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posal (2009) 연기 디테일이 좋았던 장면




영화 흥행에서 약간 주춤하던 샌드라 불럭에게 다시 힘을 가져다준 영화, the proposal은 기내에서 봐서 기억에 남는 영화다.


스리랑카에서 살다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첨단(?) 물체를 탔을 때 보았던 영화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영화의 재미나 스토리보다는 그냥 '비행기에서 봤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 :)

당시에 나는 스리랑카에 파견된 수십 명의 다른 봉사단원 누구보다도 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고, 나의 집은 차로 30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하는 곳이었는데, 대체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1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어릴 적에 김포공항 근처에 산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수도 없이 봤는데 말이다. 가끔 출국하는 단원을 배웅하러 공항에 가도, 공항 주변에서 으레 보이는 이착륙 비행기를 대체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다가 '이 세상에 비행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체적 음모론에도 빠지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이 섬 밖을 못 나가고 여기서 살아야할지도 몰라.....

그러다가 21개월 만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휴가가는 길에, 기내에서 이 영화를 반쯤만 알아들으면서 나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7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샌드라 불럭, 라이언 레널즈. 이 두 명의 귀여운 연기 디테일이 보인다.
서로 신체적 거리,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는 척 하면서도 이야기하는 동안에 초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어쩌지 못 하는 것을 잘 표현했다.
굳이 스포일러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장면을 한 번 올려본다.









다들, 할 말이 더 있는데 어찌하지 못할 때나 초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 할 거다.
나는 종종 그래서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손가락을 보곤 했다.


"연기 지도 101" 에 나오는 초보적인 연기 잔재주일 수도 있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귀여웠던 장면.

실제로 내 앞에서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보면서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하면서 궁금했었던,
옛 생각도 어렴풋이 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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