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는 한꺼번에 떠나간다.




30대 중반에서 50대 중후반 정도까지는 다들 육아와 자녀 교육에 치중하느라
친구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시기이다. 그러다가 자식이 대학에 진학한 뒤에야 오래된 친구들과의 모임이 다시 시작된다고 한다.

친구들과 카톡이나 가끔 주고 받을 뿐, 만날 수 있는 친구는 한정적이라 고립된 느낌이 있는데 9월까지 끄적이던 싸이월드 블로그가 그래도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아무 생각없이 내 일상을 털어놓기도 좋았고, 허세스러운 사진을 올리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그러다가 슬슬 늘어난 방문자와 함께, 용기있게 내 블로그에 답글을 남겨주시고 가시는 분들이 너무 고마웠었다.


'ㅇㅇ님 글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종 올게요'
'글이 재미있어서 테니스를 잘 모르는데도 쉽게 읽었습니다'


얼굴을 모르는 이로부터의 기분 좋은 답글로 인해,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내 생각이 사회와 멀리 떨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었다.


10월 초에 갑자기 싸이월드 블로그가 사라지고 나니, 허전함이 찾아왔다. 머리 속 생각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졌다. 예정 기한보다 훨씬 지난 후에 싸이홈으로 접속이 가능해졌지만, 방문자는 1/100로 줄었고, 얼굴 모르는 방문자는 물론이고, 싸이월드에 남은 절친 2명과의 연락도 어렵게 되어버렸다. 너무 아쉽다. (카톡 연락 빼고, 블로그 댓글로 주고 받는 연락은 또 다른 느낌이다) 그 친구들이 싸이월드가 낯설어졌다며 발길을 끊었다.

이와 발맞추어, 계속되는 라파엘 나달의 부진도 나를 힘빠지게 한다.
테니스 팬인 줄 알았더니, '나달 우승'의 팬이었나보다. 머리숱도 적어진 나달이 힘없이 패하고 뒤돌아서는 모습을 매일매일 지켜볼 정도의 멘탈이 안 된다. 그래서 예전보다 테니스 중계도 더 적게 보게 된다. 즐거운 자극제가 없다.

2011년에도 나달이 준우승만 줄줄이 기록해서 안타까운 한 해였지만, 사실 그때에는 예상보다 즐거웠던 대학원 생활이라는 보상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떠나가는 것은 다 떠나가고 새로이 나를 찾아오는 게 없네.

그래서 더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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