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


내가 모르는 나, 남이 모르는 나, 내가 모르는 남, 남이 모르는 남.



사람들에게 그 자리에 없는 제3자를 설명할 경우에
그 사람이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압축될 때가 있다. 

"걔 있잖아, 키 제일 작고 마른 애."
"완전 까무잡잡한 그 친구 말이야."
"맨날 나시티만 입던 애, 걔 몰라?"

문장 또는 형용사 하나로 그 사람이 누군지 타인이 알아차리는 상황을 볼 때마다
나는 대체 어떤 단어로 저렇게 설명이 될 지 늘 궁금하다.
이 단어는 늘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를 설명할 때 나오는 것일 테니
나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인위적인 가식 없이, 자연스런 인생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한 허세가 섞인 글을 쓰는 '그 사람'을 알고 있다. 이 묘한 느낌은 참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당연히 본인은 그것에 대해 모르고 담백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 우리 언니가 회사 창립 선물로 어떤 전자제품을 하나 받아왔다. 실용성은 떨어지는데 인테리어 용도로는 남달라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전자제품이었다. 누구나 소유하고 있어야 할, 보편적인 전자제품은 아니다. 그런데도 30만원 좀 넘는 가격.
이 전자제품을 보면서 '이건 아무래도 딱 위의 '그 사람' 취향이다.'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얼마 뒤에 '그 사람'이 자기 집에 그 전자제품이 있음을 슬쩍 드러내는 글을 썼다. 허허. 


'이 전자제품을 보유한 사람은 모두 허세가 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뭐라 말할 수 없는, 묘하게 붕붕 뜬 느낌, 이것이 일치한 제품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예로 든 것이다.
그 사람의 특성과 성격이 당연히 글에 스며든다는 걸 느낀 계기이기도 하고.


또 한 번,
남들은 내 글에서 어떤 분위기를 느낄까? 궁금해진다.
해줄 수 있는 말 말고, 해줄 수 없는 말이 어떤 것일지.
내가 '그 사람'에게 "당신 글에는 요상한 허세가 스며있어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도 나에게, 들으면 기분 나쁠 말을 쉽게 할 순 없겠지.


블로그보다는 특히 단숨에 쓰게 되는 페이스북을 볼 때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비난하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이 맞춤법 다 틀려가면서 "한국말 좀 똑바로 씁시다." 이런 거 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경우를 본다면, 
나 역시 '아닌 척'하며 오묘한 허세를 드러내는, 그런 글을 지금 쓰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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