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2014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항 중에 출제 오류로 결국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결론이 난 문제가 있나보다. 1년 가까이 버티던 교육과정평가원은 더 이상의 법적 분쟁을 포기하고 '학생 구제'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고, 서울대 총장도 이 문제가 오답 처리되어 탈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학생에 대해 구제하겠다.. 라는 발언을 했다.
내가 수능 보던 시절에는 진짜 1,2점- 지금은 등급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 대학입시인데, 문제가 잘못 출제되어 희비가 갈린 학생이 있다면 얼마나 아까울까.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있을 때 내가 늘 궁금한 것은....
이런 상황에선 구제'만 하면 되는 거고, 이 학생이 합격했어야 할 그 자리에 1,2점 차로 대신 붙어서 이미 1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은 아무런 문제없이 계속 그 학교의 학생이면 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제대로 채점되었다면 애초에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이었는데 교육부가 잘못 했으니까, 이 좋았으니까 그 학교에 계속 다닌다? 이것도 참 어떤 의미에서는 불공평한 문제다.

예전에 어떤 가수가 특수한 전형으로 모대학에 입학하여 한동안 시끌시끌 했는데, 1년 뒤에 더 큰 문제가 터졌다. 이 가수가 다녔다는 외국인학교가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학교였던 것이다. 즉 이 가수는 중졸의 학력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대학교에 입학한 몇몇 연예인이 입학 자격이 취소되었는데, 이 가수는 재판 끝에 이미 1년간 그 학교를 다닌 게 인정이 되어 계속 그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애초에 입학 자격이 없는 학생인데, 어찌 됐든 이미 입학해서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학생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온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

훨씬 더 장기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거의 10년이 흐른 뒤에 입시 채점 상의 명백한 실수가 우연히 발견되어 실수로 탈락한 학생을 구제한다. 그 학생은 나이 서른이 되었지만 그 학교가 너무 다니고 싶었다며 기꺼이 재입학을 해서 새로 학교를 다닐 수 있다. 물론 의미가 없다며 다니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데 채점 상의 실수로 대신 그 학교 학생이 된 사람에게는 입학 자격을 박탈하거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10년이 지나 혹시라도 박사 학위라도 취득했을지 모를 그 사람을 순식간에 다시 고졸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일 테니... 그냥 그 사람은 운 좋은 사람이다. 

명백한 실수가 생겨서 당락이 뒤바뀌었는데, 실수로 '락'된 사람은 '당'으로 구제한다고 난리지만, 대신 '당'이 된 사람은 '락'시킨다는 얘기가 없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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