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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자랐다. 


학력은 물론 "언어구사력"까지 묻던 신청서. 에러까지 계속 나서 입력 오래 걸림🥵. 최근엔 이 항목 삭제.



비자 접수 시간만 생각했지, 접수 뒤 4일이 지나야 비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무리해서 신청 하면 출국 당일에 받아서 갈 수 있는 정도?!? 하지만 이런 무리수는 두는 게 아니지. '어휴... 조금 더 서두를 걸.' 물론 중국 비자는 '급행 비자' 라고 돈을 더 내고 일찍 받는 제도가 있지만 상대적 저렴한 물가가 장점인 중국 여행에, 나의 게으름 비용으로 큰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2023년 10월 말 이후 예약제 방문은 폐지)


홍콩에서 션전으로 넘어갈 때 Port visa - 도착 비자 제도가 있어서 션전에만 5일간 머무를 수 있는 비자를 내주지만, 그 비자를 취급하는 곳이 3곳 정도만 있어서 교통 수단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홍콩/중국 간 출입국이 가능한 port (口岸)는 여러 곳 더 있기 때문에 중국 비자만 미리 만들었다면 고속철 같은 빠른 이동 옵션이 더 추가될 수 있었지만 불가능해졌다. 

션전으로 넘어가는 중국 비자를 받는 가장 흔한 방법은 홍콩에서 Lo Wu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羅湖口岸(뤄후코안)에서 받는 방법인데, 접근이 가장 쉬운 만큼 줄이 길고 아침 일찍 quota가 끝나는 경우가 많아 오후까지 또 기다려야 한단다. 오후마저 quota가 다 차면 그냥 돌아와야 하고. 🔙 게다가 내가 중국으로 가기로 한 날은 토요일. 그냥 션전에 놀러가는 사람이 더 몰릴 것 같았다.

그래서 블로그 검색 끝에 조금 더 널널하다는 황강- 皇岗口岸으로 가기로 했다. 블로그 글의 도움으로 완차이에서 황강코안까지 직행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홍콩 시내 곳곳에서 중국 국경으로 수많은 버스가 출발함. 구룡 쪽에서 출발하면 버스비가 더 싸다. 나는 중국에서 돌아와서 머물게 될 호텔에 짐을 미리 가져다 두고, 완차이 출발을 선택) 

버스 출발 위치 : 中旅巴士 CTG Bus, 138 Hennessy Rd, Wan Chai, 홍콩


완차이 - 황강코안 버스 비용은 57홍콩달러. 알리페이로 표 구입하는 키오스크가 있지만 2023년 7월 시점 외국인은 중국 영토 밖에선 알리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내가 갖고 있던 옥토퍼스 카드 그냥 찍고 탑승하면 되는데도, 그 버스 승차장에 계신 직원 아주머니들이 내가 옥토퍼스 카드가 없다고 오해하셔서☺️ 결국 난 현금을 주고 표를 사서 탑승했다. 하지만 뭐... 내가 갖고 있던 홍콩 돈은 십수년 전, hk$1 = 150원대 때에 인출했었던 돈이니, 좀 더 저렴하게 중국행 버스를 타게 된 셈이기도 함. 


원래 내가 중국 비자를 미리 받아뒀다면 홍콩 지하철 Lo Wu역이 아닌 Lok Ma Chau역으로 가서 국경을 넘어 중국 福田口岸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완차이에서 버스 출발한 지 36분쯤 흐르니 Lok Ma Chau라는 표지판이 지나가고... 좀 더 이동한 뒤 내려서 홍콩 출국 심사를 받게 되었다. 

홍콩 Lok Ma Chau落马洲 지하철역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그대로 도보로 다리를 건너서 福田口岸으로 입국할 수 있지만 그건 이미 중국 비자를 소지한 사람의 경우이다. 중국 비자가 없는 사람은 버스가 내려준 이미그레이션 건물에서 출국 심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중국쪽 皇岗코안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을 착각하신 분들이 고생하신 후기도 봤다. 비자 없이 록마차우 지하철역에서 국경을 넘으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 홍콩으로 돌아와야 한다.





버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미그레이션 "홍콩 거주자" 줄로 사라졌는데 나만 외국인 줄로 이동. 사람이 거의 나밖에 없으니 심사는 금방 끝남. 

홍콩 출국 후 건물을 나와서 사람들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대 버스가 서 있는 곳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내가 타고 온 회사의 황강코안행 버스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타면 된다. 처음에 완차이에서 탈 때 옥토퍼스 카드를 찍었던 사람은 다시 찍고 무료로 탈 수 있고, 나같은 경우는 완차이에서 구입했던 종이 표를 버스 입구에서 직원이 가져갔다;;; 음, 완차이에서 어려운 의사 소통 끝에 겨우 구입한 표라 기념으로 사진 남기려고 했는데 찍을 새도 없이 사라져 버렸네. 쩝. 그래도 그 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버스가 여러 대 서 있는 가운데서🙇 표를 보여 주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볼 수 있었으니..

몇 분 달리면 이제 드디어 중국 땅 입국 심사 건물 도착





버스 타고 가는 동안 중국 출입국에 꼭 필요한 건강 QR code를 꼭 생성해놔야 한다. 그게 없으면 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보통은 중국의 카카오톡 기능을 하는 웨이신(wechat)으로 건물 앞 군데군데 붙어 있는 QR코드를 읽어서 작성하는데(건물 앞에 와이파이가 잡히도록 해놓았음), 나는 알리페이支付宝만 미리 회원 가입하고 왔기 때문에 알리페이의 미니 앱을 통해 qr코드를 생성하니 편했다. 단지 중국해관 QR 생성할 목적으로만 위챗을 깔 필요는 없다. 알리페이 앱으로도 됨. 2023년 11월 이후, 입국 시 건강 QR 신고 폐지.


Customs_Pocket_Declaration 이 미니앱 이름.


완차이에서 11시쯤 버스가 출발했는데 홍콩 국경에서 출국 심사를 마치고 🚃 중국 땅 황강코안 입구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11시 48분이었다. 완차이에서 지하철을 탔다면 lo wu역까지는 50여분 걸리고 비용은 50.8 홍콩달러다. 국경 지하철역에 도착한 것일 뿐 아직 홍콩 출국 심사도 하기 전에 이미 1시간이 지나는 여정. 그래서 홍콩섬에서 갈 때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하고 빠른 듯.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중국 입국심사대가 텅텅 비어있어서, "내가 비자 만들어왔으면 여기서 그냥 통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섬 중심부에서 1시간도 안 되어 중국 입성 실현 가능. (고속철은 14분이 걸려서 이동이 짧게 걸리긴 하는데, 기차 탑승 전 신분증 확인 등 대기 시간과 출입국 심사 줄을 서다 보면 결국 1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비자가 없으니 왼쪽으로 돌아서 Port visa 발급처로 감. 의자 같은 것은 없고, 사진 찍는 기계와 창구 하나 덜렁 있으니 주의. 황강코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말과는 달리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북적북적. 비자 발급에는 변수가 많으니 9시에 가라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11시에 완차이에서 출발한 나 ㅎㅎ 참 낙천적이다. 도착하면 점심시간일 텐데...

영어로 보이는 글자는 "우선 번호표를 뽑아라, 사진을 찍고 비자 신청 양식을 작성해라, 번호 부르면 접수"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창구 앞은 바글바글했고, 오전 11시 50분 시점 - 번호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아서 대체 뭘 어쩌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안 거는 편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영어로 할 수 밖에 없으니 붉은 얼굴을 가진 일명 "백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이제 번호표는 어딨는지 자기도 모르겠고 자기들은 번호표는 받았지만 9시 40분쯤 와서 두 시간 넘게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직 오전인데 직원들이 갑자기 쉰다며 창구를 닫고 사라졌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음.

줄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혼란한 상태에서 앞쪽으로 치고 들어가 봄. 물론 중국 숙소도 당일 취소 가능 상태이고 중국 입국을 못하면 홍콩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이미 홍콩에선 출국한 상태이니 재입국 심사도 해야 한다. 이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니 적극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창구 바로 앞에 붙어 서있는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는데 영어 소통이 가능했다. 자신들도 아침에 와서 번호표를 받았고 아직 여기 줄 서 있는 상태라고. 창구쪽을 보니 "오늘 quota 더 이상 없음"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어휴.. 게으름쟁이, 남들처럼 일찍 오지.

아무튼 서류는 다 만들어놓기로 했다. 무료로 사진 찍는 기계로 사진도 찍었고, 비자 신청서도 일단 다 적었다. 서울에서 쓰는 신청서보다는 훨씬 간단하다. 이 북적대는 창구 앞은 열받아 있는 각국 시민들의 we are the world 현장으로 모두 친구가 된다. ㅎㅎ 아까 그 백인 남자의 일행이며 광동어도 구사하는 듯한 홍콩?? 여자분이 창구에 가서 푸쉬를 해보라고,  어떻게든 방법은 있을 거라고 해준다. 그 일행은 거의 3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비자를 받고 떠났다.

어쩌다 보니 내가 줄의 맨앞이 됨. 아까 나의 질문에 답해준 영어 잘 하는 동양인은 말레이시아 커플이었다. 그들은 39,40번 번호표를 가지고 있었고 비자 서류를 드디어 접수했다. 이제 나도 유리 부스 안 중국인 직원에게 얼굴을 들이밀 틈이 생겨 번호표 어찌 받냐고 물어보니, 사진이나 찍으라고 한다. "이미 찍었어. 신청서도 다 썼어." 

排队! 排队!영어로 답하던 그녀가 줄이나 서라고 중국어로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참내. 

종종 자국 신분증(한국 주민등록증 같은)을 보여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내 앞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자국 신분증 제출을 요구 받았다. 나는 여권밖에 안 가져왔지만 지금 가진 여권에 예전에 톈진 다녀올 때 받은 관광 비자가 붙어 있어서 안심이 됐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들은 중국 입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에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거나, 한국의 특정 주민 번호 뒷자리를 가진 사람은 도착 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없기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아무튼 확실히 나보다 먼저 와 있던 몇몇 얼굴을 알고 있는데 어쩌다 창구 제일 앞에 서 있게 된 나. 갑자기 유리 부스 속 여성이 번호표를 마구 찍어내는 게 보인다. 흐흐. 희망이 있네. 

11시 50분 전에 포트 비자 창구에 도착해서 얼쩡거리다가 12시 29분에 드디어 41번 번호표를 받았다. 🫡 나같이 소극적인 애가 어쩌다 그 주위에서 웅성웅성하던 모든 외국인을 제치고 오후 번호표의 1번을 받게 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ㅋㅋ 아무튼 줄을 잘 서야 함. 오후 번호표가 나오는 시간은 정해진 것 같지도 않고 직원 맘이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드디어 오후 비자의 첫 접수를 하게 됐는데, 12시에 미리 찍어둔 사진에 내가 여권 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했다. 다시 찍어오래. 🙄 사진을 찍은 뒤 기계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되는데 두번째 사진 영수증이 나오다가 반이 찢어졌다. 🫠


😫 


세번째 사진을 찍고 12시 36분! 드디어 비자 신청서를 접수했다. Visa fee는 중국 지폐로는 안 받고 신용카드나 웨이신 알리페이 등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카드앱에서 정확한 신용카드 결제 시간을 찾아볼 수 있다. 국적별로 비용이 다른데 한국인은 168위엔. 약 3만원 정도였다. ( 🇨🇳2023년 9월 이후 275위엔으로 인상) 내가 이미 중국 여행 비자를 받은 이력이 있어서 인지, 내 잘못인 사진 외에는 아무 질문도 없이 접수됐다. 실수없이 번호만 제대로 입력했어도 3분 정도는 시간을 더 아꼈을 듯. '여기 왜 이렇게 난장판이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머리속이 더...🤯

막막하게 두어 시간을 창구 앞에서 보낸 느낌인데, 의외로 도착 46분 만에 비자 신청.📥 12시 36분 접수 후 비자가 부착된 내 여권을 돌려받은 시간은 오후 1시 4분. 접수 28분 만에 받음. 황강코안 도착부터 비자를 받기까지 총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된다. 비자 창구에 줄 서 있다가 서로 동지가 된 각국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중국 입국 심사 줄로 이동.

아침에 와서 40번 번호표를 받았던 사람과 낮 12시 다 되어 황강코안 도착해서 41번 번호표를 받은 내가 같이 입국 심사 줄에 서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게으름 피운 게 오히려 나았다. 하지만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례이고, 주말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의 황강코안 경험담을 읽으니 Port visa창구에 줄 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곧바로 접수한 사례도 있었다. 그럴 때는 웬만하면 30분 만에 나온다고 보면 된다.


11시에 버스 타고 완차이를 떠난 후 13시 16분에야 드디어 도장 꽝 중국 입국.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별로 안 걸렸지만 12시부터 내내 서 있어서 너무 피곤하고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이라 재밌기도 했다. 황강코안을 나와서 육교도 건너고 10분 넘게 걸어서 7호선 황강코안역 도착, 션전여행이 시작됐다.


심천 도착 비자 받기를 시도하려는 분에게 해주고픈 말은...

변수가 많으니 잘 대비해야 하고 남의 후기가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홍콩 or 중국 입출국이 정신없이 이어지다 보니 두 영토 사이의 국경 심사장 위치를 착각해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고, 개인적 경험을 '원칙'으로 일반화한 사람들의 잘못된 정보가 블로그에 난무하니 잘 가려서 정보를 취득해야 한다. 나만 해도 댓글을 달아주고픈 잘못된 정보를 각각 3군데 이상 봤는데, 난 그 사이트 아이디가 없다는.🙎 솔직히 아이디가 있었다 해도 전혀 모르는 남에게 지적질 할 용기를 내기는 어렵긴 하지만...제 블로그는 아이디 없어도 댓글을 쓸 수 있으니 잘못된 정보 있으면 댓글로 꼭! 알려주세요. 

그리고 황강코안 port visa 접수처에는 의자가 없으니( 뤄후코안에는 의자도 있는 제대로 된 대기실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많이 온다는 뜻) 남의 시선 상관 안 한다면 접었다 펴서 깔고 앉는 납작한 쿠션 같은 거 가지고 와서 바닥에라도 앉는 거 추천함. 🤗 난 그런 걸 가지고 왔을 리 없으니 계속 서 있었던 데다가 짐 가방을 메고 있었어서 그날 밤까지 허리가 아파왔다. 여행 망치는 줄 알고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하루 뒤 회복이 됐다. 짐은 가볍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고 그냥 짐 없는 당일치기 션전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멀고 비싼, 그러나 마음의 피난처 😌 아난티 힐튼 부산



(적어도 나에게는) 높은 가격대의 힐튼 부산. 몇년 전부터 몇 번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던 곳😏. 가격대도 가격대이지만 '기장'이라는 위치도 실행에 못 옮기는 데 한몫 했었다. 집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 해운대까지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터미널이 있고, 그게 가장 싼 이동 방법이긴 하다. 버스로는 5시간이나 걸리지만 사실 기차를 탈 때는 집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시간이 추가로 걸리기 때문에, 버스/기차 전체적인 시간이 아주 크게 차이 나지는 않는다. 힐튼 부산은 해운대에서 또 10km 떨어져 있어서 추가로 시간과 이동 비용을 잡아먹는다. KTX를 이용하면 시간 단축은 되겠지만 부산역에서는 기장 힐튼이 25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대중교통(버스)은 한 시간 반 소요, 택시비는 3만원 가까이 나온다고... 아휴, 이렇게 먼 데를 언제 가보나??

20만 원대 후반 가격이 보이면 종종 예약해 놨다가 늘 포기했던 곳. 그래도 이번에는 큰맘 먹고(?) 엄마를 모시고 가게 됐다. 호텔은 12월말 거의 최저가에 예약해뒀고 1월 중순이 되어 기차 예약을 하려고 하니,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오는 시점에 설 연휴 특가가 있어서 대구->서울 KTX 구간은 17,400원에 탈 수 있었다.👌 이런 할인 기회 잡으면 뿌듯하다 ㅋㅋ.



호텔 서쪽 바닷가에서 본 아난티 힐튼의 하얀 건물



아난티 힐튼 부산은 2017년 7월에 개관한 곳으로 만 5년 반이 지난 시점에 방문, 부산 동쪽 기장에 새로 개발된 지역내  'Ananti Cove'에 속한 숙박 시설 중의 하나다. 그냥 힐튼 부산이었다가 2020년 9월에 '아난티 힐튼 부산'으로 호텔명을 변경했다. 예전 남해 리조트처럼 지명도를 확보한 뒤에 언젠가는 힐튼과도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
(2023년 12월 추가 작성: 2023년 12월을 마지막으로 힐튼과 결별)


KTX를 타고 가다가 밀양에서 새마을호를 바꿔타는 경로를 택해서 신해운대역 도착. 내가 택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부산역보다는 신해운대역으로 가서 택시 이용을 최소화하려는 루트였다. 신해운대역에서는 택시로 8-9000원대가 나온다. 밀양역에서 15분 정도 대기한 시간을 포함해 서울역에서 KTX 출발한 지 4시간 만에 아난티 힐튼 도착.  

도착 즉시 1층 입구에서 친절하게 짐을 가져가 방으로 갖다 주지만, 길 안내는 약간 무심하게 한다. 처음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커다란 문을 보고 여기로 들어가는 게 맞는 건지 당황했지만🙇 나중에 방 안에서 아난티 리조트의 소개를 보니 그게 의도라고 한다.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는...





 일반 고객 체크인은 10층에서 하게 된다. 탁 트인 창 너머로 기장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로비가 있다. 




사실 난 이미 사진으로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는데, 부모님들은 그 특유의 '아이고 그 먼 데에 그 돈을 왜 아깝게...' 하면서 억지로 따라왔다가도 이때부터 조용해지시게 된다. 😝 돈값은 하는 곳.

낮에 신해운대역으로 오는 기차는 12시 아니면 3시 도착인데 이것저것 따져보다가 12시 도착 기차를 선택, 호텔에 12시 반 전후에 와서 체크인을 하려 하니 당연히 안 됐다. 그래서 일단 점심을 먹으러 다시 나감. 사실 "신"해운대역은 새로 만들어진 역인 만큼 좀 외져서 바로 옆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해운대였으면 그래도 좀 더 저렴하고 다양한 식당 중에서 골라 식사를 하고 기장으로 이동했었을 텐데, 주위가 썰렁한 신해운대역으로 왔으니 거기서 기장으로 곧바로 이동했기 때문에, 결국 호텔 근처에서 전형적인 관광지 느낌 나는 식사를 했다. 그래도 정규 체크인인 15시 보다는 좀 더 이르게 방에 입성.






방 사진은 대충 찍어둬 넓이가 감이 안 오지만 방에서 보이는 바다 전망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곳. 우리 방은 호텔 건물 중에서도 약간 더 동향에 위치한 방이어서 일출을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남해 바다인 해운대에서 보는 일출은 해가 좀 왼편으로 치우쳐 떠오르지만, 동해에 가까운 기장에서는 해가 거의 정면에서 떠오른다. 🌟그리고 밤에는 서울과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 방에는 작은 테라스도 딸려있는데, 겨울이라 거기 앉아서 별 구경을 오래 못해서 아쉬웠다.






넓은 욕실에서는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할 수 있다. 마지 못해 따라오는 듯 하던 엄마께서 마침내 항복. 너무 좋아하신다.






정규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11시로 숙박 가능 시간이 짧은 편이지만, 실제로 머물러 보니 70m² 크기의 방 하나하나마다 청소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겠다 싶기는 했다. 게다가 다른 호텔은 욕조 사용 비중이 낮을 테지만 이곳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욕조에 물을 받는 곳이라, 욕조 청소에도 시간이 엄청 걸릴 것 같아보였다. 나도 사용하기 전에 내가 직접 욕조를 추가로 좀 닦았는데 욕조가 커서 좀 힘들었다. 🛀

역시 바다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아난티 힐튼의 조식은 그닥 맛은 없으나(?!?) 굉장히 넓은 구역에 걸쳐 다양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다. 여름 성수기가 아니라 덜 붐벼서 그랬겠지만, 식당 자체도 꽤 넓어서 여유있게 식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옆테이블의 대화까지 같이 들으며 식사해야 하는 빡빡한 조식당도 너무 많이 경험했기에..








동절기엔 모든 숙박객이 무료로 입장 가능했던 10층 맥퀸즈풀, 유리문 밖에는 겨울에도 정말 따뜻한 온수풀이 있다. 사진에는 밤이라서 까맣게만 보이지만 거기 앉아서 바다를 그대로 내려다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와 여기서 일출 보면 뜨듯~허니 최고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일출을 전후한 시간대는 따로 패키지로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개방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 사람들이 몰릴까봐 그러는 건가.

그 러 나... 새벽에 호텔 전체 정전이 있었는데, 내가 호텔에서 겪어본 초유의 사태였지만 아난티 힐튼의 대처는 아쉬웠다. 다들 잠든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나... 수십분간 전화가 모두 통화중으로만 나오고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게 특히 의문의 일처리였다.




그래도...
주변에 산책로와 작은 쇼핑 타운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충분한 휴양의 느낌이 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실내외 구분없이 사진 찍을 곳 정말 많다. 이 길 주변은 고양이 친화적인 곳이라 산책로 곳곳에서 급식대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부산 명소 중 하나인 해동 용궁사까지도 걸어갈 수 있어서 따로 힘들여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



힐튼 회원이 된 후 5번째 방문한 호텔. 늘 날씨 예측이 불가한 숙박 한 달 전 예약을 해둔 건데도 힐튼 계열은 숙박할 때마다 신기할 정도로 날씨가 맘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요번에는 겨울이지만 기온이 낮지 않아 돌아다니기에 좋았다. 서울 돌아가는 길에 대구에 들렀다가, 마침 찾아온 한파로 기온이 확 떨어지니까 돌아다니기 귀찮아졌던 걸 보면 날씨 운은 정말 중요하다.
대신, 겨울엔 기온이 높으면 하늘이 뿌연 날이 많아서 부산 첫날 하늘색은 별로였지만 다음날은 날도 개어서 선명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






돌아온 뒤에도 여기서 찍은 바다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언젠가 맘이 힘들 때, 긴 시간에 걸쳐 찾아 가서 아무말없이 쉬다 오고 싶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기본 숙박비가 높지만 🤑 멀어서 뭔가 더 피난처로 어울린다.

그래서 제목을 - 멀고 비싼 마음의 피난처라고 지었다.📝








장점 

- 방 크기도 기본적으로 크고(70m²) 어디를 가도 풍경이 아름답고 널찍널찍... 여유로운 휴양을 즐길 수 있다. 
- 호텔 부지 내에 있었던 편의점이 없어져서 그런가, 미니바 맥주 가격이 저렴한 편으로 (3500원~) 편의점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므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처음으로 호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셔봄. 🍺




-단점

- 침실 크기와 거의 비슷한 넓은 욕실. 그러나 변기가 있는 칸을 왜 반투명 유리로 했는지... 위치도 화장실 출입문 바로 앞. 화장실 출입문을 닫을 수는 있지만 평소에는 그냥 열어 놓고 머물게 되고 옷장도 그 안에 있으므로 다른 일로 욕실에 들어가다가 가족이라도 당황스럽고 보기 좀 민망한 장면 봐야 함. 사진에 보이는 샤워 부스도 반투명으로 실루엣이 그대로 보임. 꾸준히 후기에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던데 유리벽 내부에 시트를 붙이는 등의 개선이 5년 넘게 없는 것을 보면 이것도 이들의 디자인 철학인가?!?! 

- 개관 5년을 넘기면서... 욕조의 '뜨거운 물' '차가운 물' 표식이 흐려져서 이용할 때마다 헷갈렸음. 이런 것 정도는 새로운 표식을 붙여서 보완하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일환으로 샤워젤, 샴푸 등이 모두 비누 형태로 제공되는데 샤워 부스 안에 있는 거치 장소(뭐라고 쓰지?)에 비누를 두면 사용 후 물기가 마르면서 바닥과 딱 달라붙어 버린다. 글로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직접 체험해보면 매우 당황스럽다. 엄청 힘을 써서 겨우겨우 떼어냈을 정도니, 환경을 위해 샴푸바로 바꾼 것을 자랑만 하지 말고 샤워 부스 안에도 비누 거치대 설치해야 함. 비누 거치대에 왜 그렇게 요철이 있는지 이제 알게 됐다. 평평하면 비누가 굳어서 서로 붙어버린다. 힐튼 부산 욕실은 보기에는 넓고 쾌적하지만 사실 요소요소 아쉬운 부분이 많다. 

- 새벽 정전에 대한 대처가 아쉬웠음. 한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사후에도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 해운대처럼 시끌벅적하고 주위에 있을 것은 다 있는 관광지는 아님.


     



이비스 스타일스 파리 꺄데 라파예뜨 ibis Styles Paris Cadet Lafayette

 


이 호텔은 오페라지역 근처이고 파리 북역도 도보 거리인 파리9구에 위치해 있지만 작은 규모 때문인지 가격대는 아주 높진 않은 편, 좀 일찍 €100 미만일 때 예약해놓았다. 이번 파리 여행의 마지막 숙소인데, 공항으로 떠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에 있는 호텔이다. 

북역 근처이니 유로스타 타고 런던가기에도 좋아서 마일리지로 런던발 인천 귀국을 예약해서 추가로 영국 여행도 하는 것을 고려해봤는데, 원래 Heathrow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은 세금이 너무 너무 비싸서 돈 아까워 포기했다. 마일리지 항공권 세금이나 다른 항공사 편도 귀국 발권이나 가격 차가 그리 크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수십만원 내는 것은 마찬가지라 전혀 예산 절약도 안 되는데 수십만원 지출에 추가로 애써 모은 35,000마일까지 없어지는 셈이 되니, 그냥 이번엔 돈 주고 사고 35,000마일은 남겨두는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었다.


이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7호선 Poissonnière역으로 1번 출구엔 에스컬레이터도 있다.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7호선 타면 갤러리 라파예뜨 같은 백화점과도 금방 연결된다. 이 역 기준으로 동쪽부터 10구가 시작되어, 바로 악명높은 파리북역 부근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갑자기 파리에 갔다가, 이 부근을 아무 생각없이 혼자 걸어서 별탈없이 유로스타를 탔던 기억 때문에 이 지역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

2011년과 2012년에 방콕에서 all seasons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예약 시 조식과 무료 와이파이가 포함되는 브랜드였다. 10년 전에는 호텔에서 인터넷 연결에 시간당 or 하루당 따로 돈을 받았었기 때문에 '무료 와이파이'를 장점으로 광고할 수 있었다. Accor에서 2010년대 초반 all seasons 브랜드를 없애면서 그 호텔들이 ibis Styles가 되었고 조식/와이파이 포함 개념도 물려받았다. (요즘은 '무료가 아니면 말이 안 되므로'ㅋㅋ 와이파이 무료를 브랜드 특성으로 광고하는 호텔은 없다😂) 




tripadvisor에서 Rendik님이 2011년에 남긴 사진을 보니, 이 호텔도 2010년대 초반까지는 올시즌스였나보다. 10년만에 보는 저 간판.. 왠지 반가움.


1시 넘어 도착하니 방을 주긴 주는데 내 방앞에 양동이를 놓고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고 있었다. 



이런 방 밖에 없냐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고쳐준다고 한다. 옆의 조식당에서 차나 커피를 마셔도 된다고 해서 한 잔 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좀 짜증이 남. 곧 고칠 수 있다면 나중에 올 사람에게 이 방을 주면 되는 거지, 왜 일찍 온 나한테 줌?? 알고 보니 이곳은 체크인이 2시라고 한다. 여태 갔던 파리의 이비스/이비스 스타일스의 체크인 시간이 모두 12시였기 때문에 여기도 그러려니...하고 내가 정규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왔기 때문에 방 준비가 아직 안 된 것이었다. 몇 분 뒤에 청소가 완료된 다른 층의 방을 받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외출하면서 리셉션 직원에게 내가 체크인 시간을 착각했다고 사과했다.



이미 알고 왔지만 8-10m² 정도의 매우 작은 방. 그래도 뭐 혼자 하는 여행이라 불만은 없고, 작은 스툴 2개까지 있는 것을 보니 이 작은 방에 별걸 다 챙겨넣었다 싶다. 





침대 발치에 보이는 작은 테이블도 뭔가를 먹거나 어떤 것을 적거나 할 때 좋았다.
좁은 방에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셈.
10년 전 후기에 나온 사진이나 지금 방의 모습이나 카펫 교체 외에는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10년 이상 리노베이션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세월에 비해서는 깨끗하게 유지된 편이다.




앞쪽 골목 건너편으로 창이 난 방은 좀 더 파리 느낌이 나서 더 좋을 같은데, 가격이 저렴한 싱글룸은 그저 뒷 건물로 막힌 뷰의 방이다. 더블룸엔 그래도 바깥 풍경이 보이는 창이 있는 듯 하다.



여태 '풀북이라더니 이 호텔에 나만 혼자 있나??' 싶은 조용한 호텔에만 있다가 왔는데 이 호텔은 사실상 고시원 느낌. 옆방 TV 소리도 다 들리고 분리된 샤워부스라고 할 것도 없이 물이 바닥 전체로 떨어지는 작은 화장실 뿐이다. 하지만 다른 후기 사진을 보니 유리로 된 샤워부스가 너무 작게 만들어져 있어, 차라리 이렇게 아무 것도 안 막혀 있는 구조가 덜 답답하고 나아 보일 정도였다.

이 호텔은 엘리베이터 크기, 샤워부스 크기나 변기의 위치 등을 생각하면 덩치가 엄청 큰 사람은 이용하기 좀 힘든 호텔임을 고려해서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개인적으론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한국인을 위한 스세권 - 도보 5분 거리에 스타벅스까지 있다) 이번처럼 100유로 이하일 때는 머무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이상을 지불하기에는 좀 아깝긴 하다. 근처에 여러 종류의 식당도 많고.. 이용하진 않았지만 한식당도 몇 개 눈에 띈다. 호텔의 아침 식사도 무난한 이비스 스타일스의 아침 식사. 여기는 그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머무르면 가격 대비 만족을 얻을 수 있다.

 Sacré-cœur몽마르트르까지 도보 20분, 북역까지 도보 10분 거리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Roissy bus가 서는 정류장 코앞까지 8-9분만에 가는 45번 버스 정류장이 도보 3분 정도라서 마지막날 머무르기엔 좋다. 사실상 여행 마지막날은 이미 '공항에 가는 것과 짐 정리하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좋은 숙소에 머무를 필요도 없는 날이기도 하다.

교통앱에는 오페라 가르니에 까지 늘 8-9분 소요로 나오던 45번 버스 이동이 도로 정체로 20분 걸리기도 했으니 공항에 갈 때는 역시 여유있게 움직여야 한다. 내가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겠다고 하니 다들 교통 정체를 경고했었는데 파리를 떠나는 마지막날 오전 11시에 드디어 정체를 경험해봤다. 사실 호텔에서 roissy버스 정류장까지는 걸어가도 21분 걸린다고 나오는데, 짐을 끌고 20여분을 걸을 수는 없어서 버스를 택했지만 버스 안에서 20분을 보내게 됐다.


근처에 있는 약국에서 20유로를 내고 손쉽게 안티젠 검사를 받았고 20여 분?? 만엔가 결과를 받았다. 호텔 이메일 주소로 결과지 첨부파일을 보내니 호텔에서 무료로 출력해줬다. 2022년 6월 기준, 불어로 된 음성 결과지로도 무사히 한국 입국했다. 사실 Q-CODE에 첨부파일을 업로드하면 되므로 결국 종이는 필요없긴 했는데 일단 규정이 있으니...

예전에는 소음은 잘 견디고 냄새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소음도 못 견디겠다. 아침이 되자마자 옆방에서 티비를 켜니 그 소리가 웅얼웅얼 다 들려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이 낡아가는 호텔은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내가 이번 파리 여행에서 계속 "성남"쯤 되는 지역에서 머무르다가 비로소 '종로/중구' 귀퉁이에 입성해서 그런가보다. 🤗 오페라 지역에서의 거리나, 공항에서 오는 RER B역과의 거리를 생각하면 파리 도착 첫날 숙소로도 좋을 것 같다. 도보 가능 거리 내 동네가 '파리'임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 


구글지도 Randolph Hirsch 사진. 더블룸 예약해서 이쪽 창문 방을 받으면 훨씬 나을 것 같다.


나는 도착 첫날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영향으로 호텔 가격이 엄청 비싸던 시기였던지라,  파리 끄트머리로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식당에서 우연히 만나 통역을 도와준 사람이 '파리 첫날이라면서 도대체 이런 지역에는 왜...???'하고 내 선택을 엄청 의아해했었다.😃 그 사람은 '오늘이 한국 여행 첫날이라면서 대림동에서 마라탕 사먹으려고 줄 서 있는 미국인'을 보는 서울 사람같은 의아한 기분이었겠지 ㅎㅎ.

살 것이 있어서 북역을(다들 조심하라고 하는 지역)두 번이나 걸어갔다 왔는데  파리의 다른 지역과 차이점은 크게 못 느꼈다. 거기선 다들 정말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만 빼고는. 그래도 끝까지 정신 놓지 않고 아무 것도 안 잃어버리고 여행을 마쳐서 정말 다행이다. 운나쁘게 뭔가를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리게 되면 그 나라/그 여행 전체의 인상이 나빠지는 법이니... 



이 호텔 앞길은 다리? 육교?가 가로지르고 있어서 좀 독특하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배경이 될 수 있다.




밤 11시의 헬싱키



생각보다는 그래도 이른 오후 8시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여름엔 거의 해가 안 지다시피 하는 곳이니 밤 늦게라도 시내를 좀 돌아보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너무나 피곤해 늘어지고 말았다.

나에게는 여기서 22시간뿐인데 또 내일은 비 예보가 있다. 뭘 할 수 있을지...

밥 먹고 그대로 호스텔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일단 나가봤다.
밤 10시 52분






밤 11시에 노을을 볼 수 있는 곳. 북유럽. 
분홍과 보라 색조마저 띤 하늘색이 예뻤는데 카메라에 그 색이 안 담긴다.

일단 굉장히 깨끗하고 깔끔한 인상이고 파리보다 사람들이 개성있다. 파리 시민들 의상같은 게 더 무난하게 느껴졌고.. 여기는 도착 몇 분 만에 이젠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아예 상의를 탈의하고 다니는 남자를 목격하는 등등 뭔가 더 자유분방하다. 사실 '멋있는' 개성은 아니고 '남의 눈을 신경 안 쓰는' 개성을 말한다.

이게 바로 성급한 일반화겠지 ㅎㅎ
난 아직 헬싱키역 반경 1km도 현재 벗어나지 못했고, 내일 비가 오면 더더욱 어찌될지 모르겠다.





Doha, revisited



2007년 11월 27일 아침의 도하 (옛) 공항




그냥 여행은 아니었던, 새로운 인생의 여정으로 가던 길.


2022년 5월 26일 아침.

딱 14년 6개월만에 또다시 새벽에 도착한 이 곳.
진짜로 모래 바람이 불어올 것 같았던 예전의 광막함은 사라지고 돈 냄새나는 공항이 되어있다.
2014년 4월 개항했다고 한다.





뿌연 공기는 여전하지만
저멀리 고층 건물군은 엄청 확장됐다.






수원 산책

 

주말에 수원에 다녀왔다.

예전 알바할 때 2주 체류로 인해 몇몇 곳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말로만 듣던 수원 화성을 걸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지도 앱에서 검색해보니, 5.1km짜리 두 시간 코스 - 수원 화성 둘레길이 나오기에....도전해 봄.


 




결과는....
매우 좋았으며
외국에서 친구가 온다면, 한국은 참 보여줄 것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요즘 한국 문화의 큰 인기에도 불구하고)
외국 손님을 한국에서 어딘가에 데려가야 한다면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시작점으로부터 걸으니, 마지막에 팔달산 구간이 있어서 좀 헉헉댔으나
1시간 45분만에 5km 한 바퀴를 도는 데 성공! 💃 
내가 선택한 시작점에서 만약 반대방향으로 돌았다면, 처음에 힘들고 나중에는 평탄한 길을 걷게 된다.






여행 동반자



호텔 멤버십 elite status에 눈뜨던 시절, 2011년.

Pullman Bangkok에 들어서니 침대 위에 이렇게 Gold회원을 위한 선물이 무심히 놓여있었다.




그 이전에 이용했던 호텔에서는 나에겐 쓸모가 없는 큐브를 줘서 (9년 넘게 한 면도 맞춰보지 못함 ㅋㅋ) 이런 선물에 둔감했는데, 풀만호텔은 꽤나 쓸모있는 걸 줬다.





세면도구를 담을 수 있는 가방인데,
내부는 3개의 수납주머니가 있고 생각보다 물건이 많이 들어가서 그 뒤 9년 동안 모든 여행을 함께 했다.

한 번도 세척을 한 적이 없는데, 아마 하얀 가방이었으면 지금쯤 못볼꼴이 되어있을 텐데 회색이라 더러움이 안 보여서 그냥 가지고 다녔는지도... 😄

앞으로 여행 계획이 없으니, 한동안 저 토일레트리 백에 들어있었던 화장솜을 꺼냈다. 집에서 쓰려고 보니 화장솜에서 저 백 내부 특유의 냄새가 났다.

내 기억에 그 냄새는 저 가방이 생긴 1년 뒤인 2012년에 다시 갔던 방콕의 all seasons의 비누 냄새인데, 그 비누는 사라지고, 그 포장지만 남아있다.(all seasons 브랜드가 ibis styles로 바뀌면서 앞으로 못 가는 호텔 브랜드라 기념으로 포장을 간직해두었다) 8년이 지나도록 어찌 이 가방 특유의 향취로 남아있는지 신기하다. 이 가방엔 그동안 여러 호텔을 다니면서 수집(?)한 수많은 토일레트리를 넣어 가져왔는데도 아직도 가방을 열면 묘하게도 그 비누의 냄새가 난다.


후각이 가장 강력하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이라고들 하는데... (나도 '청각'아닐까 생각해왔는데 후각에 관련된 신기한 경험을 한 번 한 적이 있다) 이 비누 냄새와 함께 2012년 그 낡은 올시즌스의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내가 예약한 호텔 중 최악의 설비였던 곳인데도... 사실 그 저렴한 설비 탓에 가격도 낮아서 내 돈 내고 머문 호텔 중엔 가장 오래 머문 곳이기도 하다.



2012년 all seasons BKK, 브라운관 티비를 마지막으로 본 곳 아니었을까...




2011년, 저 가방을 집어들었을 때는 이렇게 오래 여행의 동반자가 될 줄 짐작도 못했었지. 며칠 전에 새로운 토일레트리 백을 하나 샀기에, 저 백은 퇴역할 예정.

그런데 언제쯤 여행 떠날 수 있으려나 🤷‍♀️🙇‍♀️








2000.7.31 somewhere in AZ or NM



2003.07.16 14:39 


미국 서부를 버스로 여행하다 보면 이런 황량한 풍경(뒷산)이
몇 시간씩 똑같이 그대로 펼쳐진다.
첨엔 지겹지만
나중엔 그러려니...하게 되더라.
여행 초기에는 헐렁했던 저 녹색 바지가
여행 후기에는 꽉 끼게 된다--;;;
깜짝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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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다녀온 미국 여행에 대해, 2003년에 싸이월드에 써놓은 글을, 2020년에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어 옮겨본다.

사실 20년 동안 내가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게 된 거라고 생각해왔다. (미국 여행 3주 동안 3kg 가까이 체중 증가) 여행하면서 미국 집에 홈스테이를 하는 여행이었고 집 주인들은 늘 빨래를 해줬다. 당시 한국에는 잘 없던, 건조기가 어느 미국 집에나 다 있었기 때문에 1박씩 하고 떠나던 홈스테이에서도 빨래가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건조기를 사용하면 옷이 좀 줄어들기 때문에 더 꽉 끼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20년 만에 하게 됐다.🩳 

헐렁하던 바지가 딱 맞게 된 데에는 체중 증가라는 단일 요인만 있는 게 아니라 복합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요즘은 나도 집에서 건조기를 쓰다 보니, 옷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을 아는데 2000년 당시에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지.


👉그런데 구글 블로그에 이 내용을 다시 올리기 위해, 싸이월드가 날려먹은 위 동일 사진 파일을 새로 찾다 보니... 2003년에 싸이월드에 스캔해서 올렸던 저 사진을 2020년에 내가 얼굴부분만 수정해서 새로 만든 파일이 마침 존재하는 것도 발견. 2020년에 새로 업데이트 된 사실이 또 있어서...


사실 건조기에 대한 깨달음을 쓰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는데, 사진 속 등장인물에 대한 부연 설명도 추가하게 되겠다. ت 여행 다녀온 뒤 20년 동안 소식 한 번 모르고 지냈지만, 사진 속 동생이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었더라ㅎㅎ. 누군가에게 이 경험을 말하려다 보니 저 사진 파일을 좀 새로 만지게 되었다. 이젠 공인이니까?!?! 그녀만 얼굴 공개... 이름은 비공개 ?!?!? 

알고 보니 그동안 전문가 패널로서 방송 출연도 종종 해왔던데, 올해 들어서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뉴스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활발히 사회 활동을 했는지도 전혀 몰랐다. 사실 나는 완전 문과생 - 그녀는 완전 이과생으로, 여행 다닐 때도 서로 성향 차이와 거리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 같은 게 되는 날이 오겠구나, 그러면 정말 내가 늙었음을 실감하게 되겠구나...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 그것도 나보다 어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ㅎㅎ

"너보다 어린 애가 국회의원 될 동안 넌 대체 뭘 했냐?" 소리 들을까봐 엄마한텐 말도 못했다.🤫





추억찾기 길찾기



6년 전 런던에 갔을 때,
체류 마지막날 무슨 이유였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귀국 항공권 날짜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현지 심카드를 넣은, 영국 번호를 가진 폰이 있었지만 얼굴을 보지 않은 채로 전화로 비행기표 연장을 하기에는 뭔가 자신이 없었고, 인터넷에서 일본항공(당시 이용했던) 런던 지사 주소를 찾아, 일요일 오후에 무턱대고 찾아나섰다.

하지만 내가 런던 생활상을 너무 몰랐던 거지.
나름 시내 중심부였지만 일요일 오후, 진짜 쥐새끼(?) 한 마리 없는 풍경을 보게 되었다. 일본항공 지사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문 연 카페조차 한 군데도 없었다. 구식 노키아폰과 와이파이만 가능한 아이패드를 가진 나는, 아무도 없는 거리 한복판에 우두커니 남겨지게 되었다.

이를 어쩐다...



다행히 쥐새끼 대신에 비둘기 친구들은 있었다.


그동안 카페를 다니면서 와이파이를 연결했기에, 문 닫은 카페 근처로 가 보았다. 영업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다행으로 와이파이는 연결할 수 있었다. 거기서 프랑스에 사는 친구와 메신저로 급히 연락이 되어 갑자기 프랑스로 가기로 마음을 바꾸었고, 일본항공 지사에 전화해 겨우겨우 항공권을 연장했다. 일본 억양이 강한 그 직원과는... 우리끼리 잘 통하는 아시아인만의 감성 영어로 통화했다. 


텅 빈 일요일 런던의 길바닥에 앉아서 문 닫은 카페의 와이파이를 얻어쓰며 항공권 연장을 했던 경험은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지만, 그 위치가 어딘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위 사진 속 tossed 간판에 힌트를 얻어, 지도를 검색해보니, 내가 앉았던 그 자리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ㅎㅎㅎ
프레따멍제에서 흘러나오는 와이파이로 프랑스에 있는 친구와 메신저를 하던 그곳! 저 둥근 받침 구조를 보니 딱 생각났다. 저기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태로 가다가는 자유로운 해외 여행이 언제쯤 가능해질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다시 한 번, 길바닥에 앉아 문닫은 카페에서흘러나오는 와이파이를 받아쓰던 자유로운 여행을 꿈꿔본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아에로멕시코




2015.03.06 02:27 

비행기 사진을 찍을 일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한국에 직항편이 없는 항공사(2015년 시점)의 항공기는 처음 타는 것 같아서 왠지 신기한(?) 기분.




아에로멕시코의 특징은 본인이 앉게 되는 좌석의 알파벳대로 (A, B, C...)탑승을 시킨다는 것. 미국 항공사들이 비행기 앞쪽이냐 뒤쪽이냐(즉 숫자)에 따라서 그룹을 나눠 탑승시키는 것과는 다른 방식.
3-3열 비행기는 복도가 하나 밖에 없으니, 타보면 다들 좁은 데서 짐 정리 하고 짐칸에 넣느라 아수라장인데, 이럴 땐 그룹이고 뭐고 다들 뒤엉켜 난리다. 아에로멕시코는 창가자리 승객이 가장 먼저 탑승하고, 그 다음이 중간, 마지막으로 복도석 승객이 탑승하도록 줄을 세운다. 사람들이 제대로 이 순서대로 탑승해 앉는다면야, 이 방법이 더 합리적이기도.


난 늘 창가자리를 지정하지만 늘 늦게 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창가쪽에 앉는 나 때문에 이미 앉아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창가자리 지정했으면 일찍 타긴 해야겠지...내가 민폐.


몬테레이에서 나를 기다리는 친구에게 '덕분에 생전 처음 아에로메히꼬 타고 갑니다~ 이따 봐요!!'라고 메시지 보내놓고는,

'스페인어의 'X' 발음이 여러가지인데, 메히꼬 맞겠지? 내 기억에 의하면 맞을 거야...'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비행기에 타고 나서 들은 안내 방송의 발음은 '아에로메히꼬'가 맞다는 것을 단번에 확인해 주었다.



먼저 타게 된 샌프란시스코 ->멕시코시티 구간은 약 4시간이 소요되는 국제선 구간.
천으로 만든 시트가 아닌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시트에는 처음 앉아봤는데, 멀리서 볼 때는 기내 전체가 깔끔해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얼룩과 음료 쏟은 자국이 왜그리 많던지;;;; 천보다 얼룩 제거가 더 쉬울 텐데 누가 좀 안 닦나?

4시간 국제선이라서 그런지 기내 영화도 빵빵했지만 'Argo'를 좀 보다가 정신 시끄러워서 시청 중단. 내 바로 뒷자리가 비상구석으로, 2열이 위치해 있었는데 아에로메히꼬는 비행기 탑승 뒤 비상구석 탑승자의 역할에 대해 따로 설명을 해야 하는 규정이 있나보다.
승무원이 내 뒷줄쪽에 서더니, "영어로 할까? 스페인어로 할까?" 이러더니 스페인어로 빠르게 말하고 사라져버렸다.


다음 비행편인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 구간을 델타항공 사이트에서 마일리지로 예약하면서 비상구 좌석을 얻게 되어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었는데.....음, 다음 비행편에서 저렇게 스페인어로만 말해버리면 나는 알았다고 해야 되나, 모른다고 해야 되나?? 근데 비상구석이 인기있다던데 어찌 나에게 차례가 돌아왔는지 신기하단 말야.




날렵한 winglets 오랜 만에 봐서, 촌스럽게 이런 것도 사진 찍음.
3-3 배열인 이 항공기는 어느 정도 꽉 찬 것 같은데, 내 옆자리는 역시 신기하게 비어있다.

나름 4시간짜리 국제선이라 '멕시칸 푸드'를 기대했는데, 부실한 샌드위치와 당근 조각들 던져주고 끝.
얼마 뒤, 이 자리에 왜 사람이 별로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았다.
바로 뒷자리가 비상구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탈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젠장, 속았네.


나름 seatguru 평을 다 읽어보고 탄 거 같은데, 내가 타는 날 갑자기 비행기 기종이 바뀐 거 같기도 하다.
그래 이렇게 앞자리 좋은 자리가 그냥 비어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북미대륙의 특징적인 지형인, 캘리포니아 아래 -Baja Califonia 로 삐죽 나와 있는 반도 위를 지나가고 있는 것을 사진으로 남겨봄. 사진은 흐릿하게 나왔지만 기내에서 볼 때는 정말로 저 지형이 그대로 보였다. 창밖 왼쪽으로 코르테스 해의 푸른 바다가 보이고 있고 나머지가 반도.




멕시코시티에서 환승해서 타게 된 아에로메히꼬 국내선 멕시코 시티 ->몬테레이 구간은 내가 App을 통해 12열로 지정.
비상구석이고 3-3배열에서 여기만 좌석이 2개라서 옆사람 걸리적거리지 않고 좋을 것 같았다.

비상구좌석에 대한 스페인어 설명은, 걱정 안 해도 될 정도. 스페인어 왕초급인데도 이상하게 무슨 소리인지 다 알 것 같았다. 원래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승무원도 이 반복되는 절차에 질렸는지 "너 이해했니?" 같은 건 물어보지 않고 할 말만 하고 사라짐.


비상구석은 인기가 있다던데, 이상하게 이 자리도 나 혼자.
그러나 역시 이륙 뒤,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역시 뒤로 젖혀지지 않는 의자!
ㅠ.ㅠ


아까 4시간은 오히려 별 불편함없이 왔는데, 이넘의 좌석은 진짜 90도로 앉아가는 느낌이라 너무 불편했다. 1시간 비행이라 그냥 참기로 했다.
seatguru에서 미리 경고가 있었는데, 장점도 많이 써놔서 내가 그 부분은 흘려봤구나 ㅜ
그래, 인기 좋다는 비상구석이 텅텅 빈 이유가 있었어.




델타항공 저 좌석안내도 상의 *표시는 젖혀지지 않는 좌석에 대한 표시라는데, 왜 12열에는 없는 거야? 12열도 안 젖혀집니다.
737기종 일부는 그냥 비상구석에서 멀어져야 하는 것 같다.



비상구 좌석은 따로 돈 받고 파는 항공사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자리인데,
예약 시에 만약 비상구석 사전 지정이 쉽고, 이 자리가 비어있다면...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춘천가는 기차









2014년 11월 9일.
건너편에 사진 찍는 내 모습이 어슴푸레 비친다.

5년여 만에 다시 춘천 갈 일이 생겼다.
이 itx 열차, 그때는 용산에서 5-6000원대였던 거 같은데
2020년이 되어서 예매하려고 보니, 8000원대이다.😒
물가가 많이 올랐네.

갑자기 중국이랑 비교하기는 무의미하기는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 톈진을 30여 분 만에 오고가는 '고속철'이 5천원대던데...







Union staion, DC




2005.01.21 23:54 

Union staion, DC






딱 작년 이맘때, 여기서 친구 기다리다가 만난
미국인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디 사람? 전 한국 사람인데요....
한국에 대한 아는 얘기를 다 하신다.
한국전 참전하셨다면서.

하지만 전 지금 중국에 살고 있어요..
어라? 중국도 옛날에 가보았다며 아는 지식을 다 끌어내신다.
톈진에 살고 있다고 하니까, 그 근처에 있는 "탕구"라는 항구 이름까지
알고 계신다. 신기하다.

내 왼손 손가락을 내려다 보시더니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으신다.
좋은 사람 같은데(?!) 빨리 만들라고 충고하신다.
아마도 눈에 띄는 관광객스러운 동양인은 다 붙잡고 말을 거는 분일
테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엔 진하게 남아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작년에, 15년 만의 중국 방문을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비행기표를 샀다. 4월 19일.

하지만 그 일주일 전에 제주도 가족여행을 해야 했다. 그것도 일정이 원래 잡혀있었기 때문.

재작년 8월 이후로 워낙 기다리던 중국 여행이었기 때문에, 제주도에 비행기가 착륙하려는 와중에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 으...일주일 뒤 15년 만에 중국에 착륙하면 대체 기분이 어떨까? 눈물 나겠네ㅡㅡㅡ'


제주도에서 감기를 얻고 돌아와, 어느덧 4월 19일.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멀리 톈진이 보인다. 








익숙한 천탑.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다른 고층 건물들. 중국답게 뿌연 대기 너머서도 알 것 같은 실루엣.

그런데 제주도에서 미리 눈물을 흘려서 정작 톈진을 앞에 두고는 눈물이 안났다. ㅎㅎㅎ 이건 뭔일.


다시 돌아오는 길...
서해 바다를 건너, 드문드문 섬들이 나오고 어선들이 보이고 인천을 향해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 눈물이 났다. 15년 만의 추억여행을 가능케 해준 인생에 감사해서? 다시 떠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니, '섬'에 착륙할 때만 눈물이 나나보다. 😂 
제주도에 착륙할 때, 영종도에 착륙할 때....
'대륙'에 착륙할 때는 눈물이 안 나나봐.




2012 방콕행 베트남항공

2012.10.04 00:36 




30만원대에 가장 저렴하게 표를 끊으면서도, 마일리지를 쌓으면서 동남아에 갈 수 있는 옵션 - 베트남항공.
이번에 방콕에 다녀올 때 무척 저렴하게 이용했다. 추천하고 싶다.

(& 2019년 추가: 요즘은 베트남 경유 방콕 항공권이 20만원대 중반도 있더라. 정말이지, 모든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세월이 흘러서 가격이 더 떨어진 건 항공권 밖에 없을 듯. 나의 2012년 경험보다 비행기 기내도 훨씬 좋아지고 공항 시설도 더 나아졌을 듯 하다.)


가장 저렴한 티켓의 경우 한국 - 베트남 구간(N/R class)은 안 되고, 나머지 L class구간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에 65%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탑승일 기준 2013년 3월 31일부터 베트남항공 T 클래스는 대한항공에 마일리지를 쌓을 수 없다.


오전 출발 인천-하노이 구간에 운좋게 새 A330-200를 탈 수 있었다. AVOD로 여러 영화를 골라볼 수 있었던 깨끗한 비행기. 베트남항공은 출발 40시간 전부터 웹체크인을 통해 이코노미석 맨 앞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2012년의 경우)





앞 공간 화장실 탓에 오히려 어수선한 비상구석도 아니고, 이착륙할 때 승무원과 마주 보고 앉아야 하는 어색한 자리도 아니고, 창문도 있고 아주 쾌적하고 넓은 자리다. 첨에 그 자리에 앉았을 때는 아주 편하겠구나... 했지만 곧 이 자리의 단점을 알게 되었다. 이코노미 맨 앞자리는 아기들 집중 배치. 뭐 4시간 내내 아기들이 울어댄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뭐 이런 거 견딜만 하고, 다리 쭉 뻗고 가고,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가장 먼저 내리고 싶다면 이 자리를 차지하면 좋다.


웹체크인을 하면 인천공항에서도 오래 줄을 설 필요가 없고, 하노이 공항도 웹체크인 줄은 짧으니까 공항에 좀 늦게 나와도 된다. 베트남 항공 사이트에는 웹체크인을 했을 경우 공항에 탑승 45분전까지만 도착하면 된다고 나와있다. 나는 웹체크인을 미리 해놓고도 하노이 호텔에서 아침도 못 챙겨먹고 나와서, 새벽 6시에 미니버스를 타고 7시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부지런함(?)을 선보였으나 줄도 없고 공항도 썰렁해서 괜히 서둘렀다 싶었다.


방콕 여행 이번이 4번째인데 늘 엄청난 입국 심사 줄 때문에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 항공의 하노이 아침 출발편은 방콕에 10시 반쯤 도착하는데, 이때가 한산한 시간대인지 입국 심사를 빠르게 통과했다. 잘 하면 방콕 시내에 오전 중에 진입이 가능할 정도다. 대부분의 호텔이 2시 이전에 도착해도 체크인을 받아주었던 경험으로 미루어, 방콕 호텔에 일찍 짐을 풀고 오후 일정을 알차게 쓸 수 있는 좋은 비행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행히도 내가 이날 체크인했던 호텔은 얼리 체크인에 대해 돈을 받는 tune호텔이라 일찍 도착한 게 오히려 손해(?)가 되어버렸지만 ^^ (https://mori-masa.blogspot.com/2015/10/red-planet-hotel-asok-bangkok.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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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호치민행 (19:30)을 타기 위해 수완나품 공항에 에어포트 링크를 타고 17:46에 도착했다. 여전히 공항에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다. 전혀 줄을 서지 않고 체크인, 출국 심사를 통과. 역시 이것도 베트남항공 출도착 시간대의 장점인 것 같다. 방콕에서 하던 일을 다 마치지 못 하고 비행기 시간대 때문에 서둘러서 움직였는데, 나중에는 좀 더 늦게와도 될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지 오르락 내리락 이상하게 바뀐 수완나품 출국 동선이 불편했다.


방콕 공항은 웹체크인 대상이 아니고 호치민 공항만 가능해서 호치민-인천 구간만 웹체크인하고 또 이코노미 맨 앞자리 지정.
그렇게 했더니 호치민에 내렸을 때 내 이름이 적힌 판대기가 서 있었다. 웹체크인을 한 사람은 따로 발권 데스크에서 발권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ho chi minh airport 에서 다소 지겨운 두 시간 정도를 보내고 악명 높은 호치민발 인천행 B777 탑승.




헉! 듣던 대로다.
이런 너덜너덜한 비행기는 처음 본다.
시트에 뚫린 구멍 사이로 나무 판대기가 보였다.


내 주위엔 아기 둘과 베트남인 엄마 외에는 아무도 없다시피 했는데 (아마도 밤 비행기라 숙면을 위해 승객들을 모두 아기가 없는 뒤쪽으로 배정한 거 같다.)
내가 지정한 이 좌석이 아닌, 다른 좌석으로 옮길 충분한 여유가 있었지만 그냥 발을 뻗을 수 있는 이 자리가 편해서 그냥 (나무 판대기 좌석 위에) 담요 깔고 여기에 앉아서 갔다.



아무도 없어서 해본.....진상인가?




승객이 너무 없어서 출발 예정 시각 10여 분 전에 문을 닫고 게이트를 떠났다. 좋은 자리 얻겠다고 새벽에 일어나서 웹체크인하고 부산을 떨었는데, 뭐 출발 세 시간 전에 했어도 아무 자리나 잡을 수 있었을 듯.


역시나 아기는 울어대고, 아기 엄마는 내 눈치를 계속 보았다. 하지만 나는 원래 교통 수단을 탈 때 잠드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한국에 도착할 때쯤 아기 엄마가 입국신고서를 들고 끙끙 대다가 내 옆자리에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이것저것 써주다 보니, 아기 엄마는 1987년생. 25살.
맘이 아팠다.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시집 와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구나.

암튼 저렴한 가격에 베트남 스탑오버로 동남아 두 도시를 찍을 수 있는 베트남 항공을 무던한 분에게 추천한다.
비행기 배정은 복불복일 수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평이 나쁜 호치민행 구린 비행기는 여행 출발할 때 타는 게 나을 거 같고(출발의 설렘은 모든 것을 용서하므로...), 여행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돌아올 때는 좀 나은 비행기가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하노이 환승을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환승 구역에만 서너 시간 머무른다면 하노이 공항보다는 그나마 규모가 큰 호치민 공항이 낫다.


댓글3



  1. 방콕-호치민 구간, 단체관광객이 탑승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뒷자리 배정. 호치민에 도착하고 이 뒤에서 언제 내리나...이러고 있는데 뒤에 문이 열리며 베트남 땅을 밟음. 거기서 추석 보름달 보다^^
    2012.10.05 02:49 
  2. ㅂㅅㅈ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봤습니다~ 저도 하노이 경유해서 방콕 가는 일정인데, 방콕으로 가는 날 공항으로 갈때 교통편이 문제더라구요~ 7시 쯤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할것 같은데 , 시내에서 6시쯤 출발하는 미니버스가 있던가요?2013.07.08 20:46 

    • 안녕하세요 :) 그동안 변화가 있었다면 저도 어쩔 수 없지만, 작년 9월에 제가 이용할 때는 새벽 6시 버스 확실히 있었어요. quang trung 베트남항공 사무실 앞에 6시 전에 가면 밴이 두어 대 서있고, 어디선가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스멀스멀 나타나서 다들 타더라구요.^^ 아침엔 길도 안 막히니까 45분정도면 도착하는 걸로 기억해요. 저는 다시 간다면 웹체크인하고 그냥 1시간 늦게 공항 갈 거 같아요. 공항이 작아서 심심했어요. 즐겁고 안전한 여행 되세요!! 부럽네요:)
      2013.07.0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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