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trak 미국 기차 여행






미국 교통 수단 중에 좋아하는 것은 Amtrak 여행. 언젠가 대륙 횡단 패스 같은 것을 사서, 오래 오래 움직이면서 마음 내키는 도시에 내려서 숙박하는 - 그런 여행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2004년에 외국인 판매용 US 동부 레일 패스였던가... 를 5일 유효 $145?였나.. 저렴하게 사서 잘 이용했던 적이 있다. 미국은 기차표 가격이 그렇게 싼 편이 아니라서, 이제 저 정도 가격으로 동부 지역 한정 패스는 구입이 불가능하다.
당시는 여전히 2000년대 초반이라서 그런지 패스에 수기✍🏻로 사용 개시일 1월 18일, 사용 종료일이 1월 23일이라고 적혀있었는데, 그래서 18 19 20 21 22 23... 실질적으로 6일 동안 사용했다. 거의 50% 정도 돈을 아낄 수 있었다.😆

지금은 가장 짧은 게 전국 15일 패스인데 $459, 캘리포니아 7일 패스는 $159에 팔고 있다.



올초에 거의 10년 만에 미국에 갈 일이 있었는데, 마일리지를 이용한 비행으로 갈 곳을 여기저기 찾다가 그냥 조용한 도시 새크라멘토에 갔다. 미국에 살고 있는 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새크라멘토에서 샌프란시스코 근교까지 다시 이동해야 하는데, 2004년의 좋은 추억으로 인해 단번에 앰트랙을 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메가버스 같은 더 저렴한 교통 수단이 있지만, 당시 내가 묵었던 Sacramento숙소에서 버스 출발점이 좀 멀었다. 앰트랙역은 도보 거리였고.

인터넷으로 조회를 해보니, 기차 선로는 샌프란시스코로 접근하지 않기에 Emeryville이라는 곳에서 내려 앰트랙이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 들어가야 한다. 친구가 아들 둘을 데리고 UC버클리 캠퍼스도 돌아볼 겸 근처 에머리빌까지 차를 가지고 오겠다고 해서 에머리빌까지만 가는 표를 끊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살 수도 있었지만 내 숙소의 인터넷 사정이 별로 안 좋기도 했고, 신용카드 수수료가 아까워ㅋㅋ 역까지 직접 걸어갔다.

이럴 때면, 약간 걱정이 된다.
내가 영어를 아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여행도 4번째였지만 통상적으로 하지 않던 일을 하러 가는 길에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사실 필요한 것은 간단한 영어, 역 벽면에 크게 나와 있는 시간표를 확인하고 2004년의 기억을 끄집어 냈다.

"to Emeryville, tomorrow 10:40 (plz?)"
역무원은 지명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확인하더니 표를 내준다.
사실은 쫄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과정.

에머리빌까지는 1시간 40분 정도 걸리고(약 128km) 요금은 $29.
서울역에서 무궁화호를 타면 조치원(약 127km)까지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데 운임이 8,400원인 걸 생각하면, Amtrak은 비슷한 거리를 무궁화호보다 조금 느리게 가면서 요금은 거의 4배 받는다고 보면 될 듯.💸⌚




다음 날.
열차에 타보니, 내부는 넓고 쾌적. 아주 약간 낡긴 했다.



수하물의 크기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이민 가방처럼 크지만 않으면 되고, 무엇을 들고 타든 관심도 없는 듯 했다. 2층 구조로 된 이 열차는 아주 새 것은 아니었지만, 발 뻗을 자리도 넓고 좌석도 넓고, 충전도 할 수 있어 좋았다.
北캘리포니아를 운행하는 열차.
<Capitol Corridor>
Auburn - Sacramento - Emeryville (San Francisco) - Oakland - San Jose







 
 


새크라멘토 승강장 밖으로 보이던 낡은 건물.
새크라멘토 역 밖으로 나와서 큰 길을 건너고 지하도를 통해 승강장으로 올라가서 가서 열차에 탑승한다. 새크라멘토 역으로 가면서 근처에 철로가 보이지 않아, '대체 어디서 기차를 타는 거지?'라고 궁금해했었는데, 역과 승강장 사이에 거리가 좀 있었다.
























차장 아저씨가 직접 다니면서 승차권 확인을 하는데, 확인을 마치면 좌석 위에 종이를 꽂아 둔다.

나는 2층에 올라가기 귀찮아서 1층에 그냥 앉아있었는데, 차장 아저씨가
"1층 좌석은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곳이다. 너는 2층에 올라가길 권한다." 라는 말을 했다.

아 그렇구나.
관광객 티 나는 느낌;;;;;
2층으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니 같은 칸에 휠체어를 타신 여성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짐가방을 끌고 천천히 역으로 걸어갈 때,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를 앞질러 가셨던 분이었다. 우리 나라는 인도가 울퉁불퉁하고 사람이 많아 전동 휠체어로 혼자 돌아다니기 쉽지 않을텐데, 이 분은 홀로 기차여행까지 하시는 것을 보니 미국이 선진국이긴 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으로 이동.
미국 기차에는 탑승객이 그리 많지는 않다. 동부 같은 대도시 밀집 지역은 빼고.
다들 차가 있으니까. 아니면 비행기를 고속버스 타듯이 타거나...그래서 일반 열차에는 좌석 지정제가 없는 거겠지. 예전에 시카고<->앤아버 구간도 기차를 타봤으니, 나름 미국 동부, 중부, 서부 구간을 다 타봤네.

기차 안에서는 이런 것도 판다.
사먹어보지는 않았지만 :)



Davis 역.
기차는 이런저런 역에 섰다가 무사히 나를 에머리빌역에 내려놓고 떠나감.
역 밖으로 나와보니, 바로 앞에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들어가는 커다란 버스가 서 있었다. 여행하기 어렵지 않을 듯.






하도 나라가 넓어 도시 간 이동도 엄청 오래 걸리고
유유자적하고 쾌적한 여행의 표본, Amtrak.
언젠가 진짜 기차로 대륙 횡단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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