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같이 다니면서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 사람을 불편해하기도 했고,
나도 관광지를 배경으로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 자체를 많이 찍는 편은 아니다.
여태까지 여행 중에 가장 좋았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2004년 미국 동부 여행은 정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다. 마지막날 밤, 나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데려간 친구가 "정말 안 찍을 거예요?" 하면서 거기에서 1회용 카메라(요즘엔 멸종된)를 사서 그 전망대에서 찍어준, 배경이 까만 밤하늘일 뿐인 사진 대여섯 장이 전부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엔 가장 행복했던 여행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2006년 약 4주 간의 미국 여행에서 내 디카에 남은 사진은 총 10장 정도였다. ㅎㅎ
좀 더 디카가 작고 가벼워 편해지고... 폰에 천만 화소 카메라가 들어가는 요즘,
그래도 아래 같은 생뚱맞은 사진이라도 남겨놓지 않았다면그날의 그 느낌, 그 분위기를 어떻게 다시 기억할까 싶다.
'세상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사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은....여행 중에 카메라 렌즈에서 눈을 떼고 자기 눈으로 세상을 담은 시간은 대체 몇 분인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남들의 블로그를 보지만,
사실 그런 블로그에서 힌트가 되는 정보를 많이 얻는 것도 사실이고
나도 자주 옛 사진을 돌아보며
그 순간의 감정을 기억해내곤 한다.
'자기 눈으로 자기 머리 속에 담아오는 게 여행이지...'
이렇게 내가 말하는 것은 어떤 '쿨'해보이려는 강박의 한 종류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본인도 사진에 많이 의존하면서..
한국 사람은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엘리베이터에 익숙해서
저렇게 문을 손으로 열고 들어가서 천천히 움직이는 유럽/미국식(?) 엘리베이터를 보면 신기한 느낌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호스텔,
밤 9시에 도착했는데 의외로 모든 룸메이트가 잠을 청하고 있어 고요했던 도미토리룸을 빠져나와, 혼자 이런 사진이라도 찍고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그날의 느낌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으면
죄다 흔들리게 찍히는 이 카메라에 대한 기억도.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