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요한 일보다 사소한 일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사소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더 잘 기억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책을 달달 외워 사법고시 쳐도 됐을 듯ㅋㅋ 그런데 늘 소소한 일화만 잘 기억함😜)
10월 20일은 1999년에 내가 난생 처음 이메일에 가입한 날이었다.
그전까지는 뭔가 내 이름을 입력하고 회원 가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서
얼마간은 친구의 이메일에 기생하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기이한" 형태를 유지했었다.
1997년에 교수님이 칠판에 써주시던 @이 들어간 이메일 주소를 보면서
굉장히 낯설어서 저런 것은 내가 평생 가질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그 당시에 했던 것 같다.
10월 20일에 이메일 계정을 하나 만들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니라서 며칠 만에 내 이메일 주소가 너다섯개로 불어났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 일이 아닌데, 왜 가입이 망설여졌는지...
당시 교환학생 떠났던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 받기 위해 이메일을 더 열심히 썼었는데,
18년이나 지난 지금, 당시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 있었던 친구 3명 중에 2명과는 연락하지 않는다. 다투거나 나쁜 일로 멀어진 것이 아니라서 다시 연락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서로 굳이 연락하지는 않는 관계. 심지어 나와 본인의 이메일 비밀번호를 공유했던 '절친'마저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인간 관계 유지 잘 못하는 구나....
먼 곳에 있던 친구들의 소식을 자주 받아보게 해줘서 그렇게 애틋하고 신기했던 이메일에는
상업 광고만 넘쳐난다. 친구들과는 이제 다른 소통 수단이 너무나 많다.
이렇게 또 18년이 지나면...
지금 친한 친구들 중에 내 곁에 남아있는 친구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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