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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근본




정말 오랜만에 영소설을 읽기로 했다.
그냥 몇몇 추천이 눈에 갑자기 띄어 읽기로 했는데
겁없이 시작해보니 다행히 쉬운 문체로 쓴 소설이다.
단지, 모르는 단어는 '너 아직도 이걸 몰라?' 하는 듯이 쉬운 문장 안에 아무렇지 않게 자리잡고 있다.

포도상구균이 staph, 미적분이 calculus, 포물선은 parabola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Ostensibly - 표면적으로 
Presumptuous - 주제넘은
derision - 비웃음
preamble - 머릿말
이런 단어는 진짜 100번 사전 찾은 것 같은데 매번 볼 때마다 ‘내가 찾아본 적이 있는 단어’ 라는 것만 기억나고 뜻은 기억이 안 난다.🧐






뉴욕이 배경인 소설인데 읽으면서 조금씩 
마지막 가본 뉴욕의 기억을 떠올리며 머리 속 그림을 그리며
가끔 지도를 찾기도 하며 읽고 있다. 그러다가 알아차렸다. 
내가 2015년 마지막으로 뉴욕에 갔을 때 허리케인이 접근해서 3-4일 내내 완전히 망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떠올리는 머리 속 뉴욕 하늘도 언제나 흐리다는 것을... 




그리고 뉴욕에 3번 갔지만 사진을 많이 찍은 것도 2015년 뿐이라서 그저 사진 속 회색 하늘의 뉴욕만 내 머리 속에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이거 파란 하늘로 업데이트할 날이 올까?

갑자기 인터넷에서 본 누군가의 경험담도 생각났다. 꿈에서 람보르기니에 타게 됐는데, 차문을 열었는데 본인이 현실에서 람보르기니 겉모습 사진만 봤지 실내까지는 본 적이 없어서 꿈속에서도 그 모습을 만들어낼 순 없었다고.  😂 차문을 열었더니 그 안은 소나타 내부나 마찬가지였다고 하는.

상상도 (어느 정도는) 본 것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것. 








어떤 전시물










무슨 주제인지는 모르지만
2015년 2월,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센터 외벽에 있었던 전시물.

"나는 씁쓸하다" 식의 번역투 문장이 아닌 걸 보면, 뭔가 한국어를 좀 아는 사람이 만들었나 싶기도 하고...
모국어를 발견한 사람들이 흠칫 멈춰 서서, 나처럼 사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런데 영어 바로 아래 글자는 아랍어로도, 페르시아어로도 번역기에 뜻이 통하지 않는 것 같은데... 자모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건가??
예전에 아랍어 전공한 사람이랑 같이 알바한 적 있었는데 그때 한 번 물어볼 걸 그랬네.







 

2000.7.31 somewhere in AZ or NM



2003.07.16 14:39 


미국 서부를 버스로 여행하다 보면 이런 황량한 풍경(뒷산)이
몇 시간씩 똑같이 그대로 펼쳐진다.
첨엔 지겹지만
나중엔 그러려니...하게 되더라.
여행 초기에는 헐렁했던 저 녹색 바지가
여행 후기에는 꽉 끼게 된다--;;;
깜짝 놀랐었다.




--------------------

2000년에 다녀온 미국 여행에 대해, 2003년에 싸이월드에 써놓은 글을, 2020년에 뭔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어 옮겨본다.

사실 20년 동안 내가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게 된 거라고 생각해왔다. (미국 여행 3주 동안 3kg 가까이 체중 증가) 여행하면서 미국 집에 홈스테이를 하는 여행이었고 집 주인들은 늘 빨래를 해줬다. 당시 한국에는 잘 없던, 건조기가 어느 미국 집에나 다 있었기 때문에 1박씩 하고 떠나던 홈스테이에서도 빨래가 가능한 것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건조기를 사용하면 옷이 좀 줄어들기 때문에 더 꽉 끼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20년 만에 하게 됐다.🩳 

헐렁하던 바지가 딱 맞게 된 데에는 체중 증가라는 단일 요인만 있는 게 아니라 복합 요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요즘은 나도 집에서 건조기를 쓰다 보니, 옷이 조금씩 줄어든다는 것을 아는데 2000년 당시에는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지.


👉그런데 구글 블로그에 이 내용을 다시 올리기 위해, 싸이월드가 날려먹은 위 동일 사진 파일을 새로 찾다 보니... 2003년에 싸이월드에 스캔해서 올렸던 저 사진을 2020년에 내가 얼굴부분만 수정해서 새로 만든 파일이 마침 존재하는 것도 발견. 2020년에 새로 업데이트 된 사실이 또 있어서...


사실 건조기에 대한 깨달음을 쓰기 위해 이 글을 시작했는데, 사진 속 등장인물에 대한 부연 설명도 추가하게 되겠다. ت 여행 다녀온 뒤 20년 동안 소식 한 번 모르고 지냈지만, 사진 속 동생이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었더라ㅎㅎ. 누군가에게 이 경험을 말하려다 보니 저 사진 파일을 좀 새로 만지게 되었다. 이젠 공인이니까?!?! 그녀만 얼굴 공개... 이름은 비공개 ?!?!? 

알고 보니 그동안 전문가 패널로서 방송 출연도 종종 해왔던데, 올해 들어서 국회의원 당선자로서 뉴스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활발히 사회 활동을 했는지도 전혀 몰랐다. 사실 나는 완전 문과생 - 그녀는 완전 이과생으로, 여행 다닐 때도 서로 성향 차이와 거리가 좀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국회의원 같은 게 되는 날이 오겠구나, 그러면 정말 내가 늙었음을 실감하게 되겠구나...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 그것도 나보다 어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ㅎㅎ

"너보다 어린 애가 국회의원 될 동안 넌 대체 뭘 했냐?" 소리 들을까봐 엄마한텐 말도 못했다.🤫





잠깐이었지만....




2015.03.18 01:05 


지난 2월 미국 입국 심사대에서 있었던 일.
꽤나 딱딱한 10년 전 입국 심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2월 9일 달라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편하게 마쳤다.
입국심사관들 참 부드러워졌군.
그리고 멕시코로 갔다가 2월 13일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던 날, 오후 2시 언저리였는데 의외로 대기자가 거의 없었다.
전혀 줄을 서지 않고 구불구불 길을 돌아 입국심사관이 바로 보이는 맨앞자리까지 왔다.
그래도 내 앞사람의 입국 심사가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해서, 아이패드를 꺼내서 와이파이를 잡아보려는 찰나에
벌써 입국심사관 한 명이 나를 불렀다. "다음 사람!"
앞에 서자마자, 그가 말을 건넸다.


"나 저멀리 보는데, 너한테서 빛이 나는 줄 알았어."

'어머, 입국심사관이 웬일이야? 농담을 다 하고....어머 이사람 왜이러셩?' 아, 맞다, 이 아이패드...'
잠깐 당치도 않은(ㅋㅋㅋ) 착각에 빠졌지만 순간적으로 사태 파악을 했다.
아이패드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얼굴에 그 빛이 반사되어 비친다는 것.
다행히 공주병에서 순식간에 헤어나와, "아이패드에서 나오는 빛이잖아."라고 대답해줌.
그래도 좀 당황해서 "오른손 지문 찍어"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한동안 맹하게 있었음 ㅋㅋ

뭐 그런 거지. ㅎㅎ
2011년 11월에 찍힌 이런 자료 사진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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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1. 시드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입국 심사관이 저런 멘트도 날리네요 ㅋㅋㅋ웃겨요
    2015.06.14 15:58 

    • 네, 살짝 착각할 뻔도 했다는;;;; ㅎㅎㅎ , 달라스 공항 쪽이 입국 심사 통과가 굉장히 편한 쪽에 속하는 듯 해요. 그 외에 3도시 미국 공항 입국 심사 통과해봤는데, 달라스가 제일 심사관들이 친절한... :)
  2. 시드니
    저도 갑자기 달라스 가고 싶네요, 아이패드 들고 ㅋㅋㅋㅋㅋㅋ









Union staion, DC




2005.01.21 23:54 

Union staion, DC






딱 작년 이맘때, 여기서 친구 기다리다가 만난
미국인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어디 사람? 전 한국 사람인데요....
한국에 대한 아는 얘기를 다 하신다.
한국전 참전하셨다면서.

하지만 전 지금 중국에 살고 있어요..
어라? 중국도 옛날에 가보았다며 아는 지식을 다 끌어내신다.
톈진에 살고 있다고 하니까, 그 근처에 있는 "탕구"라는 항구 이름까지
알고 계신다. 신기하다.

내 왼손 손가락을 내려다 보시더니 남자친구가 없냐고 물으신다.
좋은 사람 같은데(?!) 빨리 만들라고 충고하신다.
아마도 눈에 띄는 관광객스러운 동양인은 다 붙잡고 말을 거는 분일
테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엔 진하게 남아있다.




미국 속의 중국인.




2004.01.21 12:04 


22일의 "그야말로 Chinese" new year를 맞이하여
17일부터 미국에 놀러와 있다.


중국 사람에게는 음력설이 가장 큰 명절로, 열흘씩 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있다보니
내가 어느새 중국 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뉴욕이야 원래 무질서해서 상관없었지만
꽤나 질서정연한 편인 Boston에서 습관적으로 차도로 뛰어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뒤에 신호를 지키면서 가만히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 뒷걸음질 하기를 여러 번 해야 했다.


중국에는 위조지폐가 꽤나 많은 편인데, 내 눈으로 그냥 보기에도
너무나 확연히 다른 위조지폐도 있다.
그런 것은 그냥 구깃구깃 접어서 버스 요금통에 넣어버리곤 하면서
어리숙한 외국인인 나한테만 위조지폐로 거스름돈을
주는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

뉴욕에서도 아까 뭔가를 샀다가 여기 사람들은 잘 쓰지도 않을
100달러 짜리 지폐를 내밀고 80달러 가까이 거슬러 받았는데
내가 보기에도 확연히 다른 20달러 지폐 한 장이 끼어 있었다.
흠....말 잘 못하는 뜨내기라고 이런 돈을 거슬러 주다니...
버스 요금통에 쑤셔 놓을 수도 없는 20달러 지폐를 보면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었다.
그런데 나만 그런 20달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위조방지용으로 새로 발행한 20달러 지폐였다.
나는 내가 우스워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중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일들을 판단하고, 저지르고
있다니...
그런데 그런 영향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다시 예전의 공중도덕 잘 지키고, 의심을 많이 하지 않는(--;;)
나로 돌아가고 싶다




변함이 없기를




2007.04.01 14:35 



"Today, when I saw you, I realized that what is between us is nothing more than an illusion"

소설"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간절히 보고싶어하던 플로렌띠노 아리싸를 몇 년만에 마주친 페르미나 다싸는 그동안 사랑이었다고 믿었던 것이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위와 같은 편지를 보낸다.
(스페인어 소설을 영어로 읽고 있다는게 웃기지만...뭐, 어쨌든.)


나에게도 오랜만에 마주했을 때, 실망하게 될까봐 겁나는 대상이 있다.
7년 전에 갔던 Raton이라는 곳.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무 것도 없는 곳인데
그냥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좋았다.

여행다니면서 사진찍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 곳에선 막간을 이용해서 자꾸 사진을 찍고 싶었다.


여행지로서도 적합하지 않고, 주거지로서도 적합하지 않은 곳.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나를 끌어당겼을까?


이 때부터 나는"땅의 기운"같은게 있다고 믿었다.
뭔가 개개인과 궁합이 잘 맞는 땅은 따로 있다는 생각.
그래서 항상"언젠가 돈 많이 벌면"다시 찾아가고픈 곳이다.
Raton은.


그런데...두번째 갔을 때,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내가 그때 경험했던 알 수 없는'끌림'을 경험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도 있다.


그래서 그냥 다시 찾아가지 않고, 그냥 머리 속에 두어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Cornell univ. Ithaca 2006






유학 중인 친구 덕에 방문했던 코넬대학교.
뉴욕 맨해튼에서 버스로 5-6시간 걸리는 외진 도시, Ithaca에 위치.
호수와 폭포를 끼고 있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캠퍼스, 3월임에도 여전히 겨울이라 약간 쓸쓸해보이긴 했다.

1-2주 정도 머무르면서
유학 생활을 마무리중이었던 친구와 아주 가끔 캠퍼스에 나가곤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가끔 학교 한 켠에 있던 seattle's best coffee의 한적한 매장에서 아마도 핫초코? 마시던 때, 그 카페의 풍경이 스멀스멀 스쳐간다.
커피샵 브랜드도, 마셨던 음료 종류도, 확실치는 않지만 (기억은 왜곡되는 거라서)
당시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던 그 하루 그 찰나 그 장면이 종종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지금 다시 구글링을 해보면 seattle's best coffee는 이제 코넬대 안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미 12년 가까이 지났으니...

종종 떠오르는 그 풍경이 확실한가 싶어서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커피샵도 사라져서 다시 찾을 수 없을 듯 하고, 
미국에 다시 갈 일이 있더라도 코넬대 같이 외진 곳에 다시 갈 일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때 나를 기꺼이 1주 이상 재워줬던 친구와도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기억의 한 구석에
그 장면이 늘 남아있는 것은 신기하다.



늦겨울 황량한 코넬대 배경으로 깨알같은 나



the New York Times, Sunday, March 19 2006




JFK공항을 떠나며, 11년 전 구입했던 $3.5짜리 두꺼운 뉴욕 타임즈 일요일판.






전에 '정보'에 대해 다룬 어떤 책을 읽다가

"중세 농민들이 평생 습득했던 지식보다 뉴욕 타임즈 일요일판 하루치에 담긴 정보량이 더 많다"

라는 글을 보고, 대체 일요일판이 어느 정도인지 상당히 궁금해 했었다. 2006년에야 마침내 실제로 보게 되었던, 14개 섹션으로 이루어진 300면 가까운 지면을 채운 하루치 신문.


 그중, 당시 스타 정치인으로 막 부상했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 대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는데
한동안 이 신문 뭉치를 못 찾다가 오늘 드디어 찾았다.
오바마가 이미 8년의 대통령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난 뒤에야 ㅎㅎ.








두 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기사에서 기자가 오바마에 대해 찾아낸 결점은 '흡연' 정도.


이렇게 스타로 떠올라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다가 검증 과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져 간 다른 정치인들의 예를 들면서
이 무결점의 젊은 상원의원이 호감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다룬 기사이다.

이 신문 말고도, 언젠가 미국 여행을 갔을 때
스타 정치인 오바마의 탄생을 알리는, 한 면 전체를 할애한 기사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정치계에 본격적으로 입문만 하면
온갖 오물을 뒤집어 쓰고 '다 똑같은 그놈이 그놈'이 되어서
식상한 이미지로 소멸되어 가는 많은 사람들의 예를 볼 때...

2000년대 중반부터 자신에게 쏟아졌던 수많은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성공적으로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하고
아직까지 호감 정치인으로 남아있기는 정말 힘든 일 같다.

진정한 '무결점' 인간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but they will love him tomorrow?
11년 전 질문에 여전한 긍정적 대답이 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2006, Chicago & NYC 여행이 남긴 사진들














다른 사진은 언제든 다시 찍을 수 있는 사진이지만, 이 사진은 이제 찍을 수 없는 사진. Ground Zero를 정리하는 모습




오라클 ceo, Larry Ellison과 테니스

 





2012년 3월, 인디언웰스 경기를 지켜보다 눈에 들어온 장면.
내가 실제로 구입을 고려했었던 나달의 자켓을 착용한 저 여성은 누구인가...

2012년 1월에 직접 나이키 매장에서 찾아 보기도 했으나, 화면보다는 실제 색상이 덜 예뻤고, 사이즈가 나에겐 너무 클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테니스 게시판에도 이 옷을 사고 싶다는 글이 유난히 많은 편이었는데, 두 달이 지난 시점에 그 옷을 입은 여성이 등장한 걸 보니...사람들이 옷을 보는 눈은 다 똑같구나 쿡쿡...하면서 이 화면을 캡쳐했었다.
그런데 상의는 나달의 것이되, 모자는 로저 페더러(RF)의 것을 썼네... 대체 저 여자는 누구지?


꽤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사진의 중심은 저 여자가 아니라 그 옆의 남성 Larry Ellison, 오라클의 창업주이자 이 인디언웰스 토너먼트의 말그대로 '주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니스를 직접 치는 애호가이자 자칭 나달의 'fan boy'인 그는 2009년말, 매년 3월에 열리는 이 대회와 테니스 경기장을 '사버렸다'. 미국 내 3위의 부자라니까 말다한거지 뭐. 보유 재산이 50조원대로 추산되는 그는 약 천억 원 정도의 '껌값'을 써서 이 대회를 샀다고 한다. 스포츠계에 잘 알려진 EPL 맨시티 구단주 만수르(34조)보다 훨씬 더 부자다.


이 테니스 대회는 경기가 벌어지는 8개의 모든 코트에 호크 아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유일한 대회이다. (그랜드 슬램이 열리는 테니스 코트들도 최대 4-6개 정도의 호크 아이 시스템을 가동하는 게 전부이다. 메인 코트에서 뛸 수 없는 랭킹 하위권 선수들은 선심들이 라인콜 오판을 해도 호크 아이를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
"왜 코트 6에서 경기하는 선수는 메인 스타디엄에서 경기하는 선수만큼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없는 거죠?"
국내 뉴스를 찾아보면 '낭비벽의 괴짜 巨富'로만 소개되고 있는 래리 엘리슨의 당연한 질문.    http://www.tennis.com/players/2010/11/newcomer-of-the-year-larry-ellison/25641/   




이러한 시설 보완을 통해 인디언웰스 마스터즈는 '멜버른-파리-런던-뉴욕'의 그랜드 슬램 대회에 필적할 만한 '5번째 그랜드 슬램'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곳의 메인 스타디엄은 1만 6천 석 규모로, 뉴욕의 아서 애쉬 스타디엄(22,547명)에 이어 테니스 경기장으로서는 세계 두 번째 규모이다. LA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인 이 곳에, 올해는 37만 명 이상의 관중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윔블던은 2012년 48만 4천여 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경기장 사진과 이 단락 자료 참조: http://www.tennis.com/pro-game/2013/03/fifth-major/46785/


래리 엘리슨은 사실 토너먼트 주최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현명할지는 모르겠지만, 자주 나달의 팬임을 밝혀왔다. 그는 페더러가 최고의 테니스 선수임을 인정하고, 라파 나달이 로저 페더러를 능가하는 tennis player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라파는 역사상 테니스를 해온 모든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체육인? 운동신경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한다.( the greatest tennis player와 구별하여 the greatest athlete in tennis라는 느낌은 무슨 단어로 전달해야 하나...)


한 인터뷰에서 "윔블던에서 라파의 270도 백핸드샷을 봤나? 우리 고양이는 그런 걸 할 수 있어. 하지만 인간은 그런 걸 못 하는데...what the hell?" 이라는 재미있는 예를 든 바 있다. 또한 2009년 호주 오픈 우승 후, 시상식에서 준우승한 페더러가 울어버리자 몹시 당황하고 미안해했던 라파의 태도를 예로 들면서 "페더러가 man이라면, 라파는 훌륭한 인성을 가진 'big kid'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에서는 나이보다 좀 젊어보이지만 래리 엘리슨은 1944년생, 한국나이로 칠순에 다다른 할아버지다.


(2014 indian wells에서 나달 hot shot을 보고 좋아하는 래리 할배)


IT 업계의 부침을 뚫고 살아남은 풍운아 래리 엘리슨이라도 조코비치의 성장을 예견 못 했는지, 2009년 마드리드 오픈에서의 조코비치-나달의 준결승 혈전(4시간 3분이 소요된 3세트 경기!)을 두고 "조코비치의 아마도 인생 경기였지만, 그는 졌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2010년 11월 기사). 흠흠, 하지만 '기권 잘 하고 체력 약한 이미지'의 조코비치는 그뒤 2011년부터 수많은 '인생경기'들을 쏟아내며 현재 테니스의 왕좌에 올랐지...


아무튼,
저 맨 위 사진의 여자는 사진이 찍힐 당시(2012)에 외국 테니스 포럼에도 '대체 누구냐?' 라는 글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호기심을 유발했는데
숨겨둔 딸이라는 설과 함께, 애인이라는 설이 유력한 듯. 이름은 Nikita Kahn. 래리 엘리슨은 4번의 이혼 경력이 있다. 2013 인디언웰스 뉴 스타디엄 신축 '첫삽' 행사에도 유명 테니스 선수와 함께 참석. 
나달이 2013년 인디언 웰스 우승 후, 누구보다도 먼저 래리 엘리슨에게 달려가서 악수를 나누는 것을 볼 수 있다.




래리 엘리슨의 공식적인(?) 딸 메건 엘리슨은 아부지의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삼아 20대 어린 나이에 Zero Dark Thirty 같은 빼어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등극. 서른 살 아들 역시 미션 임파서블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자.
아버지는 테니스광, 자녀들은 영화광으로 자라난 듯.

      


맨 왼쪽이 메건 엘리슨....
제로 다크 써티,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인데.
그랬구나...
부자들은 정말 다양한 걸 하고 사는구나 ^^

'미쿡'에 대한 환상?





난 미국에 살지 않은 것 치고는, 미국인이 사는 여러 종류의 집에 많이 가서 머물러 봤다.
15년 동안 5번 여행 가서 합계 3달 가까이 머물렀는데, 호텔에서 잔 것은 그 중 딱 6일 뿐이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콜로라도, 유타, 뉴저지, 매사추세츠, 워싱턴 DC, 버지니아, 뉴욕, 일리노이, 미시건...14개 정도 주에 있는 미국 집에서 잠을 자봤으니, 정말 다양한 집에 많이 가봤다. 일반 가정에 못 가보고 호텔에만 머물렀던 주는 조지아 주.

80대 노인들만 고양이랑 사시던 집, 천정에 작은 유리창이 있어 밤하늘이 보이던 집, 낮은 침대가 있던 집, 높은 침대가 있던 집, 물침대가 있던 집, 아들 셋, 딸 셋 6남매를 키우던 화목한 집, 나에게 목화 한 송이를 따 주시던 시골 농장 같은 집, 완전 시내 중심에 위치한.. 직원이 문 열어주는 콘도미니엄, 내가 화장실을 고장냈던 대학 근처 오래된 아파트, 보안을 위해 너무 폐쇄적이라 단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도 못해 20분을 빙빙 돌다 겨우 외출했던 허드슨 강변 아파트 단지, 나에게 방울뱀 꼬리를 모아놓은 상자를 선물했던 시골 집 등등. 참.... 그 방울뱀 꼬리를 선물했던(?) 집 앞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처음 봤고, 생애에 유일하게 북두칠성을 봤다. 그 미국 아이가 가르쳐준 big dipper(북두칠성)라는 단어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 집의 특색은 침실만큼 화장실이 많다는 것이고, 그 화장실마다 정갈하게 목욕용품이 갖춰져 있다는 것인데, 그 목욕 용품에는 한국과 다른 특유의 향이 있다.
가끔 친구들이 선물해주는 미국 목욕 용품의 향기를 맡으면 '아 미국 냄새다' 하는 것 말이다.




뭔가 알아보려고 bath & body works 사이트를 열었다가 이 사진들을 보고 미국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여행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환상.
무엇보다 가장 큰 건, 넓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여유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선택의 폭.
지금 한창 세일 중이던데, 여러 개 구입해서 나도 집 화장실 곳곳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살고 싶은 소망.


그런데 이 '미국병'은 그냥 내가 여행자였기 때문이겠지.
영주권 받고, 일년 내내 날씨 좋은 미국 한 동네에서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내 친구는 내년에 한국으로 귀국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남편만 일단 남겨두고.
막상 미국에서 살아보면 별로라며.

그리고 위 브랜드도 미국 좀 살았다는 사람은 품질이 별로인 저급 브랜드라며 '까는' 브랜드 ㅎㅎ 소비의 선택 폭이 넓은 것은 부럽지만, 결국 그곳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면 다른 선택의 폭은 좁아질지도 모르는 일.

그래, 그렇겠지.
늘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체험하는 것은 다르니까.

그래도 저 샤워젤 병들 이쁘네. 사진빨 좋아.ㅋㅋ

그들은 오늘도 달린다

.등록일시
2007.03.07 23:34

추격씬이 꼭 등장하는 영화 장르는?



바로 '로맨틱 코미디'이다.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실수를 깨닫거나 상대방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깨달은 뒤, 자신 때문에 떠나는 상대방을 붙잡으려는 달리기는 내가 본 모든 로맨틱 코미디에 등장했다.

로맨틱 코미디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달리기 시작하거나 각종 운송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방을 붙잡으려 용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쿡쿡 웃는다.

'어째, 저걸 못 벗어나니...convention인가?'

역시나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협회'같은게 있어서 남자든, 여자든 한쪽 주인공이 15초 이상 달리지 않으면 로맨틱 코미디에 끼워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friends나 sex and the city도 마지막 시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의 추격씬이 등장한다. Ross는 Rachel을 추격한다. 뛰는 이유는 다르지만 미스터 빅도 뛰고, 캐리도 달린다. 그러므도 이들도 로맨틱 코미디의 범주에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선, 
the Break-up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제니퍼 애니스턴이 조깅 한 번 한 것 외에는, 주인공들은 쓸데없이 뛰어다니지 않는다.
  
한국 개봉 제목이나 한국 영화 제목을 패러디하면 '로맨틱 코미디 後愛' 또는 '함께 살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랄까.
  
브레이크 업은 로맨틱 코미디가 끝난 그 시점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해리와 샐리가 한 집에서 1년 이상 같이 산 뒤라도 여전히 행복했을까? 휴 그랜트와 드루 배리모어가 동거하면 서로 잘 맞을까?
  
브레이크 업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돌려보기 위해 쓰는 수법은 상투적이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後愛'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최근 잇달아 본 시사회 중에서 가장 느낌이 좋았던 영화.
  
  
  
  
  
1. 내가 제일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인데 '브레이크 업'과의 공통점은 배경이 시카고라는 거. 시카고는 로맨틱 코미디를 찍기에 참 좋은 도시다. 이방인의 시각에서 뉴욕이 참 '매력적'이라면 시카고는 그보다 좀 더'낭만적'인 것 같다.
  
2. 덩치 크고 둔해 보이는 빈스 본이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 연기를 참 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정이 정말 딱 그 상황에 처한 사람 같다. 

누구나 늙는다 -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 발표 순간,
머뭇거리던 워렌 베이티에게 봉투를 건네받은 페이 더너웨이는 '라라랜드'를 외쳤다.







그러나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이 2분 30초 만에 갑자기 황당한 순간으로 바뀌었던 '라라랜드'팀.
사실 작품상 수상작은 '문라이트'였다.

수상자 명단이 담긴 봉투를 잘못 건넨 회계사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나는 솔직히...
어느 정도는 시상자 책임도 있다고 본다.
보니 앤 클라이드 (1967) 개봉 50주년을 기념하여, 2017년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워렌 베이티와 페이 더너웨이. 

워렌 베이티는 만 79세이고, 페이 더너웨이는 만 76세이다. 재빠른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 더불어 시력도 저하.
젊은 시상자가 나왔어도 "Emma Stone - la la land"라고 쓰여있는 내용을 보고 그대로 읽었을까 싶은...의구심이 든다. "아...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 사건이 앞으로 펼쳐질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어떤 힌트처럼 보인다. 의학이 발달하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나이가 들어도 신체는 예전 노년층에 비해 정정한데 지적인 능력은 어쨌거나 쇠퇴한다. 


나이 든 분들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고, 나 역시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고 가까이 있는 작은 글자가 안 보이기 시작한 요즘....나이 드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이런 사례들에 더 관심이 가게 된다. 위 사진을 잘 살펴보면 봉투에 선명하게 "ACTRESS IN A LEADING ROLE"이라고 써져 있다. 이것을 한 번 살펴볼 여유만 있었어도...


'라라랜드'팀은 정말 정중한 반응을 하며 '문라이트' 팀에게 트로피를 넘겨주었고, 그뒤로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쿨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길다. 이들에게도 언젠가 남을 물먹일 기회가 올 수도 있고, 또는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것을 절감할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ㅎㅎ










2017 아카데미 시상식 생각....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수상 정정" 소동을 낳은 PWC의 파트너급 회계사 Brian Cullinan은 2015년 시상식 무대에도 오른 적 있다.
당시 사회자였던 닐 패트릭 해리스가 "오스카 예측 쇼"를 준비하면서
그 예측이 담긴 봉투를 브라이언 컬리넌에게 보관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 후반부에 이 회계사를 무대로 불러내면서 닐 패트릭 해리스는 "혹시 맷 데이먼 닮았다는 소리 자주 듣지 않나요?" 하면서 농담을 했었다. '들어본 적 있다'하고 하면서 좋아하던 기색이 역력했던 이 사람....


누구보다 먼저 오스카 시상식의 결과를 전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며, 그 수상자의 이름이 담긴 봉투를 건네는 사람이라는 중요한 위치였지만 음지에서만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이때부터 양지로 올라오면서 어떤 종류의 "연예인병" 비슷한 것이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나의 짐작. (그냥 내 생각. 당연히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컬리넌은 오스카 특수(?)를 노리며 2015년 12월에 트위터에 가입했다(2015년 2월에 무대에 한 번 등장한 뒤로).
오래전부터 트위터를 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 2015년 이후로 식당 같은 곳에서도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면서 으쓱하는 마음도 생기고, 트위터 명사가 되고픈 마음도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Cullinan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소설써서 죄송 ㅎㅎ)


몇몇 사례를 보아오면서, 자기 분야에서 직업적 성공을 거둔 사람이 그 다음으로 갈망하는 것이 '유명세'라는 걸 알았다. 자신의 성공을 누군가 알아봐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이미 탁월한 위치를 확보해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것같이 느껴지는 사람들이....social media에서 굳이 연예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것을 종종 봤다.


현재 직함이 Chairman of PwC’s US Board and Managing Partner of PwC’s Southern California, Arizona & Nevada Market 인 브라이언 컬리넌은 몇 년간 이 일을 차질없이 진행해오면서, 어느 정도 자부심도 있었을 테고...
트위터에 누구보다 시상 순간을 빨리 올릴 수 있는 '내부자'라는 들뜬 맘도 생겼을 테고..





'famous'를 원했으나 'infamous'로 수식어가 바뀌는 순간    variety.com 




컬리넌은 작품상 수상자 봉투를 전달해야 되는 중요한 순간에 여우주연상 수상자 에마 스톤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느라 여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상 수상자가 담긴 봉투가 아닌, 여우주연상 수상자 이름이 담긴 back-up 봉투를 시상자 워렌 베이티와 페이 더너웨이에게 건넸고, 이들은 아카데미의 권위를 너무 믿은 데다가 (봉투에 분명히 Emma Stone - la la land 라는 작품상 수상작으로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써 있었지만, 머뭇거렸던 워렌 베이티에 비해 특히 페이 더너웨이는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원로배우들이라 순간적인 상황 판단력이 떨어져서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출연작 이름을 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대혼란....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가질 때가 가장 위험하다.
나도 16개월간 매일 생방송을 하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짧은 제목을 하루에 수십 개씩 지어내는 일이었는데 "'작품'이다" , "XX보다 일을 더 잘한다" 라는 칭찬도 받았었고, 항상 파트너에 비해 매끄럽게 일을 완료했었다. 보통은 생방송 시작 직전에야 수십 개의 아이템이 완료되곤 했었고 생방송을 앞두고는 화장실에 잘 가지 않는데, 그날따라 시간이 많이 남아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변기에 앉으면서 '시간이 남아도네. 난 참 일을 잘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그날 방송 사고가 얼마나 많이 터졌었는지... 나에게 고함이 난무하던 스튜디오가 기억난다. ㅎㅎ 자만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실감하는 계기였다.


이 분도 너무 쉬운 일, 몇 년간 내가 잘 해온 일이라는 생각에서 방심을 했던 게 아닐까.
트윗 유명인사가 되고 싶었던 이 분은 이제 맡은 일에서 불명예 퇴진을 하며 (회계사인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오스카 담당 지위에서 해고됨), 89년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 최대의 오점을 남긴 사람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 호명 실수는 사실상 페이 더너웨이가 했는데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멀찍이 물러난 페이 더너웨이 대신에, 왜 이 사건에 워렌 베이티의 이름만 거론되는 것인가도 아쉽긴 하다.



한편으로는, 나의 다른 상상도 있다.
작년 2016 시상식은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였고
내 기억에 분명히 여우주연상 -> 남우주연상 -> 작품상 순서로 시상이 되었다. 그날의 주인공은 사실상 디카프리오였기 때문에... 그가 가장 마지막 개인상 수상자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보통은 남우 -> 여우 -> 작품상의 순서를 거친다.

올해는 작품상 시상 이전 마지막 개인상 수상자가 에마 스톤이었는데, 그래서 그 봉투가 남아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라라랜드가 작품상 수상자로 불리는 난리가 난 것이다. 만약 작년처럼 여우 -> 남우 -> 작품상의 시상 순서였다면..... 케이시 애플렉의 남우주연상 수상작이며 맷 데이먼이 제작자인 "Manchester by the sea"의 이름이 담긴 봉투가 마지막에 건네졌을 가능성도 있다.

시상식 사회자였던 지미 키멀은 몇년째 앙숙 이미지로 서로 장난질을 치고 있는 맷 데이먼 옆에 앉아서  "작품상 물먹었네"라고 놀리고 시상식을 마무리짓기 위해 카메라와 함께 관객석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 만약 페이 더너웨이가 "작품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고 했다면????   아마 의외의 수상에 지미 키멀도 당황했을 것이고, 많은 관객들이 지미 키멀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맷 데이먼도 믿을 수 없어서 봉투를 확인하다가 좀 더 이르게 실수를 발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이 상황을 상상해봐도 웃긴다. 윗 사진 속에서 지미 키멀에게 옆자리를 양보하고 앞에 나가서 서 있는 맷 데이먼의 부인은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을 듯 ....


지미 키멀은 본인의 장난만 준비하느라 사실 시상식 혼란 수습을 너무 못 했다. 이 상황을 정리한 것은 라라랜드의 프로듀서 조던 호로위츠였다. 우습게도 경쟁작에게 작품상을 시상하러 나와버린 꼴이 되었는데, 그 사람은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했다. 그리고 지미 키멀 본인이 나중에 밝힌 것이지만.... 당황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멀뚱히 서 있는 지미 키멀에게 신호를 보내, 진짜 작품상 수상작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가 수상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덴젤 워싱턴이라고 한다.

본분을 잊은 사람이 많아지면 초대형 행사도 우습게 마무리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이번 사건, 아마 앞으로도 수년간 패러디 소재와 자료 화면으로 쓰일 것이다.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과 '功名心'은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실수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기에
비난보다는 그냥 웃어넘길 수 밖에.
브라이언 컬리넌도 지금 자책이 심할 것이다.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점은 라이언 고슬링의 겸손함과 아량.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모든 피아노 연주를 직접 해냈지만, 사실 에마 스톤에 비해 주목을 못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영화 속 누나 역할을 했던 로즈마리 드윗과 함께 가장 마지막에 무대에 오르며 끝자리를 지켰다.







사실 조연 배우는 아무도 안 챙기고 주연 배우 먼저 무대에 뛰어올라가기도 바쁠텐데 가장 나중에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재작년에 버드맨이 작품상을 탈 때, 조연배우인 가 무대 끝에 버려진 듯 서있어서 나혼자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문라이트로 작품상 수상작이 정정되어서 다들 당황하고 있을 때 라이언 고슬링이 가장 먼저 문라이트 배우들을 축하해주러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걸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면, 라이언 고슬링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아서 꽁해있다가 작품상 수상작이 바뀌자 그거 쌤통이다 하고 가장 신났는지도 모르겠지만 ㅋㅋㅋ )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 혼자 웃고 있어서 화제가 된 라이언 고슬링 :)


%% 그리고, 한국 중계자는 앞으로 좀 덜 웃는 사람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실황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본인의 웃음소리만 ( 어머, 나 이 영어 농담도 다 알아들었어..호호호...같은 불필요한 웃음소리) 생방송으로 계속 들리는 것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 감상은 여기 ---> http://mori-masa.blogspot.kr/2016/02/blog-post_29.html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를 보러 가는 길,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후다닥 나가는데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휴지 조각을 대충 잡아채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요즘 비염이 생긴 것인지 콧물이 자주 흐르니, 휴지가 없으면 곤란할 때가 많아서...👃









콧물 때문에 가져온 그 휴지 조각이 없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이 영화를 보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영화가 끝나고 Guest Visit 시간이 있어서 영화 기자와 정신과 의사가 앞에서 이야기 하는 동안
내 얼굴의 눈물 자국을 정돈하고 있는데 손에 뭔가 하나가 걸렸다.
휴지 조각이 눈물과 함께 말라 붙어있었다.
뗀다고 뗐는데, 극장을 나오며 엘리베이터 탈 때 보니, 아직도 남은 게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거울 없었으면 집에 까지 얼굴에 휴지 붙이고 갈 뻔 했네.

영화 속에서도 "클리넥스 줄까요?" 라는 대사가 나온다.
울지 않는 관객도 많았고 훌쩍이는 관객은 소수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클리넥스가 필요한 영화.




미국 영화의 특징



미국 영화에서
어떤 부부의 일대기를 빠르게 압축해서 보여줄 때
행복한 신혼 시절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집을 사서 페인트칠하며 장난 치고 꺄르르 웃는 것이 들어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우리나라는 입주자가 페인트칠을 직접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설정.
우리나라에서는 부부가 같이 페인트칠을 할 경우
'행복한 시절의 상징' 보다는
오히려 "돈 없어 고생하는 신혼 부부" 로 보일 우려가 있다 :)





UP








그리고 많은 경우, 여자는 머리에 두건을 쓴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에서도 '행복'을 상상하는 순간에 역시 벽에 페인트칠하는 장면이 지나간다.







당신도 이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는, 홍콩 / 심천 국경에서 중국 비자 받기

  서울에서 중국 관광 비자 받는 과정이 무척 귀찮아졌다. 온라인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식대로 한참 동안 비자 신청서를 완성하고 비자 접수 날짜를 예약하려 하니 예약이 꽉 차 있었고, 보름에 가까운 여유 시간이 필요해서 나의 출국 날짜에 하루 정도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