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own 2




가족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2번 있는데,
홀로 외국 생활 시작의 상징같은 행위는
새로운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 세트를 사서 씌우는 일이었다.

호텔 생활같은 여행이 아닌, 진짜 내 방에서 나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의미.

첫 외국 생활 때 썼던 침대 커버의 무늬와 색깔은 아직도 대충 기억나지만 그냥 그 집에 그대로 둔 채로 귀국했다.
두번째 외국 생활 때 썼던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는 굳이 가지고 귀국했지만, 침대 커버는 어딘가 다른 곳에 엄마가 꿰매서 붙여버리셨고, 베개 커버는 이제 누렇게 변색해서 못 쓸 지경이 되었다.

그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를 가지고 귀국하면서, 언젠가 그것들을 들고 다시 새로운 나라로 떠나는 꿈을 꾸었던 듯도 한테, 그냥 꿈으로서 멀어져갔다.


새로운 외국 생활을 시작할 일은 없지만
어느날 갑자기
집에서 먼 광명 ikea에 혼자 가서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를 사왔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서 아마도 유럽의 평범한 B&B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 가면 왠지 마주칠 법한 제품이지만, 그래도 새 것이라 뭔가 기분이 좋다. 예전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던 날들 기억도 나고...






원래는 이불 커버로 쓰려고 샀지만 너무 커서 내 싱글 침대를 다 뒤덮는다. 침대 커버로 쓰기로.

처음에는 가장 저렴한 싱글용 이불커버+베개 커버 1 세트를 집어 들고 5분쯤 매장을 더 돌아다녔다. 하지만 더 생각해보니, 6천 원만 더 내면 베개 커버가 하나 더 생기고 퀸사이즈 이불 커버가 생기는데 빨래를 해서 베개 커버 교체하는 일 생각하면 퀸사이즈+베개 커버 2 세트가 낫지 않나?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싱글침대 세트를 내려놓고, 퀸사이즈 침대 세트를 집어들었다.
집에 돌아와보니 잘한 결정 같다.


흐릿하게, 다시 얘들을 여행 가방에 접어넣고 큰 짐을 꾸려
또 다른 곳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번엔 침대 커버와 베개 커버를 미리 장만해 갔으니,
접시 사고, 냄비 사고, 밥그릇 사는 일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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