살았을 때는 기차를 타고 두 시간 걸려서 베이징에 갔었던 듯 한데, 고속철을 타면 33분 만에 베이징에 도착하고 가격은 54.5위엔으로 만원이 안 되는 요금이다. 그냥 마실 다녀오듯 다녀올 수 있었던 베이징.

그래서 이번 여행에는 꼭 한 번 이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션전 시내 중심 -> 홍콩 이동이 14분 밖에 안 걸린다고 해서 더 끌렸다. 가격은 68위엔 (약 ₩12000). 중국 국경에서 지하철로 홍콩섬까지 가면 ₩8500 정도지만 시간은 70분 가까이 걸린다. 고속철을 타면 금액 차에 비해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14분'이라는 숫자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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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에 중국 신분증이 확인된 중국인들은 간편하게 앱에서 예매를 하고 티켓 없이 신분증 스캔으로 탑승하지만, 외국인은 그렇게 하기엔 약간의 장벽이 있어서 대부분 수수료가 추가되는 trip.com같은 데서 구입한다. 중국 철도 영어 버전 사이트( https://www.12306.cn/en/index.html )에서는 외국인도 여권 번호 등록하고 외국 카드로 기차표 구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은 기차역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다음날 타고 갈 고속철 승차장 위치도 미리 알아둘 겸, 전날에 직접 福田역에 가서 발권을 했다. 다행히 福田역은 서울역과 비슷하게 시내 중심부에 있었고, 한정된 기차만 오고 가기 때문에 규모가 굉장히 큰 역은 아니었다. 다른 관광지에 다녀오는 길에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하니 매표소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직원은 아무도 없고 텅 비어 있다.

🫠😔
호텔에 돌아갈 시간을 할애해서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요즘 다들 앱을 쓰니 창구 발권이 필요없어 일찍 퇴근한 건가? 하지만 아직 기차편이 운행을 하는데??
그래도 이동 동선 봐두려고 주위를 얼쩡거리는 사이 직원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종이에 날짜와 시간, 기차 편명 등등을 적어서 여권과 함께 내미니 직원이 내 정보를 하나하나 입력한다. 중국은 기차탈 때 "실명"이 매우 중요함. 
내 정보가 입력되는 화면 창이 밖으로도 크게 노출되어 있어서 외부 사람에게 다 보임. 😬

그 전날에 福田지하철역 창구에서 한국 카드앱의 유니온페이 큐알코드로 교통카드를 문제없이 구입했기 때문에 같은 앱 화면을 자신있게 내밀었더니 직원이 난색을 표시한다. '그게 대체 뭐야?' 매우 짜증나는 표정. 내가 처음 표를 살 때는 인적이 드물고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새 내 뒤에 줄 선 사람들이 하는 중국어가 들렸다. "와 이제 외국인들도 qr pay가지고 있네?" 이 정도로 이해함. 직원이 내 여권 정보를 입력하는 큰 화면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남들도 내 정보 다 보고 있음;;;;

기차역 정도면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하더니 현금 지불은 가능했다. 중국에 들어와서 현금 처음 써봄. 
동전 거스름돈도 받았다. 동전 거스름돈이 생겨 왠지 기뻤다?!? 중국에서 현금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중국인들이 현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현금을 받기야 하지만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 보통의 중국 상인들에게 거스름돈이 없어서 돌려받을 돈이 없어서인데, 10위엔 등 작은 단위 지폐와 동전이 있다면 나중에 현금을 딱 맞춰서 내기에 좋다. 

직원이 종이 영수증 같은 것을 준 뒤에, 예전에 남들 블로그에서 많이 봤던 작은 종이표 같은 것을 보여준다. "이거 필요해?" 그런 제스처. 내가 끄덕끄덕 하니까 한 장 출력해 줌. 하지만 중국 기차는 신분증으로 탑승하기 때문에 이 표는 사실상 필요가 없다. 아직도 인쇄라도 해주는 게 신기. 기념품인가? 
번역기를 돌려보니 환불을 하려고 할 때만 쓸 수 있다고 써 있다.




  
푸톈福田기차역은 지하철 푸톈역과 연결되어 있고 3호선, 2/8호선, 11호선이 통과한다. 으악...그런데 미리 답사 차 걸어보니 왜 그렇게 멀던지. 호텔까지 약간 우회하지만 갈아타지 않아도 되는 2호선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2호선 승강장까지 걸어서 10분 걸림. 생각해 보니 사실 서울역도 그렇긴 하지. 이름도 같은 "서울역"이지만 기차역에서 내려서 지하철 타려면 꽤 걸어야 함.


다음날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고 나옴. 어제 답사를 해본 결과 많이 걸어야 하는 2호선은 포기하고 "푸톈역"이 없는 1호선을 타고 중간에 내려서 푸톈기차역 근처에 내려주는 버스로 갈아타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버스 시간을 조회해보니 간격이 너무 길다. 


앱에서 이렇게 버스가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게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거의 정확히 예측 됨




여유를 충분히 두고 기차표를 끊었기에 기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는 아니었고, 33도 땡볕 아래에서 버스를 10분 기다려야 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 😡 안 되겠다. 지도에서 권하는 대로 그냥 1호선 쇼핑파크역에서 내려야겠다. 

역에서 내려보니, 1호선 쇼핑파크(购物公园)역은 푸톈역이라는 이름만 없을 뿐 푸톈기차역과 연결되어 있다. 지하도에서 계속 길 안내 표시가 있다. 1호선 쇼핑파크 A5 출구 쪽에서 푸톈기차역은 이름만 "푸톈역"인 2/3호선 역보다 사실상 거리가 더 가깝다. 11호선 푸톈역만 푸톈기차역과 좀 가까운 편.






저 표시를 보고 따라가면 됨.
겨우겨우 고속철역에 도착. 중국인들은 신분증 스캔하고 척척 들어가지만 외국인은 직원이 직접 여권 처리를 해줘야 해서 줄이 다르다. 짐 검사를 한 번 거치게 되는데 중국 지하철에선 음료수를 들고 타는 걸 따로 검사 받아야 하는데, 여기는 오히려 물병에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중국->홍콩 고속철 이동 시에 도착 역에서 출입국 심사가 모두 이루어진다. 내 여정 같은 경우는 일단 션전에서 기차를 타고 홍콩으로 들어간 뒤, 홍콩 땅에서 중국 출국 심사를 하고 더 걸어가서 홍콩 입국 심사를 받는 식이다. 

아까 짐 검사를 받기 전에 여권을 한 번 스캔한 것은 '역'에 입장했다는 의미일 뿐 기차를 타러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고속철 탑승장은 출발 시간 15분 전부터만 개찰구를 통과해 내려갈 수 있고, 개찰구 통과 전에 널따란 대기 공간이 있다. 돈 내고 쓸 수 있는 안마의자.ㅎㅎ





열차 출발 시간 15분 전이 되면 개찰구가 열린다. 사람들이 갑자기 그 앞에 몰려들고 줄을 서기 시작하기 때문에 눈치껏 알 수 있다. 역시 외국인은 사람이 따로 여권을 처리해줘야 통과할 수 있는데 이 줄이 오히려 짧기 때문에 편한 점도 있다.





내부는 참 깔끔한 고속철. 여태 봐온 다른 중국 고속철과 실내 디자인이 조금 다른데, 내부에 홍콩 MTR에서 보던 것과 같은 로고가 있는 걸로 봐서는 홍콩과의 협업이라서 그런가??
내가 이거 타보겠다고 이 고생을...여권 검사만 몇 번을 하는 거야?
표에 적힌 시간보다 2분 먼저 출발했는데 예정 시간보다 2분 늦게 홍콩에 도착함. 결과적으로는 홍콩까지 18분 걸림. 

중국 국경에서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홍콩 땅으로 들어온 뒤, 홍콩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홍콩 중심부까지 50분 가까이 걸리지만 단지 지루함이 있을 뿐 그게 더 과정이 단순하다.

고속철은 하차 후 다시 고난의 시작. 출국심사 줄을 서야 한다. 중국 도시에선 지하철을 탈 때도 공항마냥 짐 검사를 하기 때문에 바퀴 달린 가방을 검색대에 올려놓고 내려놓고 ... 그게 귀찮을 것 같아서 홍콩 호텔에 캐리어를 두고 션전으로 건너왔다. 계속 되는 줄서기를 하자니 가방을 멘 어깨가 뻐근해졌고 바퀴 달린 가방이 자꾸 생각났다. 그냥 중국에도 끌고 왔을 걸.😕

홍콩에서 중국으로 갈 때는 홍콩 땅에서 중국 입국 심사까지 마친 뒤에 기차에 탑승하게 된다. 이때 출입국 심사가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는 데다가 그 시간에 인원이 얼마나 몰릴지 전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공항 가는 기분으로 일찍 가서 대기해야 하니,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만 짧다 뿐이지 '고속철'의 이득이 사실상 사라진다. 게다가 이미그레이션에 사람이 몰리면 기차를 놓치는 일까지 생긴다. (특히 외국인 심사 줄이 길다고 한다)


홍콩 서구룡역에 고속철이 도착하고 중국 출국 심사가 끝나기까지 20분 추가 소요됐고, 홍콩 입국 심사가 끝나기까지 5분 추가로 필요했다. 계속 짐을 들고 서 있었기에 기진맥진 했지만 "이젠 홍콩이다!" 했는데 또 앞에 무슨 개찰구가 있다. ;;;;;; 그냥 좀 내보내 줘. 한국 ktx가 그리워짐.
뭔지 몰라서 내가 위에 사진을 올려 둔 표에 있는 큐알코드를 대보니 그게 아님. 여권을 다시 꺼내어서 스캔 해보니 통과. 
휴... 중국 기차 탑승은 신분증이 너무 중요함. 탑승 전부터 하차 후까지 꼭 꺼내기 편한 곳에 여권을 넣어서 들고 다니는 게 편하다. 나는 홍콩 입국 심사 후 이제 필요성이 없어진 줄 알고 가방 깊이 넣었다가 다시 꺼내느라 짜증이 올라옴.





중국과 연결된 고속철 출도착을 위해 2018년에 문을 연 서구룡역은 너무 멋진 건물이었지만 지도 앱에 정보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2020년 초 코로나와 함께 중국 국경을 닫으면서 폐쇄되어 3년이나 이용자가 전무했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안 되는 걸까. 나중에 검색을 하다가 나처럼 고생한 분 후기를 보고 나만 이렇게 속은(?) 게 아니구나, 하고 위안을 받음. 홍콩에 사시는 듯한 그분 후기를 안 읽었다면 나만 판단을 잘못해서 바보같이 헤맸나..하고 자괴감에 빠졌을 듯 하다. 

나는 내가 홍콩에 돌아와서 묵게 될 코즈웨이베이 호텔에 캐리어를 이미 가져다 놓은 뒤 중국으로 출발했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 호텔로 찾아가기만 하면 됐는데... 고속철 서구룡역에서 오스틴역으로 가서 코즈웨이베이역으로 가려하니 동선이 엄청 비효율적인 것 같아 보였다. Austin에서 Hung hom으로 가서 東鐵線을 타면 코즈웨이베이를 눈앞에 두고 애드머럴티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구나. 게다가 두 번 환승에 지하철 세 번...



그래서 서구룡역에서 도보 5분이라는 지도 안내를 믿고 구룡역으로 가서 東通線을 타고 홍콩섬 센트럴 쪽으로 한 번에 가기로 함. 홍콩역->센트럴역 사이도 거리가 멀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2개 노선 타는 게 낫지, 지하철 3개 노선을 갈아탈 때마다 기다리는 것도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큰 실수였다. 지도 앱이 실제로 걸어봤을 리 없으니 단순히 건물 간 거리로만 도보 시간을 제시한 것 같은데 서구룡역->구룡역은 도보 5분으로 될 거리가 아니었다. ;;;;; citymapper 앱이 지하철역 "출구"에서 목적지까지의 도보 시간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코즈웨이베이역 같은 경우는 승강장 하차 후 A출구까지 걷는 데에도 5분이 걸린다는 것까지 정확하게 알려주던 앱이었기에 너무 믿었다. 😭





고속철 서구룡역에서 지하철 구룡역으로 가는 방향 안내 표지판은 계속 붙어 있지만 이건 그냥 옷만 입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 산책 가는 사람들 정도? 를 위한 안내일 뿐, 짐이 많은 입출국자는 10여분간 오르락 내리락 🦮개고생을 해야 함. 흑흑. 서구룡 기차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무조건 '오스틴'역만 이용하세요.


션전 -> 홍콩 이동 시간을 고속철로 줄여보려다, 홍콩 -> 션전 이동했을 때보다 고생 끝에 홍콩으로 돌아왔다. 그저 '이제는 고속철을 이용해봤다' 라는 경험만 생겼다. 중국 본토 <-> 홍콩 구간을 시간 절약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기차를 원활히 타기 위한 대기 시간이 엄청 길다. 
하지만 고달픈 이동 시간 가운데에서도 눈에 확 들어왔을 만큼, 새로 개발된 서구룡역 주변은 건물도 멋지고 풍경이 멋졌다. 언젠가 서구룡쪽에 가벼운 맘으로 다시 가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수확이었다.


 

앱테크 국제화



남는 시간에 앱을 켜서 자분자분 푼돈을 모으는 것을 앱테크라고 하던데, 최근 중국에 다녀온 뒤 중국 푼돈까지 모으고 있다. 💰📩

중국에선 웨이신(wechat) - 쯔푸바오(alipay)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해서 중국 여행을 가기 전 둘 다 깔았다가, wechat pay는 아직 외국인이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쓸 수가 없다고 하니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지웠다. 하지만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알리페이보다는 카카오톡과도 같은 웨이신과 연결된 위챗페이가 좀 더 보편적이라고는 한다.

조금은 찜찜했지만, 현금 없는 사회 중국을 편하게 여행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으니 여권 사진도 등록해서 알리페이 회원 본인 인증을 받고 체크카드 몇 개를 등록했다. 그러고 나니 알 수 없는 红包 - 빨간 봉투들이 날아든다. 






중국인들이 명절 같은 날 현금을 선물하는 붉은 봉투를 홍바오라고 하던데... 이게 이제 앱 안에서도 날아다니는 것이다. 사용 유인을 위해 소액을 뿌리는 것.

처음에는 (온라인 아닌) 매장 내 결제를 하면 앞으로 7일간 매일 1.68위엔씩 할인해 준다는 빨간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유없는 이런 할인이 진짜인지 믿을 수가 없었으면서도 출국 날짜보다 좀 일찍 알리페이에 가입해놓은 탓에 이 1.68위엔 할인은 마지막 7일째, 단 하루 밖에 받을 수 없게 된 것이 좀 아까웠다. 한국 돈 300원 정도지만 ㅎㅎ 더 늦게 홍바오 열어볼 걸.

중국 도착 첫날, 어느 나라를 가든 꼭 한 번은 가줘야 하는 맥도날드에 들어섬. 이 맥도날드에는 특이하게 판촉사원같은 아줌마가 카운터 앞에 계신다. 🤗 그분이 나의 첫 큐알코드 주문을 마구 도와주셔서 주문을 마쳤다. 맥너겟을 포함해서 할인가로 40위엔인 세트 메뉴였는데, 결제를 누르니 진짜 1.68위엔이 자동 할인되어 결제 된다. 🤠 짧은 중국어와 디지털 필담을 나눴던 그 아주머니가 "너 홍바오도 있네!" 하시는 건 알아들었다. 



300원이지만 남의 나라에서 할인받는 쏠쏠한 재미.
알리페이를 중국 입국 임박해서 가입했으면 중국에 체류한 4일 내내 300원씩 할인받았겠네.. 싶어서 아까워짐 ㅎㅎㅎ

그 뒤로도 매장 결제를 하면 적어도 0.01 - 0 25위엔씩은 할인받았다. 중국도 pay 회사끼리 경쟁이 대단할 테니 유인책이 여러 가지구만. (그래봤자 계산해보니 총액 ₩52 🤣 ) union pay 결제도 세븐일레븐이나 왓슨스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꼭 할인이 되었다. (그래봤자 총액 ₩70 🤭)

매일 출석을 하거나 결제 뒤 ‘’포인트‘’도 쌓이는데, 순식간에 200포인트가 넘었지만 이게 대체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200위엔은 아닐 테고.

그러다가 화면 아래쪽에 뜬 것을 봄.






269포인트를 모으면 지하철 탈 때 1위엔(₩180)을 할인받을 수 있다고. 
이 적립 포인트는 이 정도 가치로구나. 

사실 중국은 대중교통 탑승도 모두 이런 페이 프로그램의 큐알코드로 탑승하는데, 이상하게도 션전시로 위치를 지정하면 탑승용 큐알코드가 생성되지 않았다. 관광객 중에도 하는 분 있던데 나는 잘 안 됨.🙎
그래도 지하철 탑승권 판매 기계에서 알리페이 결제가 먹혀서 나의 중국 알리페이 첫 결제가 지하철 탑승권 판매기였는데... 나중에 여행할 때 큐알코드 생성을 못하더라도 지하철 탑승권 구입 기계에서 써도 1위엔 할인 받았으면 좋겠네 ㅎㅎ 중국은 대중교통비가 싸서 지하철 몇 구간이 2위엔(360원) 정도인 대도시가 많은데, 그러면 50% 할인받는 것임 😝
---> 더 알아보니 이 할인은 탑승용 QR 코드에 한정된 것이기는 한데, 알리페이에서 위치를 상하이로 바꿔서 큐알코드 생성을 해보니 되는 것으로 봐서는 션전 말고 다른 도시에서는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광고 시청 등으로 현금과 다름 없는 밸런스를 깨알같이 쌓을 수 있다. 
중국에 언제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티끌도 모아놔야지.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자랐다. 


학력은 물론 "언어구사력"까지 묻던 신청서. 에러까지 계속 나서 입력 오래 걸림🥵. 최근엔 이 항목 삭제.



비자 접수 시간만 생각했지, 접수 뒤 4일이 지나야 비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무리해서 신청 하면 출국 당일에 받아서 갈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두는 게 아니지. '어휴... 조금 더 서두를 걸.' 물론 중국 비자는 '급행 비자' 라고 돈을 더 내고 일찍 받는 제도가 있지만 상대적 저렴한 물가가 장점인 중국 여행에, 나의 게으름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2023년 10월 말 이후 예약제 방문은 폐지)


홍콩에서 션전으로 넘어갈 때 Port visa - 도착 비자 제도가 있어서 션전에만 5일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내주지만, 그 비자를 취급하는 곳이 3곳 정도만 있어서 교통 수단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홍콩/중국 간 출입국이 가능한 port (口岸)는 여러 곳 더 있기 때문에 중국 비자만 미리 만들었다면 고속철 같은 빠른 이동 옵션이 더 추가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해졌다. 

션전으로 넘어가는 중국 비자를 받는 가장 흔한 방법은 홍콩에서 Lo Wu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羅湖口岸(뤄후코안)에서 받는 방법인데, 접근이 가장 쉬운 만큼 줄이 길고 아침 일찍 quota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오후까지 또 기다려야 한단다. 오후마저 quota가 다 차면 그냥 돌아와야 하고. 🔙 게다가 내가 중국으로 가기로 한 날은 토요일. 그냥 션전에 놀러가는 사람이 더 몰릴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 검색 끝에 조금 더 널널하다는 황강- 皇岗口岸으로 가기로 했다. 블로그 글의 도움으로 완차이에서 황강코안까지 직행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 중국 국경으로 수많은 버스가 출발함. 구룡 쪽에서 출발하면 버스비가 더 싸다. 나는 중국에서 돌아와서 머물게 될 호텔에 짐을 미리 가져다 두고, 완차이 출발을 선택) 

버스 출발 위치 : 中旅巴士 CTG Bus, 138 Hennessy Rd, Wan Chai, 홍콩


완차이 - 황강코안 버스 비용은 57홍콩달러. 알리페이로 표 구입하는 키오스크가 있지만 2023년 7월 시점 외국인은 중국 영토 밖에선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던 옥토퍼스 카드 그냥 찍고 탑승하면 되는데도, 그 버스 승차장에 계신 직원 아주머니들이 내가 옥토퍼스 카드가 없다고 오해하셔서☺️ 결국 난 현금을 주고 표를 사서 탑승했다. 하지만 뭐... 내가 갖고 있던 홍콩 돈은 십수년 전, hk$1 = 150원대 때에 인출했었던 돈이니, 좀 더 저렴하게 중국행 버스를 타게 된 셈이기도 함. 


원래 내가 중국 비자를 미리 받아뒀다면 홍콩 지하철 Lo Wu역이 아닌 Lok Ma Chau역으로 가서 국경을 넘어 중국 福田口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완차이에서 버스 출발한 지 36분쯤 흐르니 Lok Ma Chau라는 표지판이 지나가고... 좀 더 이동한 뒤 내려서 홍콩 출국 심사를 받게 되었다. 

홍콩 Lok Ma Chau落马洲 지하철역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그대로 도보로 다리를 건너서 福田口岸으로 입국할 수 있지만 그건 이미 중국 비자를 소지한 사람의 경우이다. 중국 비자가 없는 사람은 버스가 내려준 이미그레이션 건물에서 출국 심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중국쪽 皇岗코안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착각하신 분들이 고생하신 후기도 봤다. 비자 없이 록마차우 지하철역에서 국경을 넘으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홍콩으로 돌아와야 한다.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미그레이션 "홍콩 거주자" 줄로 사라졌는데 나만 외국인 줄로 이동. 사람이 거의 나밖에 없으니 심사는 금방 끝남. 

홍콩 출국 후 건물을 나와서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대 버스가 서 있는 곳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내가 타고 온 회사의 황강코안행 버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타면 된다. 처음에 완차이에서 탈 때 옥토퍼스 카드를 찍었던 사람은 다시 찍고 무료로 탈 수 있고, 나같은 경우는 완차이에서 구입했던 종이 표를 버스 입구에서 직원이 가져갔다;;; 음, 완차이에서 어려운 의사 소통 끝에 겨우 구입한 표라 기념으로 사진 남기려고 했는데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 쩝. 그래도 그 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스가 여러 대 서 있는 가운데서🙇 표를 보여 주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볼 수 있었으니..

몇 분 달리면 이제 드디어 중국 땅 입국 심사 건물 도착





버스 타고 가는 동안 중국 출입국에 꼭 필요한 건강 QR code를 꼭 생성해놔야 한다. 그게 없으면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보통은 중국의 카카오톡 기능을 하는 웨이신(wechat)으로 건물 앞 군데군데 붙어 있는 QR코드를 읽어서 작성하는데(건물 앞에 와이파이가 잡히도록 해놓았음), 나는 알리페이支付宝만 미리 회원 가입하고 왔기 때문에 알리페이의 미니 앱을 통해 qr코드를 생성하니 편했다. 단지 중국해관 QR 생성할 목적으로만 위챗을 깔 필요는 없다. 알리페이 앱으로도 됨. 2023년 11월 이후, 입국 시 건강 QR 신고 폐지.


Customs_Pocket_Declaration 이 미니앱 이름.


완차이에서 11시쯤 버스가 출발했는데 홍콩 국경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고 🚃 중국 땅 황강코안 입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11시 48분이었다. 완차이에서 지하철을 탔다면 lo wu역까지는 50여분 걸리고 비용은 50.8 홍콩달러다. 국경 지하철역에 도착한 것일 뿐 아직 홍콩 출국 심사도 하기 전에 이미 1시간이 지나는 여정. 그래서 홍콩섬에서 갈 때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하고 빠른 듯.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중국 입국심사대가 텅텅 비어있어서, "내가 비자 만들어왔으면 여기서 그냥 통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섬 중심부에서 1시간도 안 되어 중국 입성 실현 가능. (고속철은 14분이 걸려서 이동이 짧게 걸리긴 하는데, 기차 탑승 전 신분증 확인 등 대기 시간과 출입국 심사 줄을 서다 보면 결국 1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비자가 없으니 왼쪽으로 돌아서 Port visa 발급처로 감. 의자 같은 것은 없고, 사진 찍는 기계와 창구 하나 덜렁 있으니 주의. 황강코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과는 달리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비자 발급에는 변수가 많으니 9시에 가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11시에 완차이에서 출발한 나 ㅎㅎ 참 낙천적이다. 도착하면 점심시간일 텐데...

영어로 보이는 글자는 "우선 번호표를 뽑아라, 사진을 찍고 비자 신청 양식을 작성해라, 번호 부르면 접수"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창구 앞은 바글바글했고, 오전 11시 50분 시점 - 번호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서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안 거는 편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영어로 할 수 밖에 없으니 붉은 얼굴을 가진 일명 "백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이제 번호표는 어딨는지 자기도 모르겠고 자기들은 번호표는 받았지만 9시 40분쯤 와서 두 시간 넘게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오전인데 직원들이 갑자기 쉰다며 창구를 닫고 사라졌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음.

줄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혼란한 상태에서 앞쪽으로 치고 들어가 봄. 물론 중국 숙소도 당일 취소 가능 상태이고 중국 입국을 못하면 홍콩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이미 홍콩에선 출국한 상태이니 재입국 심사도 해야 한다.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니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창구 바로 앞에 붙어 서있는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는데 영어 소통이 가능했다. 자신들도 아침에 와서 번호표를 받았고 아직 여기 줄 서 있는 상태라고. 창구쪽을 보니 "오늘 quota 더 이상 없음"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어휴.. 게으름쟁이, 남들처럼 일찍 오지.

아무튼 서류는 다 만들어놓기로 했다. 무료로 사진 찍는 기계로 사진도 찍었고, 비자 신청서도 일단 다 적었다. 서울에서 쓰는 신청서보다는 훨씬 간단하다. 이 북적대는 창구 앞은 열받아 있는 각국 시민들의 we are the world 현장으로 모두 친구가 된다. ㅎㅎ 아까 그 백인 남자의 일행이며 광동어도 구사하는 듯한 홍콩?? 여자분이 창구에 가서 푸쉬를 해보라고,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라고 해준다. 그 일행은 거의 3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비자를 받고 떠났다.

어쩌다 보니 내가 줄의 맨앞이 됨. 아까 나의 질문에 답해준 영어 잘 하는 동양인은 말레이시아 커플이었다. 그들은 39,40번 번호표를 가지고 있었고 비자 서류를 드디어 접수했다. 이제 나도 유리 부스 안 중국인 직원에게 얼굴을 들이밀 틈이 생겨 번호표 어찌 받냐고 물어보니, 사진이나 찍으라고 한다. "이미 찍었어. 신청서도 다 썼어." 

排队! 排队!영어로 답하던 그녀가 줄이나 서라고 중국어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참내. 

종종 자국 신분증(한국 주민등록증 같은)을 보여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내 앞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자국 신분증 제출을 요구 받았다. 나는 여권밖에 안 가져왔지만 지금 가진 여권에 예전에 톈진 다녀올 때 받은 관광 비자가 붙어 있어서 안심이 됐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들은 중국 입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거나, 한국의 특정 주민 번호 뒷자리를 가진 사람은 도착 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없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확실히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몇몇 얼굴을 알고 있는데 어쩌다 창구 제일 앞에 서 있게 된 나. 갑자기 유리 부스 속 여성이 번호표를 마구 찍어내는 게 보인다. 흐흐. 희망이 있네. 

11시 50분 전에 포트 비자 창구에 도착해서 얼쩡거리다가 12시 29분에 드디어 41번 번호표를 받았다. 🫡 나같이 소극적인 애가 어쩌다 그 주위에서 웅성웅성하던 모든 외국인을 제치고 오후 번호표의 1번을 받게 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ㅋㅋ 아무튼 줄을 잘 서야 함. 오후 번호표가 나오는 시간은 정해진 것 같지도 않고 직원 맘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드디어 오후 비자의 첫 접수를 하게 됐는데, 12시에 미리 찍어둔 사진에 내가 여권 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했다. 다시 찍어오래. 🙄 사진을 찍은 뒤 기계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되는데 두번째 사진 영수증이 나오다가 반이 찢어졌다. 🫠


😫 


세번째 사진을 찍고 12시 36분! 드디어 비자 신청서를 접수했다. Visa fee는 중국 지폐로는 안 받고 신용카드나 웨이신 알리페이 등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카드앱에서 정확한 신용카드 결제 시간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적별로 비용이 다른데 한국인은 168위엔. 약 3만원 정도였다. ( 🇨🇳2023년 9월 이후 275위엔으로 인상) 내가 이미 중국 여행 비자를 받은 이력이 있어서 인지, 내 잘못인 사진 외에는 아무 질문도 없이 접수됐다. 실수없이 번호만 제대로 입력했어도 3분 정도는 시간을 더 아꼈을 듯. '여기 왜 이렇게 난장판이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머리속이 더...🤯

막막하게 두어 시간을 창구 앞에서 보낸 느낌인데, 의외로 도착 46분 만에 비자 신청.📥 12시 36분 접수 후 비자가 부착된 내 여권을 돌려받은 시간은 오후 1시 4분. 접수 28분 만에 받음. 황강코안 도착부터 비자를 받기까지 총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된다. 비자 창구에 줄 서 있다가 서로 동지가 된 각국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입국 심사 줄로 이동.

아침에 와서 40번 번호표를 받았던 사람과 낮 12시 다 되어 황강코안 도착해서 41번 번호표를 받은 내가 같이 입국 심사 줄에 서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게으름 피운 게 오히려 나았다. 하지만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이고, 주말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의 황강코안 경험담을 읽으니 Port visa창구에 줄 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곧바로 접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럴 때는 웬만하면 30분 만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11시에 버스 타고 완차이를 떠난 후 13시 16분에야 드디어 도장 꽝 중국 입국.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별로 안 걸렸지만 12시부터 내내 서 있어서 너무 피곤하고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기도 했다. 황강코안을 나와서 육교도 건너고 10분 넘게 걸어서 7호선 황강코안역 도착, 션전여행이 시작됐다.


심천 도착 비자 받기를 시도하려는 분에게 해주고픈 말은...

변수가 많으니 잘 대비해야 하고 남의 후기가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 or 중국 입출국이 정신없이 이어지다 보니 두 영토 사이의 국경 심사장 위치를 착각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 경험을 '원칙'으로 일반화한 사람들의 잘못된 정보가 블로그에 난무하니 잘 가려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나만 해도 댓글을 달아주고픈 잘못된 정보를 각각 3군데 이상 봤는데, 난 그 사이트 아이디가 없다는.🙎 솔직히 아이디가 있었다 해도 전혀 모르는 남에게 지적질 할 용기를 내기는 어렵긴 하지만...제 블로그는 아이디 없어도 댓글을 쓸 수 있으니 잘못된 정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그리고 황강코안 port visa 접수처에는 의자가 없으니( 뤄후코안에는 의자도 있는 제대로 된 대기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온다는 뜻) 남의 시선 상관 안 한다면 접었다 펴서 깔고 앉는 납작한 쿠션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바닥에라도 앉는 거 추천함. 🤗 난 그런 걸 가지고 왔을 리 없으니 계속 서 있었던 데다가 짐 가방을 메고 있었어서 그날 밤까지 허리가 아파왔다. 여행 망치는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하루 뒤 회복이 됐다. 짐은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고 그냥 짐 없는 당일치기 션전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