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흥행에서 약간 주춤하던 샌드라 불럭에게 다시 힘을 가져다준 영화, the proposal은 기내에서 봐서 기억에 남는 영화다.
스리랑카에서 살다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비행기'라는 첨단(?) 물체를 탔을 때 보았던 영화이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영화의 재미나 스토리보다는 그냥 '비행기에서 봤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영화 :)
당시에 나는 스리랑카에 파견된 수십 명의 다른 봉사단원 누구보다도 더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았고, 나의 집은 차로 30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하는 곳이었는데, 대체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1년 9개월 동안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어릴 적에 김포공항 근처에 산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이착륙하는 비행기를 수도 없이 봤는데 말이다. 가끔 출국하는 단원을 배웅하러 공항에 가도, 공항 주변에서 으레 보이는 이착륙 비행기를 대체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살다가 '이 세상에 비행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체적 음모론에도 빠지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이 섬 밖을 못 나가고 여기서 살아야할지도 몰라.....
그러다가 21개월 만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휴가가는 길에, 기내에서 이 영화를 반쯤만 알아들으면서 나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7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샌드라 불럭, 라이언 레널즈. 이 두 명의 귀여운 연기 디테일이 보인다.
서로 신체적 거리,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는 척 하면서도 이야기하는 동안에 초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어쩌지 못 하는 것을 잘 표현했다.
굳이 스포일러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장면을 한 번 올려본다.
다들, 할 말이 더 있는데 어찌하지 못할 때나 초조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 할 거다.
나는 종종 그래서 진심을 말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손가락을 보곤 했다.
"연기 지도 101" 에 나오는 초보적인 연기 잔재주일 수도 있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귀여웠던 장면.
실제로 내 앞에서 테이블을 두드리던 손가락을 보면서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하면서 궁금했었던,
옛 생각도 어렴풋이 나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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