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l's court studios - 런던 얼스코트 스튜디오



71 Eardley Crescent, London, SW5 9JT

나는 여름 성수기에 £55를 내고 가장 작은 방-정말 딱 1명밖에 잘 수 없는 침대 크기-을 예약했지만 그 이하의 가격에 방이 있는 날이 있다면 예약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숙소. 내가 예약한 사이트의 후기에 이 숙소를 6만원대에 예약한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진짜 거의 횡재급.


물론 브랜드 호텔에 익숙한 분들은 이런 곳이 실망스럽겠지만, 여름 성수기 런던의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대비 좋은 곳이다. 튜브 얼스코트역 'warwick road' 출구(메인 출구와 반대편)에서 뭐 1-2분 거리라고 할까. 너무 가깝고 주위 동네도 내가 밤 11시 넘어서 돌아다녔는데 안전했다. 숙소를 가기 전에 구글 지도같은 데서 위치를 찾으면 '이 숙소가 뭐가 그렇게 튜브에서 가깝다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지만, 직접 가보면 얼스코트역 출구가 하나 더 있어서 그 곳과 매우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Studios라는 이름처럼 작은 방에 티비,취사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샤워실도 깔끔한 편이고 침구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는 깨끗.






이 가격에 microwave oven, 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대신 방이 작아서 냉장고 소음이 약간 거슬리기는 했다. 근데 뭐 20만원 주고 예약한 나름 이름난 호텔에 냉장고가 없었던 거 생각하면 이 여름에 감지덕지.

얼스코트역 주위에 많은 수퍼마켓에서 파는 데워먹는 음식 사와서 조리해 먹으면 예산 아낄 수 있을 듯:) 숙소에서 길 한 번만 건너서 쭉 따라가면 온갖 식재료와 음식들이 쌓여있는 막스앤 스펜서 Simply Food에갈 수 있다. 난 이날 이미 저녁을 먹고 들어왔기 때문에, 그전에 M&S에 갈 때마다 군침을 흘렸던 많은 재료들을 데워서 먹는 걸 못 해봐서 아쉽다. ㅠ.ㅠ





몇몇 방에서는 창 밖으로 '얼스코트' 건물(2012년 런던올림픽 배구 경기가 열렸던 장소) 그 자체가 보일 정도로 교통이 정말 편리하다. 런던 숙소를 찾기 위해 며칠간 골머리를 앓은 끝에 발견했는데 이 정도 시설에 화장실이 딸려 있는 깨끗한 방은 이 가격에 진짜 찾기 힘들다. (런던의 작은 호텔들은 공동 욕실을 많이 쓴다.) 내 방은 가장 작은 방이었지만, 이것보다 큰 방은 훨씬 쾌적할 듯.

Damir라는 주인장은 후기 평들처럼 잘 도와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기본 표정이 퉁명스러워서 솔직히 친절한 건지, 기분이 상해있는 건지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가장 이상했던 건, 나만 어찌해도 와이파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것 때문에 이 숙소의 점수가 깎였다. 밤에 급한 일이 있어 맥도날드까지 와이파이 잡으러 다녀와야 했다.
아마도 내 기기의 MAC address를 와이파이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했어야 하거나 그런 것이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당시에는 그걸 몰랐다. 이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안 될 경우, 이 숙소의 무선인터넷 관리 시스템에 들어가 뭐라도 해봐야 할 듯

그 외에는 여행보다 가정집에 머무르는 기분이 드는 이 숙소를 적극 추천한다.
문은 항상 잠겨 있어 외부인이 드나들지 않고, 숙박을 하게 되면 바깥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준다. 현관문과 내 방문이 한 열쇠로 동시에 열린다는 게 신기하기는 하지만 :)
설마 모든 방 열쇠가 같은 것은 아니겠지?




(건물에서 나오면 바로 보일 정도의 earl's court역 warwick road 출구)


* 장점
- 지하철역에서 무지 가깝다. 그래도 번잡하지 않고 주위가 조용한 동네.
-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 취사 시설까지 보유


* 단점
- 짐을 맡아주지 않는다. 호텔급 서비스를 기대하기에는 무리. 아마도 당일 늦게 가져갈 짐인지 놔두고 간 사람들을 보긴 했는데, 보관 공간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 그냥 "놓여"있는 거다.
- 주인 아저씨가 종종 자리를 비운다. 즉시 필요한 일을 해결해야 할 때 자리를 비우면 답답. 자리를 비우시는 관계로, 아침 일찍 체크아웃할 때는 그냥 프론트에 열쇠만 놓고 나와도 되니까 그건 장점이지만.

- 작동 방법이 뭔가 달랐던 티비. 아저씨가 와서 설명해주고 갔는데, 여전히 내맘대로 안 되어서 자유자재로 채널 바꿔가며 볼 수가 없었다.
- 런던 호텔 3곳을 방문한 뒤에 이 곳에 갔는데, 앞서 방문한 곳들은 내가 회원 가입되어 있는 체인이라서 그런지 내 회원카드만 보고 여권도 확인 안 하고 체크인한 곳도 있었다. 그런데 earl's court studios는 여권 관리가 엄격한 방콕 호텔들처럼 내 여권을 가져가서 복사했다. 뭔가 찜찜해서 물어보니, 별 거 아니라며 그 복사한 종이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다른 런던 호텔도 이렇게 하는 곳이 있다고도 하긴 하는데, 나로선 영국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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