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얼마나 많은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혀 보았는가? 

말싸움을 하다가 상대방의 타당성을 깨닫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경우는? 


나 같은 경우엔 거의 없다. 

논쟁이 과열될수록 은근히 자존심도 끼어들면서 

절대 내 주장을 굽힐 수 없게 되고, 

상대방의 편협함을 점점 더, 새삼 더 많이 깨닫게 된다. 

내 자신의 편협함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다. 

결국 끝나고 나면 다시 각자의 생각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길을 간다. 마음에 얼마간의 앙금을 남긴 채로... 


그럼에도 왜 또 말을 걸어서 내 쪽으로 끌어당겨보고 싶은 것일까? 

내가 그 쪽으로 갈 리 없듯이, 

그 쪽도 여기로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군' 이런 생각을 수만 번 하면서도 

왜 오늘도 다시 긁어보는 것일까? 


(200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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