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per: After you kids came along, your mom, she said something to me I never quite understood. She said, "Now, we're just here to be memories for our kids." I think now I understand what she meant. Once you're a parent, you're the ghost of your children's future.
'인터스텔라' 중의 한 대사.
부모가 되는 순간, 그저 '자녀의 추억을 위해 사는 자'로서 이 자리에 존재하게 된다는.
30대 후반,
나의 거의 모든 친구들은 세상의 중심이 자녀이다.
낳는 순간 너무 예뻐서 자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을 중심으로 세상을 걱정하게 되며, 그들을 중심으로 모든 결정을 내리게 된다. 부모는 그저 "ghost of your children's future".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고생했겠지..
새삼 '인류' 가 이렇게 유지되어왔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 20-30년을 '나'로서 살다가, 그 뒤로는 다음 세대를 위해 살아가는 것 말이다.
다들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무뚝뚝한 성격이었던 친구들이 모두 자녀 앞에서 혀짧은 소리를 내며 동요를 부르고 있는 것을 보면, 똑같은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는 것 같다. 나조차 고양이를 기를 때, 우리 고양이를 보면 무슨 시골 할머니처럼 '에유~ 이 똥강아지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곤 했었다. 왜 고양이가 강아지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뭔가가 유전자에 주입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보다 작고 귀여운 존재를 보살펴줘야 할 때 느끼는 감정.
특이한 친구, 유별난 친구들을 봐왔지만
특이한 엄마, 유별난 엄마가 된 친구는 별로 못 봤다.
다 비슷한 말, 비슷한 행동을 한다. 자신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그 행복을 찾은 것처럼 신기하다며 그 행복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모든 엄마들이 다 같았다.
(물론 아기가 좀 더 커서 학부형이 되어 보면 동료 학부형 중에 벼라별 이상한(별 미친...) 사람들이 다 있다고 하기는 한다)
모두 개성이 각각이던 친구들이
부모가 되어 개성을 가다듬고 비슷한 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내 아이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서는 이타적인, 가족 밖의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이기심은, 아이 없이 오래 살아온 사람은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다. 나도 부모가 되면 그렇게 될 것이니까.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게 인류가 유지되는 방식인 것 같다.
나는 지금은 자녀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지만
어떻게라도 우연이라도 필연이라도
부모가 된다면
나도 그렇게 똑같은 행복을 느끼며, 똑같은 말을 하며
살아가겠지.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그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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