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늙으면 외로울테니 결혼하라고 한다.
병들면 힘들테니 자식을 낳으라고 한다.



어느날 밤, 혼자서 우두커니 거실에 앉아 요즘 유행하는 '동물 키우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가족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집에는 세 사람이 살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테니스를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밤에 맥주 한 캔을 좋아하는 것도 나 뿐이고,
모든 것을 나 혼자 해야 한다.
혼자 외롭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도 엄마 뿐이고,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도 언니 뿐이고
그들도 외롭다.

어차피 함께 하는 시간이 없는데, 가족의 수가 많다는 게 무슨 소용.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사람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무엇인지 참 궁금하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우리 가족은,
서로서로에게 그 따스함이 참 부족했던 것 같다.
나도 잘 하지 못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