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짧아서 더욱 힘들다


언니가 응모한 한국 영화 시사회에 엄마 이름으로 당첨되었는데, 언니에게 일이 생기면서 사실상 아무도 엄마랑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나는 한국 영화 보는 것을 그닥 안 좋아하고..... (내가 발연기를 감지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영화를 보는 것이 맘 편하다)

시사회 시간이 너무 늦어 70대의 엄마 친구분들은 그 시간에 외출을 안 하신다고 하고... 내가 엄마한테 엄마친구 한 명이라도 더 물어보라고 했는데 '아마 아무도 안 갈 거야'라면서 마음을 닫아 건 엄마는 미동도 없으시다. 이렇게 버티면 할 일 없는 딸인 내가 따라나서겠지.... 하는 마음이셨겠지.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마음이 안 내킨다. 게다가 극장도 집에서 좀 멀다. 시사회 표를 양도 못 하고 불참하면 다음에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극장 근처에 사는 '사돈(심지어!)'에게까지 연락해 보았는데 약속이 있다고 한다.


친구랑 같이 가면, 이왕 거기까지 가는 김에 근처 백화점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볼일을 좀 보고 '환승 할인'을 이용해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극장까지 가고 싶은데, 나이 드신 분들은 한사코 지하철 이용만을 고집하신다 ㅎㅎ 지하철은 무료니까. 

엄마를 극장까지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 백화점 볼일은 포기.



엄마와 같이 외출을 해보니, 역시 쉽지 않다.
생각과는 다르게, 나이 드신 분들은 조급하다. 늘 뭔가에 쫓기는 분들 같다. 나이가 들어 인생의 여유를 느긋하게 체득하는... 그런 일은 없나보다.

지하철 두 편이 다닥다닥 붙어서 오길래, 내가 이번 걸 보내고 다음 걸 타고 가면 널널하게 앉아서 가겠다고 했더니 그냥 꼭 이번 것을 타야겠다고 하신다. 퇴근 시간에 복작복작 극장 근처 역에 도착한 뒤, 극장에 접근하는 통로가 복잡한데 엄마는 길도 잘 모르시면서 우왕좌왕 성급하게 움직이고 아무 엘리베이터나 막 타려고 하신다. 

좀 더 차분하게 표지판을 보고 움직이면 되는데, 돌발 변수가 나올 때마다 너무 급하게 선택하고 움직이신다. 같이 외출하기가 어렵다.


이제 나도 늙고, 엄마도 늙고
함께 할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텐데, 뭔가를 같이 하기가 점점 어려운 존재가 되어간다. 함께 할 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닌데, '노인 특유의 고집'이 늘어 같이 있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사실 시사회에 따라나설 때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엄마와 시사회를 갈 일이 생길까... 하는 마음에서 따라나선 거였다. 물론 이번주에도 Allied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한 편 같이 보기는 했지만, 그냥 극장 상영작 말고 시사회 말이다.


시간이 짧은데...
시간이 없는데...




음.
그래서 노인분들은 다들 조급하시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아서.
시간이 나를 안 기다려줄 것 같아서.



시간이 짧아서 어렵지만,
그래도 계속 함께 하려 노력해야겠지.
시간이 짧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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