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에 대한 환상?





난 미국에 살지 않은 것 치고는, 미국인이 사는 여러 종류의 집에 많이 가서 머물러 봤다.
15년 동안 5번 여행 가서 합계 3달 가까이 머물렀는데, 호텔에서 잔 것은 그 중 딱 6일 뿐이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콜로라도, 유타, 뉴저지, 매사추세츠, 워싱턴 DC, 버지니아, 뉴욕, 일리노이, 미시건...14개 정도 주에 있는 미국 집에서 잠을 자봤으니, 정말 다양한 집에 많이 가봤다. 일반 가정에 못 가보고 호텔에만 머물렀던 주는 조지아 주.

80대 노인들만 고양이랑 사시던 집, 천정에 작은 유리창이 있어 밤하늘이 보이던 집, 낮은 침대가 있던 집, 높은 침대가 있던 집, 물침대가 있던 집, 아들 셋, 딸 셋 6남매를 키우던 화목한 집, 나에게 목화 한 송이를 따 주시던 시골 농장 같은 집, 완전 시내 중심에 위치한.. 직원이 문 열어주는 콘도미니엄, 내가 화장실을 고장냈던 대학 근처 오래된 아파트, 보안을 위해 너무 폐쇄적이라 단지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지도 못해 20분을 빙빙 돌다 겨우 외출했던 허드슨 강변 아파트 단지, 나에게 방울뱀 꼬리를 모아놓은 상자를 선물했던 시골 집 등등. 참.... 그 방울뱀 꼬리를 선물했던(?) 집 앞에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처음 봤고, 생애에 유일하게 북두칠성을 봤다. 그 미국 아이가 가르쳐준 big dipper(북두칠성)라는 단어가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 집의 특색은 침실만큼 화장실이 많다는 것이고, 그 화장실마다 정갈하게 목욕용품이 갖춰져 있다는 것인데, 그 목욕 용품에는 한국과 다른 특유의 향이 있다.
가끔 친구들이 선물해주는 미국 목욕 용품의 향기를 맡으면 '아 미국 냄새다' 하는 것 말이다.




뭔가 알아보려고 bath & body works 사이트를 열었다가 이 사진들을 보고 미국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여행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환상.
무엇보다 가장 큰 건, 넓은 땅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여유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선택의 폭.
지금 한창 세일 중이던데, 여러 개 구입해서 나도 집 화장실 곳곳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살고 싶은 소망.


그런데 이 '미국병'은 그냥 내가 여행자였기 때문이겠지.
영주권 받고, 일년 내내 날씨 좋은 미국 한 동네에서 학교 잘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내 친구는 내년에 한국으로 귀국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남편만 일단 남겨두고.
막상 미국에서 살아보면 별로라며.

그리고 위 브랜드도 미국 좀 살았다는 사람은 품질이 별로인 저급 브랜드라며 '까는' 브랜드 ㅎㅎ 소비의 선택 폭이 넓은 것은 부럽지만, 결국 그곳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면 다른 선택의 폭은 좁아질지도 모르는 일.

그래, 그렇겠지.
늘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체험하는 것은 다르니까.

그래도 저 샤워젤 병들 이쁘네. 사진빨 좋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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