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년 글)









요즘 너무나 쉽게 '말그대로 안구의 습기'가 자주 차오르는 나.
이럴 땐 펑펑 울려주는 영화를 보면 좋다.
그래서 몇 년 전엔 그저 울기 위해 'I am Sam'을 보기도 했었다. 그땐 그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젠 나이가 더 들어서인지, 울려고 들어가서 울기에도 너무 메말라버렸나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많이 울게 될까봐 걱정하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았지만, 결국 딱 한 장면에서만 눈물이 났다.

마지막 장면의 이나영을 보면서 '인생에서 정말 힘겨운 일을 안 겪어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예쁘게 우는 이나영. 삶에 비밀이 많아 보이고(왠지 힘든 일 겪었을 듯한), 배우로서의 열정도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이 드러나지 않은 이나영의 연기는 좀 실망스러웠다.

엄마와의 화해를 바라던 장면에서 대사 내용은 참 절절했지만, 배우는 그다지 절박해보이지 않았고, 마지막 사형장에서 역시 그랬다. 딱 터트려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영화를 보면 '저 사람은 원래 직업이 진짜 저것인 사람 아니야?' 할 정도로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나영은 CF 모델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이나영은 이나영이었다. 말투만 툴툴거린다고 그 인물의 인생에 대한 퉁명스러움이 표현되는 건 아니다. 그 외에도 평소 내공에 비해 좀 실망스러웠던 배우는 정영숙, 강신일이다. 모두 스테레오 타입을 벗어나지 못해 진부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백윤식 캐릭터가 이젠 진부하듯이.

강동원은 그들에 비해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작품만 잘 고르면 '꽃미남'보다 '배우'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 하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가장 연기가 좋았던 배우는 위 사진에 나오는 김지영 씨다. 사실 영화에 나오는 '용서'라는 주제는 진부하다. 용서를 하는 이유나 캐릭터도 전형적일 수 밖에 없고...

하지만 자신의 출연 장면에서 그 장면을 오롯이 자기의 것으로 끌고 간 배우는 김지영 밖에 없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서 다시 돌이켜보니 유일하게 눈물이 흘러내렸던 장면도 그녀와 강동원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것도 김지영이 이끌어주었기에 강동원의 폭발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은...이나영이 강동원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을 때, 그 자리에 역시 입회하고 있는 교도관이 신경쓰인다. 그 교도관은 과연 비밀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인가? 둘만의 대화가 성립하지 않는 공간에서 비밀을 털어놓다니...내가 교도관이었으면 귀를 더 쫑긋거렸을 것이다. 이런 것도 영화 몰입에 방해 요소가 된다.

영화 중간에 어색한 연기 앙상블과, 노력은 했으나 노련하지 못한 연출력 때문에 영화에 반발심이 생기고 지루해졌다. 그래서 후반부에 눈물을 참으니 참아졌다. 내가 너무 삐딱해서 눈물을 참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눈물 흘릴 일이 없는 "Mamma Mia'보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정말 나를 울게 만들지 못했다.

감독이든, 배우든..누가 한 번 진정성을 좀 보여주세요.
나 좀 제대로 울어보게...

 


2006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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