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배운 것





1년 내내 기온이 30도가 넘게 일정한 열대 지방에서 2년 살던 중에 배운 것은
'열대 지방에서 추위를 느끼면 답이 없다' 라는 거였다.

30도를 늘 오르내리는 나라 안에서 짧은 국내여행을 다녀온 뒤
식중독인지, 열병인지 모를 증상에 걸려 오후 내내 힘이 쫙 빠지더니
밤에는 체온이 39도 가까이 올라갔다.
체온이 올라서 주위 실내 온도가 내 체온보다 훌쩍 낮아지게 되니
몸이 덜덜 떨리고 추웠다.

그런데 열대 지방에서 추우니 답이 없었다.
이불이라고는 얄팍한 천 한 장 있을 뿐이고, 봄/가을조차 없는 기후인데 털옷이 있을 리 만무하고... 핫팩 같은 게 구비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줄을 몰라 정말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추운 지방에서 살게 되면 당연히 방한 대비는 되어 있고
만약 난방으로 더위를 느끼게 되면 옷을 벗어버리고 부채질하면 되는 일이지만

열대 지방에서 추위를 느끼니,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어 대책이 없다는 걸
새삼 느꼈던 기회였다.

아침이 되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결국 응급실 행.
여러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병원 침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몸이 고생스러우니 그냥 응급실 침대를 보자마자 드러누웠었다.

이미 9년 전 일이라, 진단이 뭘로 나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잘 걸리는 단순한 "fever" 같은 거였나? 설사도 심하게 해서 눈앞이 핑 돌 정도였으니 식중독이었을 수도 있고)
병원 처방 약을 먹고 링거 맞고 그러다 보니 하루 입원하고는 나아졌던 것으로 기억.
응급실 침대 위로 기어올라간 경험도 난생 처음이었구나.




-------> 나중에 병원 기록을 찾았는데, 진단은 acute gastroenteritis- 급성 (위)장염으로 되어있고, 체온 기록은 102'F🌡혈액검사의 백혈구 수치상 신체 어딘가에 경미한 염증 같은 것은 있었던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하루 입원하고 금방 퇴원한 것으로 기억했는데 그래도 이틀 입원했었더라. 그리고 퇴원 후에도 며칠 간은 두통에 시달렸다고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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