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eparable




모교에 직원으로 남아, 우리가 19년전 처음 만났던 그 학교에 매일 출근하고 있는 친구가 준 선물.
학교 개교 기념으로 만든 독수리 + Teddy bear 인형이다.

진학 과정에 아쉬움도 남았고, 그래서 초기에 적응을 못해 힘들기도 했었고...
그러면서도 다른 학교를 졸업했다면 하지 못했을 즐거운 추억도 만들었고....
그래도 이상하게 애증이 겹쳐 마음이 가지 않는 모교였다.


졸업하고는 가끔 사람들에게 '이혼한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후후.
나와는 끊을 수도 없고 결국은 계속 따라나닐 관계이고 슬쩍슬쩍 관심도 가지만
그렇다고 늘 같이 있고 싶지는 않고, 뭉클한 추억보다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이.







대학원은 다른 학교로 진학했는데, 마침 내 학부 독수리학교와 대학원 사자 학교가 농구에서 맞붙은 적이 있었다. 내가 공부하던 바로 그 건물에서 농구 경기가 열렸다. 대학원 친구들이 내가 독수리 학교를 응원할 거라면서 놀렸고, 나는 '이미 이혼한 사이'라며 맞받아쳤지만 내심 상황이 닥치면 어느 곳을 '본능적으로' 응원하게 될지 나도 궁금했었다. 결과는 현재 다니는 학교 응원이 본능적으로 튀어나왔다. 최종적으로는 독수리학교가 이기기는 했지만, 당시의 대학원이었던 '우리 학교'가 바짝 따라붙었을 때마다 엄청 기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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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많은 좌절감을 줬던 학교라는 생각에, 이 인형에도 정이 가지 않아 거실에 두었다.
사실 그 학교가 나에게 악감정을 품어서 벌인 일일 리가 없고, 그냥 학교를 다니면서 일어났던 일일 뿐인데 그냥 그 학교가 행하는 일들이 싫었다.

그러다가 거실에 혼자 있는 인형이 너무 추워 보여 살짝 안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 곰은 크기도 적당하고 몽실몽실 느낌도 남다른 거다.
저 매서운 눈매의 독수리 망토만 벗기면 순딩순딩 곰인형으로는 나쁘지 않겠군!
하는 생각에서 독수리 망토를 벗기려고 보니, 어찌나 꼼꼼히 바느질이 되어 있는지...

독수리 부리 아래, 앞쪽 리본, 그리고 뒷목덜미에 튼튼한 박음질이 되어 있어 망토를 벗길 수가 없었다. 망토를 살짝 뒤집어보면 이 곰은 귀 모양까지 완전히 만들어진 곰인데, 독수리에 눌려져 곰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래, 이제 떼어낼 수가 없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내 목덜미에 달라붙어 평생 따라다닐 학적.
평생 데리고 살 수 밖에.


ㅎㅎㅎ
또 내가 혼자 하기 좋아하는 의미 부여 놀이 시작.


내가 저 독수리 망토를 뒤집어 썼다는 그 이유만으로 내가 받았던 호의는 무시한 채,
저 독수리를 떼어내고 싶어하는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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