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이면 대학생이 되었을 아이에 대한 기억

태영이의 눈빛.


지나고 나면 말썽쟁이가 젤 많이 기억난다는 여러 선생님들 말처럼
나도 잠깐 가르쳤던 애들 중에 태영이라는 꼬마 남자애가 
요즘 자꾸 떠오른다.

내가 들어오고 난 뒤에 학원에는 유치원 반이 만들어졌다.
경력 15년의 원장도 가르치기 꺼려한다는 바로 그 유치부..--;;

하지만 첫 날 엄마 손을 잡고 온 작달막한 아이들은 귀엽기만했다.
뽀얗고 주먹만한 얼굴...객관적으로 봐도 귀여운 애들도 꽤 있었다.
그 중에 태영이라는 애는 특히 하얗고 작은 얼굴에 쌍커풀 진 눈..
참 귀여운 애였다. 


엄마가 아무리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 응?" 해도 대답 하나 
하지 않던 애가 엄마가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나에게 조잘조잘 
얘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니까 좀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집에서 무슨 문제가 있나?'

머리도 좋은 편이던 그 애는 곧 자신의 특색을 드러냈다.
꼬마애들은 발표할 거리가 생기면 "저요, 저요!" 하고 난리가 나고
남들이 말하건 말건 자기 생각을 동시에 떠들기 마련인데
태영이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말하고 있잖아!"

조그만 애가(반에서 가장 어렸다) 무섭게 다른 애들을 호통치며, 기회를 독점하려 했다.
자기가 발표할 때 다른 애가 말하면 그 애들을 확 내려치는 것도
다반사였다. 나도 한 번 그 애가 휘두르는 연필심에 긁혔었다.
점점 그 애가 무서워지던 어느날,
그 애가 그렇게 성질부리는 것을 바로잡아 주려고 다른 선생님까지
우리 교실로 모여들자, 그 꼬마애는 책상을 발로 차서 뒤엎었다.
그 조그만 아이가...


난 너무 놀라서 다른 아이들을 다른 교실로 피하게 하고 잠시 밖에
있었는데, 그 애는 울면서 교실 문을 안에서 잠그려고 했다.
그 순간 태영이의 눈빛을 보았는데, 조그만 아이 눈빛이 너무 슬퍼
보였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그런 생각까지 했을리가 없지만 
내 생각엔 자기도 어쩌지 못 하는 자신의 성격 상의 결함이 
또 튀어나온 것에 대해 슬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고치기 힘들 것 같은 그 성격은...
그 아이의 작은 몸집에
너무 버거워보였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주변 사람도 힘들지만 본인도 얼마나 힘들까?
아니, 그 어린 아이는 그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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