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Fortress








댄 브라운이 쓴 다섯 권의 책 중에서 내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 1998년에 출판된 그의 첫 작품이다.
드디어 그가 쓴 모든 책을 다 읽게 되었다.
(Da Vinci code-Deception point-Angels&Demons-Lost symbol- Digital Fortress 순.
내가 읽은 순서는 lost symbol을 제외하면 출판년도 역순이다)


페이지는 잘 넘어가지만, 작가로서 처음 쓴 책이라 그런지 미숙함도 눈에 띈다.
특히 스페인 세비야에서의 벌어지는 사건 전개는 아마 댄 브라운도 지금쯤 이렇게 쓴 걸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성이 없다.
( ->해운대 백사장에 떨어트린 바늘 찾으러 해운대에 왔는데, 그냥 툭 건드린 조약돌 밑에 바늘이 있어서 쉽게 찾았는데 그걸 실수로 바다에 빠트려서 바다로 찾으러 들어가보니 처음 마주친 해수욕객이 그 바늘을 가지고 있다가 어린애에 줬다고 증언해서, 남포동 길거리에 지나가는 어린애를 하나 잡고 물어봤더니 걔가 그 바늘을 가지고 있더라...뭐 이런 식으로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에피소드가 계속 이어지는...쩝)

이 정도로 계속 썼다면 그저 약간 뛰어난 스릴러 작가로 남았을 텐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다빈치 코드라는 거의 문화적 사건에 가까운 히트를 기록한 그의 노력이 무엇보다 멋진 것 같다.

댄 브라운이 대학에서 Spanish를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소설 속 군데군데 Spanish가 섞여있다.
Spanish를 조금 알고 있다면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 두 언어를 병기해 놓았지만, 가끔 병기하지 않고 Spanish만 쓰고 넘어간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모두가 이 정도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런데 여기서 그려지는 스페인은 완전 후진성을 면치 못한 이미지
스페인 사람이 읽으면 좀 기분 나쁠 수 있겠다.

미국 통속소설(스릴러를 표방한)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는데, 별로 필요없는 섹시 코드가 100% 등장했다. (그래야 독자를 끌 수 있다는 건가?)
여태까지 내가 읽은 댄 브라운 소설은 그런 쓸데없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좋았는데
디지털 포트리스는 무명작가로서 처음 쓴 작품이라서 그런지, 역시 쓸데없는 장면 묘사가 쪼오금 들어가 있다.

댄 브라운의 후속 작품에는 그런 장면이 없는 걸 보면,
줄리아 로버츠가 옷을 벗어서 이목을 끌지 않아도 되는 여배우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댄 브라운도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잔재주를 부릴 필요 없이, 이젠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면 된다는 느낌? ㅎㅎ

어쨌든 알랭 드 보통이 시간이 갈수록 사진으로 지면을 꽉꽉 채운 "기획력"에 기대는 평범한 작품들을 쓰는 것에 비해서
여전히 성실하게 글을 쓴다는 느낌을 주는 댄 브라운.
다음 작품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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