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버스기사 아저씨 인심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편인 제주도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한라체육관 앞까지 가기로 했다.
버스 한 대 놓치면 다음 버스를 30분씩 기다려야 하는 곳.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 아저씨가 너무 영업을 하려고 하셔서 불편해서 별로.


Daum 지도를 이용해 정류장을 조회해서 나는 이 버스가 맞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버스가 오니 다들 관광객이라 행선지를 물어보면서 타는 분위기.
제대로 탔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분위기에 맞춰서 "아라 1동 복지 회관 가죠?"라고 물어봤다.

"엥? 거기 안 가는데?? 그게 어디여?"
"제가 지도에서 봤는데요. 이 버스 맞던데..."

나도 예상치 않은 응답에 깜짝 놀랐지만, 다음지도에서 이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 안내까지 제대로 지켜서 도착한 버스였는데, 이 버스가 아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저씨가 계속 거기 안 가는데....안 가는데...하셔서 계속 타고 있을 수도, 내릴 수도 없었다.

"한라체육관, 거기 근처만 가면 되는데요."
"가긴 가는데..... 뭐 안 되면 시외터미널에 내려서 환승하셔~~"
아저씨는 내가 어딘가 잘못 가게 될까봐 한참이나 버스를 세워놓고 고민하셨다.
시간도 촉박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타고 가기로.


지도를 다시 조회해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짐.
"아저씨, 오라 1동이네요 ;;;;;; 죄송해요ㅜㅜ"
"글치? 아라동은 안 간다니까.... 노인네들 게이트볼 치는 거기인가? 거기서 내려~~"


지리 파악은 잘 안 되어서 내가 한 정거장 먼저 하차 벨을 눌렀더니, 이젠 내부 승객들이 "다음에 내리면 된다"며 나를 성가셔 할 지경.
애초에 나 때문에 출발도 지연됐었기 때문.

그래도 기사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게 나를 한라체육관쪽 바로 앞 정류장에 내려주시고 사라지셨다.
최근 무뚝뚝하고 운전을 험하게 하는 기사 분도 많이 만났는데, 다행히 이번엔 친절한 분을 만나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니 기분이 좋아짐.


모자란(?) 타인에게 인내심있게 베푸는 친절이 하루를 밝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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