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 나가기 빗겨 나가기



* 오래 전,
내가 하던 말을 모두 귀담아 듣고, 나의 행동을 신기하게(혹은 멋지게?) 보던 사람이 있었다.
오고 가는 생활 영역이 비교적 나와 비슷했던 시절에서 벗어나, 그 사람은 다른 세계로 진입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고,  오랜 만에 만난 그 사람은 더 이상 나를 신기해하지 않았다. 그해에 내가 새로 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니, '어머 그랬어요?' 대신에  '치잇, 저는 이미 그보다 더한 것도 다 해봐서요'와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본인의 삶에 비해 내 삶이 시시해진 것일까.

아쉽게도, 이 사람과 이제 다시 친해질 일이 없을 것 같다.
그 사이에 많은 시간과 '경험'이 흘렀다.

부모 입장이 되어보는 간접 경험.
어렸을 때 무조건 부모를 우러러 보던 자식이, 머리가 커가면서 '아, 부모의 말씀이 별 것 아니었구나' 깨닫고 부모 말을 한귀로 흘려듣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






* 내 남동생과 오래 전에 공유하던 social media 기록들을 보면, 그 매개체는 '해외 축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나는 테니스, 남동생은 국내야구로 관심사가 바뀌면서 지금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음...한때 '부부가 오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취미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겠군. '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취미도 변할 수가 있구나. ㅎㅎ
공통점이란 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다.


 
 
 
 
 




*새로이 해외 생활을 시작한 어린 친구가 "어려운 길이라 일부러 택했다"라는 야심찬 출사표를 써놓은 것을 봤다.
피식, 첨엔 다 그렇지. 유치한데 혼자 그냥 생각하지 저걸 남들 보라고 써놓다니 ㅎㅎㅎ

그런데, 잠시 더 생각해보니, 나도 8년 전 스리랑카로 떠나면서 별의별 의미를 다 갖다붙였던 것이 생각났다. "내려놓겠습니다." "평생 편하게 살 수도 있지만, 인생에서 2년만 떼어서 일부러라도 고생하면서 살아보자." "평생 먹을 수 있는 한식, 2년만 안 먹으면 어때요"

나 역시 이런 것들을 '남들 보란 듯이' 써놓았었다. 나도 딱 그 나이 때엔 그랬구나... 시간이 지났다고 그걸 벌써 잊고 남을 비웃다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