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가를 간절히 원하고 열정을 가졌던 게 언제였을까...
등록일시2007.02.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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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친구와 만나서 저녁을 먹고, 차 한 잔 마시고
그러고도 약간 아쉬워서 맥주 한 잔을 마시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지하 펍으로 들어가려는데 길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장소가 압구정동이었던지라 그냥 연예인이 지나가겠거니 했다.
술집에 들어가니 'SM엔터테인먼트' 예약석이라는 표시와 함께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얼마 뒤, 꺄악~소리와 함께 동방신기와 이수만'선생님', 아유미, 슈퍼주니어 등이 쏟아져들어오기 시작했다. 동방신기 아시아 투어 콘서트 쫑파티라고 했다. 홀 너머로 그들이 인사하고 떠든다.
바깥의 팬들은 미성년자라서 들어오지 못했던 거였다.
술 한 잔 마시고 친구와 함께 술집을 나오니 학생 두 명이 우리를 따라 붙는다.
"동방신기있어요?"
"오빠들 잘 생겼죠?"
"멀어서 잘 안 보여요."
"분위기 어때요? 오빠들 술 마셔요? 아이~ 사진도 찍고 그러지~"
술집 입구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그거 하나 물어보기 위해 우리를 따라오는 그들이 귀여웠다.
"빨리 스무살이 되셔야겠네요"
"아~ 내가 스무 살 되면 안에 들어가서 오빠들 다 만나고 그럴텐데"
그들은
술집에 들어갈 수 있는 '스무 살'이 넘고서도,
동방신기를 가까이 두고서도,
멀뚱멀뚱 쳐다만봤던 내가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그들의 열정, 동경이 느껴져서 갑자기 부러워졌다.
그들이 그토록 부러워하는 스무 살을 넘기고도,
십 년을 무미건조하게 보낸 것이 그들에게 미안해졌다.
제대로 이루어놓은게 없어서 30대가 된 것을 인정하기 두려운 지금 모습도 부끄럽고.
10대는 책임도 적으면서 공부만 잘해도 많은 특권이 주어지는 단순한 시기였다. 하지만 20대가 가질 수 있는 자유나 소득, 음주가무의 즐거움은 얻기 어려운 시기가 10대이고...
3,40대는 점점 늙어가지만 그를 보상하는 자녀의 재롱이라든지, 직업적 성취감을 얻는 시기라고 한다.
지금, 현재를 열정을 가지고 산다면 나이 먹는 게 그리 두려울 것 같지 않다. 그 나이가 되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에 열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동방신기의 귀여운 팬들에게 그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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