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알던 어떤 사람이 '죄인'이 되어
최근 언론을 통해 종종 접하게 되는데
인상적인 것은
늘 안경을 착용하던 그 분이
요즘은 안경을 안 쓴 채로 사진에 찍힌다는 것이다.
현재 신체 자유에 제약이 가해진 상태인데, 평소에도 안 끼던 콘택트 렌즈를 착용했을 리는 없는 것 같고.
갑자기 추락한 그분은
아마 현실을 말끔하게, 선명하게 받아들이기 싫은 거겠지.
그저 희뿌연 세상을 살며
어디선가 갑자기 전에 알던 사람을 마주쳐도 몰라보고 지나가고 싶지 않을까.
그 장면을 보다가.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가 생각났다.
자동차 사고와 '개(perros)'를 통해 얽히는 세 명의 운명을 다룬 작품인데
그 중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수북한 수염의 남자는
더러운 집에서 개들과 얽혀 살며, 청부 살인업으로 살아간다.
뭔가 인생을 포기한 듯 보이는 그 역시, 세상을 선명하게 볼 필요가 없었다.
깨진 안경을 오랜만에 써 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 중에
안경을 벗는 방법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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