岳麓区 环湖路 745号, 达美寰宇中心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제일 장사 잘 하고 있는 국제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IHG. 이번 여행에도 한 곳 정도는 방문하고 싶었는데 마침 풍경도 좋고 내부 디자인도 뛰어난 Indigo가 창샤에 있어서 숙박을 결정했다.
2004년 애틀랜타에서 시작된 브랜드인 Hotel Indigo는 주변 동네 느낌(neighborhood)을 녹여내는 것을 강조하는, 개성적이면서도 우아한 내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내가 처음 가본 인디고도 애틀랜타의 인디고이긴 했는데 애틀랜타의 인디고 4곳 중에서도 내가 머문 곳은 공항 옆에 위치한 간소한 호텔이었어서 그저 3성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디고는 5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는데, 내가 가본 션전/광저우 인디고 모두 꽤 만족스러웠다. 화려하면서도 현지 분위기를 확실히 반영한 내부 디자인 덕에 여행 온 기분을 확실히 느낄 수 있던 곳.
처음에는 적립해 둔 포인트로 무료 예약했지만 갑자기 6일간 destination deals 30% 할인 행사를 해서 방값이 내려간 덕분에 다시 돈을 내고 숙박하는 걸로 바꿨다. 화려한 5성 호텔이 이렇게 (비교적) 저렴한 요금인 10만원대를 제시했으니.. 이번에는 그 행사를 이용하고, 나중에 더 비싼 곳에서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
인디고 션전도 그랬었는데, 호텔 분위기 자체는 리조트같기도 하고 외진 곳에 있을 법한 분위기지만 이 호텔도 의외로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는 것이(梅溪湖西역 도보 2-3분) 선택을 굳히는데 도움을 줬다.
중국에서 인디고 3곳을 가봤는데
인디고 션전 (2022년 12월)
인디고 창샤 (2023년 8월)
인디고 광저우 (2023년 9월) 순서로 문을 열었다. 독특한 분위기로 인해, 세 곳 모두 각각 그 도시에 방문하는 사람에게 정말 추천하는 호텔들이다.
하지만... 호텔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일이 있었다.
나는 유니온페이의 결제 즉시 10% 할인 행사를 이용하고 싶었는데, 여태까지 방문한 대부분의 중국 5성 호텔들은 1600-2300위엔(32만-46만원) 정도의 보증금을 먼저 가승인을 냈다가 체크아웃하면 그 금액 중에서 실물 카드 제시없이 숙박비만 호텔에서 재청구하는 방식을 썼었다. '이렇게 되면 처음에 2300위엔에 카드 할인 들어갔다가 나중에 정작 진짜 숙박비는 승인 시간이 사라져서 할인이 안 되면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짐.
여태 중국에 다닐 때 호텔에선 신용카드를 받으니까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고, 소소한 용돈은 체크카드를 알리페이에 등록해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해왔다. (신용카드 해외 사용 마일리지 2배 적립 받으려고😊)
하지만 유난히 IHG 계열에서 신용 카드 결제를 했을 때 적용 환율이 좋지 않아 예상했던 금액보다 몇 천원 더 청구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한번은 분명히 내 카드에 원화 결제 차단을 걸어두었는데도 숙박비가 ₩원화로 결제됐다가 이중 환전이 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예상 금액보다 훨씬 더 청구됐던 IHG 호텔도 있었다. 숙박 후 자동으로 오는 "이번 숙박은 어떠셨나요?" 류 메일에 결제 과정이 왜 그랬는지 질문했지만, IHG 계열에 이런 걸 보내면 늘 묵살당한다. (전세계적으로 IHG 고객들이 불만을 가진 부분이라고.) 답장이 온 적이 없음.
그래서 이번만큼은 그냥 유니온페이 체크 카드를 이용해서 수수료없이 미리 환전해둔 금액으로 숙박료를 지불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호텔도 보증금 먼저 가승인 내는 방식이라면 유니온페이 즉시 할인이 숙박비에는 어떻게 적용될지 불분명하잖아?? 그래서 숙박비 / 보증금을 각각 다른 카드로 분리해서 결제하는 게 가능한 지 문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중국 호텔은 대부분 위챗으로 소통을 하기에 이메일 답신이 늦게 오는 경우를 몇 번 봤는데, 다행히 하루쯤 지나니 분리해서 결제하는 게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카드를 두 장 각각 준비한 채로 체크인을 하려 하니 내가 이미 메일을 보냈던 사항을 모르고 있는 눈치. 자기들끼리 찾아서 메일을 열심히 읽더니 하는 말..."저희는 원래 보증금이 없어요"
🙀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면 애초에 이메일에서도 "우리는 보증금을 받지 않습니다. 체크인 시 숙박료만 결제하세요" 라고 하면 되지, 왜 분할 결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낸 거야?? 황당하네.
어찌어찌 유니온페이 체크 카드를 제시하고 숙박비 즉시 10% 할인도 받고. 그러다 보니 혼자 미리 메일 보내고, 프론트 데스크에 내가 주고 받은 메일 확인을 해봐라 요구를 하던 게 머쓱해졌다. 영어로 체크인을 진행하고 있던 직원에게 이 머쓱함의 타개책으로 말을 걸어봤다.
"아니 제가 인디고 션전도 가고 인디고 광저우도 가봤는데 거기는 모두 3000위엔씩 미리 보증금 결제를...."
그러다 깨달았다.
중국 인터내셔널 체인 프론트 데스크에서 종종 본, 필살기로 체크인에 필요한 영어는 구사하지만 조금만 다른 이야기를 해도 전혀 소통이 안 되는 직원의 표정이 지금 여기서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원은 아, 그러시구나..많이 다니셨구나..로 대응을 했고, 나는 순식간에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내 여행 이력을 자랑한 사람이 됐다.😟😵
아고...갑자기 내가 민망해짐.
당황스런 체크인을 마치고 내 방으로 내려옴.
이 호텔은 프론트 데스크가 최상층에 있다
다행히 방은 맘에 든다. 넓고 밝은 방. 38m²
방에 들어섬과 함께 자동으로 블라인드가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기대 속에 창가에 다가가 보니 그저 아파트 뷰일 뿐이다. 이 호텔 이름이 나름 메이시🏞레이크인데.
올초 광저우 voco를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IHG 실버 혜택을 살짝 찍어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아무 혜택이 없는 기본 등급이 되었음을 실감하는 순간.
하지만 화장실에 내가 좋아하는 장치가 있었다.
요즘 중국 호텔은 세면대를 화장실 밖으로 빼서 '건식 세면대'를 유지하고 샤워 부스와 화장실은 각자 칸으로 독립시키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큰 문제는 변기가 있는 공간에서 손을 씻고 나올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 화장실칸 문고리 만질 때마다 살짝 꺼림칙.
방 넓이가 넓지 않은 '기본 룸'에서 위 사진처럼 변기가 있는 공간에 조그마한 세면대가 추가로 설치된 호텔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면적이 넓은 상위 등급 룸이나 화장실이 두 개 이상인 스위트에서 쓰는 방식인데...
화장실 합격. 👍 일 보고 즉시 손 씻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아.
개방형 세면대 옆으로 뺀 탁자 구조도 편해서 뭔가를 끄적이기도 좋고...
대부분 호텔의 경우 이런 탁자 혹은 책상이 tv앞이나 벽에 붙어 있어서, 앉으면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과는 달랐다. 꽤 새로운 방 구조가 맘에 들어서 아까 체크인 때 겪은 당황과 황당은 스르르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런데
중국 현지에서는 접속 불가한 구글, 페이스북 등을 쉽게 쓸 수 있는 vpn이 포함된 e-sim을 사용 중이었는데 내 방에서만 데이터가 잡히지 않는다. 여태까지 칭다오나 창샤 다른 호텔에서 잘만 쓰던 구글 번역 등이 내 방에서는 먹통임. 문의를 하기 위해 폰을 들고 로비로 올라갔더니 거기에선 또 시그널이 좋음.
로비에서는 신호 감도 4칸, 내 방에만 오면 1칸
중국에는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 양대 통신사가 있는데, 나의 esim은 차이나 모바일 망을 쓰고 있었다. 전기 설비 직원과 함께 통역을 위해 내려온 다른 직원의 차이나 모바일 신호 감도 역시 내 방에서는 떨어졌다. 설비 직원의 차이나 유니콤은 괜찮았음. 처음에는 내 폰 탓을 하며 이것저것 해보시던 설비 아저씨도 결국 포기, 방을 바꾸게 되었다. 여기 호텔 와이파이 망으로는 구글이든 네이버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본의 아니게 업그레이드를 받고 호수가 조금 보이는 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차이나 모바일(中国移动)의 감사한 협조(?!) 덕분인가.
면적 44m²에 양쪽으로 통창이 있는 코너룸이었다. 이 구조의 방엔 화장실 칸 안에 작은 세면대가 추가로 더 있지는 않았다. 위 사진에 보이는 건식 세면대가 전부.
방 구조는 저번 기본 룸이 사실 더 맘에 들었지만 이 방으로 오니까 데이터 신호가 문제없이 잘 잡히니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구글 등도 다시 열리고.
인디고 창샤의 미니바는 무료. 저번에 인디고 광저우 냉장고에 더 다양한 음료가 들어있었는데 무료인 걸 깜박해서 안 꺼내 먹은 게 아쉬웠음.
인디고 션전과 광저우는 컵이 너무 예뻐서 '이 브랜드 호텔은 컵 디자인까지 신경쓰는구나..' 했었는데 인디고 창샤는 아쉽게도 평범.
통유리창이고 건너편 건물이 꽤 가까운데 세면대와 욕조 모두 외부에 나와있음. 물론 블라인드를 2중으로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창사가 홍콩보다 더 습한가봐. 어제 4성급 호텔도 침구가 꿉꿉 5성급인 여기가 더 꿉꿉. 창사 지역 호텔 후기에 침구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걸로 봐서는, 워낙 습한 기후이기에 그냥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사나보다...싶었다.
메이시 호수 근처 조형물들을 좀 돌아보고,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호수 야경을 보면서 해결. 가격 부담이 적은 중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 😊. 라구 소스 펜네 가격은 ₩16,400원 정도. 하이네켄 한 병은 ₩10,000원 약간 안 되는 가격.
Bar에 한국어 인삿말을 하면서 친근하게 손님 대접을 잘 하는 남직원과 안경을 쓴 여리여리한 여직원이 있어서 좋았다. 나는 한국 방송국이나 서비스 업계에서 화장을 강제하거나 안경을 쓰는 것이 '여자에게만' 금기인 경우를 싫어하는데, 중국은 5성 호텔에서도 화장기 없는 얼굴로 안경을 쓰고 서빙하는 직원을 만날 수 있다. 그게 좋음.
호텔 상층부에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수영할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 수영장이 있지만 안타깝게 내가 갔던 시기에 시설 보수 중이라는 걸 체크인할 때야 알게 됐다. 한국에서 챙겨 간 수영복과 수경의 무게와 부피가 안타까웠다. 수영장 공사 미리 알려줬으면 짐이 더 널널해졌을텐데. (8박 9일 여행의 짐 부칠 때 공항에서 보니 9kg였는데 수영복, 수모, 수경, 수영 가방 등 빼면 더 줄지 않았을까...)
호텔 주변은 신도시이고 여전히 개발 중이라 아직 휑~ 한 편이지만 여행 중 휴양의 느낌을 주기에 좋은 곳이고, 시내에서 멀 것 같지만 관광중심지인 5•1광장까지 지하철로 20분 밖에 안 걸리는 지역이다. 나는 호텔에서 쉬는 걸 선택했지만 관광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5•1광장 + 또 하나의 관광중심지인 위에루산⛰️도 가까워서 쉽게 다녀올 수 있다.
호텔은 호수 서쪽에 위치해있는데 지하철로 두 정거장 혹은 택시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호수 동쪽에 커다란 쇼핑몰, 그리고 자하 하디드의 유작 중 하나인 창샤 국제문화 예술 센터(2017-2019)가 있어서 돌아보기에 편하다. 여기도 사람들 사진 촬영의 성지라서, 낮에는 왠지 북적거릴 것 같아 호텔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서 아침 일찍 다녀왔더니 분위기도 좋고 한적했다.
호텔 인디고 창샤,
나무랄 데 없는 시설과 (물론 통신 감도가 안 좋은 방도 있...) 아름다운 디자인 등으로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는 창샤의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직원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이용하기 조금 불편했다. 내가 직원에게 다가갈 때마다 서로 편하지 않은 게 느껴짐. 😅 여기까지 여행 오는 외국인이 드물어서 경험이 쌓이지 않아 그런가보다. 그래도 우한에서는 내가 음식 배달 주문에 어려움을 겪으면 대부분 호텔 직원들이 도움을 줬지만 여기 직원은 "가까운 곳에 매장이 있으니 직접 걸어거라"를 대안으로 제시.🕺
뭔가 부서간 협동 체제는 미비한 것 같아 체크인하면서 크게 당황했었어도 친절하려 노력하던 프론트 데스크 직원들, 즐겁게 일하던 Bar 직원들과 주변의 한적한 풍경 등을 떠올리며... 언젠가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픈 호텔이다.
호텔 건물 1층 카페도 너무 귀여웠어...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