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그래서, 넌 원래는 뭘 하고 사는데?"

직업이 너무 명백해서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사람과 잠시 일을 하던 어느날,
처음의 서먹함은 사라지고 어느새 질문의 시기가 왔다.
서로에 대해 궁금할 일도, 사적인 것을 질문할 일도 없다고 생각하고 일 했었기에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처럼 하늘이 부여한 천직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되고 싶다고 되는 직업이 아니고 재능이 있어야 뽑힘)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이해 못 하겠지?

"난 regular job 안 좋아해. 그래서 엄마랑 다툼이 많지."
대충 얼버무리고 나의 과거의 경험 몇 개를 이야기해줬지만, 괜히 뭔가 쪼그라드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뭘 해서 먹고 사는 사람이지?

그 사람과 비슷한 분야의 대학원을 다녔다고 하면 차라리 조금 설명이 될 일인데, 그 사실조차 아득히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당황했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생각했다.
나는 뭐지?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질문한 사람이 외국인이었기에 더 말문이 막힌 것도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어로는 내 인생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는 아무도 이해 못 시키겠지. 왜 그러고 살았는지....


그래서 최근에 영화를 보다가 한 장면에서, 그 흔한 대사에서, 공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When he looks at me, the way he looks at me... He does not know, what I lack... Or - how - I am incomplete. He sees me, for what I - am, as I am. He's happy - to see me. Every time. Every day......"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에서는
대체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가 전혀 상관없이 그저 '나'이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란 없으리라 생각한다. 뭐라도 직업이 있어야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으니.


나는 뭐지?
뭐 하는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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