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Why can't you say I look nice?
M: I thought you didn't even care what I think.
C: I still want you to think I look good.
M: Okay, I'm sorry. I was telling you the truth, do you want me to lie?
C: No, I mean, I just, I wish that you liked me.
M: Of course I love you.
C: But do you like me?
M: 🙄....I want you to be the very best version of yourself that you can be.
C: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최근 한 영화를 보다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모녀 대화 장면. C가 딸이고 M이 엄마 이름이다.
(여기서 대화 전체를 공개하면서도, 주인공 이름이나 영화 제목을 공개하지 않으면 스포일러가 아닌 것일까?? ㅎㅎ)
"아니 나는, 나는 그냥, 엄마가 나를 좋아했으면 해요.
당연히 널 사랑하지~
아니, 나를 좋아하긴 하세요?
..... ?!?!....나는 네가 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거야....
지금 내 이 모습이 최상이면 어쩔 건데요?"
딸이 가장 최상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과 지금 이게 최상인데 어쩔래? 라고 대꾸하는 딸의 대화를 보며, 엄마가 딸에게 바라는 것 그리고 그새 못참고 받아치는 딸의 모습은 어느 문화권이나 다 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를 좋아해요? 하는 딸의 질문에 대답을 곧바로 못하다가 다른 대답을 하는 엄마를 보며 뭔가 쿵 하는 게 있었다.
나는 여태까지 '좋아한다'가 먼저 생기는 감정이고, 그 다음에 '사랑한다'가 따라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것은 1차적인 감정이고, '사랑한다'는 뭔가 행동을 부추기는 더 강렬한 감정. 좋아하기는 쉽지만, '사랑'을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 온 것 같다. '널 좋아해'라고는 할 수 있지만 굳이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것은 남녀관계 같은, 이른바 '로맨틱'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어쩌면, 가족은 그게 아니었다.
가족에 대해서 '사랑한다'는 거의 무조건적으로 생기는 감정이고, '좋아한다'가 그 다음에 생각해 볼 감정일 수도 있는 거였다.
태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내 옆에 있었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었던 사람들, 가족.
그냥 당연히 사랑한다.
나는 이미 부친상을 겪어봤지만, 가족의 상실은 인생 최대의 고통이다.
매일 치고 받고 맘에 안 드는 면이 있지만, 가족이 어딘가 아프기라도 한다면 나의 행복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정말 원초적인 존재, 가족 그리고 부부.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이 '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도 영화 속 엄마처럼, 우물쭈물하다가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사람의 이러이러한 면은 좋아하지만, 솔직히 이러이러한 면은 정말 싫어' 라고 답할 것 같다. 사랑하지만 좋아하기는 힘들 수도 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의 어떤 가족이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실제로 가족과 다투다가 나도 저런 똑같은 질문을 한 적도 있고.
그러나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았던 듯 하다.
내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나의 아픈 마음에 대해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친구들은 '아니야, 그래도 너의 XX는 너를 사랑하는 거야' 라고 위로해주곤 했었다. 그래, 그 말은 맞았다.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을 거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었지.
이 미묘함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마, 겪어 본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이 마음을.
그리고 모두 다 '상대방'이 있던 감정들이라...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힘들었다면, 그 사람 역시 나 때문에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그 사람도 아마 내가 싫어서, '어, 싫어하면 안 되는 관계인데 왜 싫지?' 이 감정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다.
또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본인이 가족 중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고 있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혹은 가족 사이니까 인정할 수 없어 하고) 나는 사랑하고 있으니 이런 행동을 해도 괜찮은 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지내기도 한다. 그 사이에 상대방은 큰 상처를 받기 쉽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듯이(내일부터 난 ㅇㅇ를 안 사랑할 거야! 이런 것은 불가능)
좋아한다는 마음도 조절하기가 어렵다. 안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달라고 보챌 수도 없다.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좋아하지 않을 때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어서 더 제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이유가 없는 불가사의한 감정이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난 결혼한 적 없지만, 이런 감정은 부부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지,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 '설렘은 사라지고 이젠 의리/동지로 살아~'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함께 한 세월 속에는 분명한 사랑이 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그 기억, 그리고 내 아이의 아빠-엄마인 사람인데 가슴 속 깊이 사랑하고 있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현재 결혼 관계가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아마 너무 많은 것을 함께 겪으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가 솔직히 어려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너무 많은 것에 서로 노출되는 가족/부부가 서로를 '좋아하며' 살기란 너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Of course I love you.
But do you like me?
....
이걸 왜 몰랐지?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이었다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남편/아내까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데, 여전히 이 사람이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좋다.... 라는 감정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그건 인생 최고의 행운을 만난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내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듯이(내일부터 난 ㅇㅇ를 안 사랑할 거야! 이런 것은 불가능)
좋아한다는 마음도 조절하기가 어렵다. 안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달라고 보챌 수도 없다.
"사랑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도 한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좋아하지 않을 때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어서 더 제어하기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은 이유가 없는 불가사의한 감정이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사랑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난 결혼한 적 없지만, 이런 감정은 부부에게도 해당될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지, 열렬히 사랑했던 사이, '설렘은 사라지고 이젠 의리/동지로 살아~' 농담처럼 말하지만 그 함께 한 세월 속에는 분명한 사랑이 있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그 기억, 그리고 내 아이의 아빠-엄마인 사람인데 가슴 속 깊이 사랑하고 있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현재 결혼 관계가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아마 너무 많은 것을 함께 겪으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기가 솔직히 어려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너무 많은 것에 서로 노출되는 가족/부부가 서로를 '좋아하며' 살기란 너무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Of course I love you.
But do you like me?
....
이걸 왜 몰랐지?
가족은 물론이고, 타인이었다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남편/아내까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데, 여전히 이 사람이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 좋다.... 라는 감정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사람,
그건 인생 최고의 행운을 만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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