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기술 발달의 역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일까? 최초의 도구라는 돌칼, 지식의 전수를 가능하게 한 문자, 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증기기관? 또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컴퓨터? 정답이 없는 물음인데, 의외로 세탁기를 꼽는 이들도 꽤 많다.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67)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명쾌한 강연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드문 통계학자이기도 하다. 로슬링은 2010년 테드(TED·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등을 주제로 하는 세계적인 강연회)에서 왜 세탁기가 최고의 발명품인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그가 4살 때 어머니와 할머니는 처음 세탁기를 집에 들여놓고 감격에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빨래는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장 강도가 높은 여성의 가사노동이었다. 세탁기는 여성을 빨래 노동에서 해방시켜 더 아이와 함께 보내고 책을 읽고 다른 일을 찾아 나갈 시간을 주었다. 이는 남녀의 역할과 사회구조에 깊은 영향을 끼쳤고 세상은 전과 달라졌다. 그래도 로슬링이 지적했듯이 여전히 인류의 20억명은 땔나무를 나르거나 물을 길어와 빨래를 해야 하는 빈곤선 아래 살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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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빨래 노동에서 해방시켜 남녀 역할과 사회 구조에 영향을 주었다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세탁기.

우리 엄마는 이것에 반기를 들고
손빨래 ->  세탁기 -> 다시 손으로 헹굼 과정을 실천하시는 분이다.
다시 손으로 헹구는 과정은 생략되더라도, 물을 받아 손으로 초벌 빨래를 하는 과정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세탁기에 옷을 던져놓고 버튼을 누르면 그만인 '빨래'가 엄마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런 일과가 된다. 어깨 수술을 한 번 하신 후, 온가족이 손빨래를 그만 하시라고 말렸지만 듣지 않으신다. 우리 엄마에게 빨래는 하루 한나절을 잡아먹는 작업이다.

나는 내 빨래를 모아서 그냥 세탁기에 돌려버리는 편이지만
언니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빨랫감만 척 던지고 가버린다.
가끔 적게 나온 내 빨래를 엄마가 손빨래 하고 계신 와중에 슬며시 나도 추가하고 나오는 순간에는 엄청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엄마를 부려먹는 것 같아서.
그렇다고 딱 두 벌만 세탁기에 넣고 돌릴 수도 없고.

그런데 이게 얼마나 무의미한 양심의 가책인지.
아니, 그냥 세탁기에 넣고 모두 돌려버리면 되는 일인데 굳이 손빨래를 하시는 통에 내가 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건지...
다른 집처럼 그냥 세탁기에 집어넣었다가 일정량 이상 모이면 그냥 돌려버리는 시스템이면 아무도 양심의 가책을 안 느껴도 되는데 말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이불 빨래가 있다.
우리 엄마는 이불 빨래는 상당히 큰 작업으로 보기 때문에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한동안 불렸다가 발로 밟고 그걸 또 낑낑 대며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로 날라서 세탁기를 돌리고...)  6개월에 한번쯤 계절이 크게 바뀔 때만 이불 빨래는 하시지 않나 싶다. 세탁기를 신뢰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한 달에 한 번 세탁기에 집어넣고 버튼 한 번만 눌러 버리면.... 한 달에 한 번 뽀송뽀송하게 기분좋게 이불 속에서 잠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탁기를 못 믿겠다며 6개월씩 땀 묻은 이불을 끌어안고 자는 것보다 1개월에 1번 손쉬운 세탁기 세탁이 더 깨끗한 잠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요지 부동이시다. 나는 그냥 내 침대 커버 같은 것을 그냥 세탁기에 넣어버리고 그냥 돌려버린다.

몇 번을 다투고, 설득을 해봐도 소용이 없는 것이라
엄마는 그저 손빨래가 기쁨이려니...하고 내버려두지만
반나절을 쭈그리고 앉아서 빨래를 문지르고 계시는 엄마를 보면 맘이 편치가 않다.
게다가 설마 속으로 "양심도 없는 딸내미들..... 늙은 엄마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라고 생각하시면서 빨래를 박박 문지르고 계시는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럴 필요가 없는 고생인데..... ㅜ.ㅜ



나도 내 뜻을 고집하면서 괜히 남들에게 안 해도 되는 고민을 하게 만든 적이 없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예전에 어떤 일본 수필의 첫 부분만 읽었는데.... 옛날 일본 전철인가 기차에 찬 바람이 그대로 스며들어오는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상대방이 추울까봐 배려한다고 자기가 그 자리에 서 있었더니 애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그 자리에 그렇게 춥게 서 있으면 내 맘이 편할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하는 행위도 얼마나 남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한다.
세대 차이도 있는 것이고...

에고 어렵다 어려워.
이래서 일정 나이가 되면 서로 안 맞으니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살아야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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