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옛 구두 브랜드의 광고지를 보다가
그 브랜드 신발을 신었던,
촌스러운 대학 1학년 신입생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 엄마는 우리 대학교 앞에 저렴한 상품을 파는 백화점에 데려가서 '자켓'만 여러 벌 사주셨다.
그래서 그 당시 입었던 옷들은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입는 옷보다 더 노숙한 옷들이었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대학생들은 '자켓'을 입고 다니는 줄 알았지.
명동의 유명한 '제화점' 상품권을 사용하여 호기롭게 샀던 가죽 배낭은
가방 무게만으로도 너무 무거워서 하루 만에 사용을 포기해야 했다.
대학교에 와서도 무슨 수업이 그렇게 많은지, 책을 들고 다닐 게 많았고, 영문과 책은 특히 무거웠다.
다행히(?) 가방에 하자가 있어서 교환인가 환불을 했었던 듯.
작은 키를 보완하고 싶어서 샀던 7cm의 통굽 신발은
체중이 쏠린 발 앞부분의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신발임이 '역시 하루 만에' 밝혀졌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렇게 높은 신발을 신어 본 적이 없으니,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다.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신발이었는데, 그 뒤로는 길게 수선한 부츠컷 바지를 입을 때만 가끔 신는 신발로 남았던 것 같다.
내가 다닌 문과대는 정문에서부터 길게 쭈욱 펼쳐진 길을 10여 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합격생 예비 소집 때 그 칼바람을 함께 경험한 엄마는 해당업계 유명 브랜드의 비싼 '무스탕'을 한 벌 사주셨다.
추위에만 특화되어 있던 그 시커먼 무스탕의 디자인은 그냥 그랬고, 한번은 친구가 "엄마꺼 입고 왔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고마움에 늘 한 해에 가장 추운 날은 그 무스탕과 함께 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도저히 입을 수 없는 디자인이 된 그 옷은 동네 헌 옷 보관함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그런 형태의 옷을 지칭할 때 '무스탕'이라는 단어조차도 쓰지 않을 만큼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십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이었을텐데.
나름 대학생이 되었다고 이것저것 구비했지만
모든 게 시행착오였고, 사알짝 촌스러웠던 1학년.
나의 1학년은
1학년 (자기 실력을 정확한 눈으로 보지 못 한) 학생들이 종종 겪는 패배감과 음울함에 시달렸던 때다.
지금 생각하면 내 수준에 딱 맞는 대학교인 것도 같고, 내가 조금만 더 약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아직도 있다.
신입생 환영회, OT... 모든 것을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갔기에 1학년 3월 초엔 친구가 없었고,
그 촌스러운 옷들을 입고 빈 강의실을 혼자 돌아다니던 기억이 아스라히 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결국 영원히 '아웃사이더'가 되기 쉬운데, 2학년 가을에 타학교와의 교류전에서 학교 생활의 재미를 배워서, 그뒤로 외롭지 않게 대학교를 마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 . 또 다른 강의실에서 어색한 옷을 입고 혼자 헤매고 있었을 나. . .
답글삭제대학교 1학년이라는 게.... 밝고 활기찬 시기이기도 하지만, 생활 변화 때문에 참 쓸쓸했던 시기이기도 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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