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치자마자 '해방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분개하며 촛불시위에 나서야 하는 현실.
고작 이런 세상을 만나게 해줘야 하는 어른들....
학생들에게 엄청 미안해해야 한다.
동화와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믿고 자라다가
'그게 아니었구나' '무엇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거대한 힘이 있구나' 하는 것을
망치를 얻어맞듯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순간.
참으로 아픈 순간이다.
어쩌면 누구나, 다른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다른 주제로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순간.
그리고 사회에 물든 '윗대가리'만 나쁜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내 동기가, 내 후배가 벌써 이상한 짓거리를 벌이고 있어
이제 도저히 설득도 안 되는 큰 흐름이 되어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대학교에만 입학해도 (입시)비리의 일부분을 체험할 수 있지만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 대학원에 들어가면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악'의 분야를 체험하게 된다.
그 순간 한 방에 넘어져 인생 전체가 삐걱이는 사람도 있고,
그 순간을 딛고 또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서 시위나 하기 보다는
힘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바꾸겠다며 호기롭게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을 얻어서
결국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고.
남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올라서
답없는 상황 판단력과 윤리 의식으로
사회 초년생들의 기를 꺾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단어조차 쓰기 싫어했던 나지만 이 단어밖에 안 떠오른다.
거대한 '병신'들이..... '병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인간들이
사회에 이미 널리 퍼져있는 그 갑갑함.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절망감.
이게 내가 사회 생활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비겁한 핑계이기도 하다.
그런 '병신'들도 젊은이들 앞에 죄인이지만
하나도 바뀌지 않고 점점 더 이상해져가는 세상을 만나야 하는 젊은 세대 앞에선,
나같이 비겁한 사람도 죄인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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